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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빛

9월의 빛

: 검은 그림자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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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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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41g | 148*210*20mm
ISBN13 9788952213228
ISBN10 89522132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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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더욱 분명했고 가까이 느껴졌다. 그녀의 이름을 속삭이고 있었다. 한나가 어둠에 잠긴 침실 쪽으로 돌아보자 조그만 유리병에서 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흑요석처럼 시커먼 조그만 유리병은 벽에 설치된 조그만 벽감에 보관되어 반사광의 스펙트럼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한나는 천천히 그곳으로 가서 유리병을 살펴보았다. --- p.71, 「비밀과 어둠」 중에서

오늘 나는 처음으로 그림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에 들어 있는 게 뭔지 알고 있다. 그것은 그림자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힘, 즉 증오다. 나는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고 조만간 이곳에서 악몽이 시작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모조리 알게 된 지금,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혼자 놔둘 수 없다……. --- pp.101-102, 「알마 말티스의 일기」 중에서

그 당시에 나는 일곱 살이었어요. 그 시기에 우리 어머니의 병이 악화되었어요. 그리고 나를 지하실에 가두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그곳에 있으면 그림자가 오더라도 날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말했어요. 기나긴 감금생활 동안, 나는 거의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어요. 내 숨소리를 들으면 그림자, 그러니까 내 허약한 영혼의 사악한 그림자가 내게 관심을 보일지도 모르며, 나를 직접 지옥으로 데려갈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기 때문이지요. 이 모든 게 당신에게 우스워 보일지도 몰라요, 아니 슬프게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몇 살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는 매일 매일이 몸서리처지는 현실이었어요. --- p.215, 「가면 아래의 얼굴」 중에서

그날 밤 다니엘 호프만은 내게 미래를 보여주었어요. 그는 내게 자신의 왕국의 선봉에 서서 그 왕국을 계승할 운명을 지니고 있다고 말해주었어요. 그리고 그의 모든 지식과 기술은 언젠가 내 것이 될 것이고, 나를 둘러싼 가난한 세상은 영원히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설명했지요. 그는 내가 꿈도 꾸지 못했던 미래를 내게 주었어요. 말 그대로 미래였어요. 나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어요. 하지만 그는 내게 미래를 선물했어요. 그 대가로 나는 한 가지만 하면 되었지요. 아무 의미도 없는 조그만 약속이었지요. 내 마음을 그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단지 그에게, 그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주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 p.218, 「가면 아래의 얼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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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열기를 몸도 마음도 기억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날이 쓸쓸해져가는 날, 슬리퍼를 신고 바닷가에서 파도를 발로 차면서 읽기 좋은 책을 꼽으라면 나로선 사폰의 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날은 솔직히 좀 쉬어가는 독서를 하고 싶고 (매일 톨스토이와 조이스를 읽고 쇤베르크의 음악을 듣고 살 수는 없으니까) 저주받은 섬세하고 외로운 소년, 어두운 도시를 감싸고도는 안개 같은 이야기, 거대한 모험, 손을 꽉 잡고 있는 용감한 연인들, 영원 같은 한 순간,죽는 순간 마지막 흘리는 눈물 속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사랑 이야기에 한숨을 쉬면서 휩쓸리고 싶다. 사폰은 멜로와 미스터리와 탐정 소설에 우리가 거는 통속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원형에 가까운 기대를 가장 잘 아는 능란한 작가다. 즉 우리도 가끔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일이 진행되는 작품을 읽고 싶다. 그 속에서 영원한 사랑은 성취되고 악은 사라지고 파도는 말없이 철썩인다. 내가 누구를 그리워한다면 그 사람도 나를 그리워한다. 세상은 살 만한다.
정혜윤(PD, 『런던을 속삭여 줄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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