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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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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2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616쪽 | 762g | 153*224*35mm
ISBN13 9788992055284
ISBN10 8992055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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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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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혜정
인하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연극반 ‘영죽무대’에서 활동했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의 어학과정을 수료했고, 르 아브르 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오랫동안 프랑스의 양서들을 소개하고 번역하는 일을 했으며, 옮긴 책으로는 『고독한 끌레르』, 『13번째 사도의 편지』(전2권), 『악의 심연』, 『악의 주술』, 『행복한 프랑스 책방』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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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토크쇼 무대에서 유명인들을 살해하려는 반항적인 인간의 몸으로 다시 태어날 때, 그를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깊이 꿰뚫어볼 수는 없을까요? 증권 브로커인 로랑 달, 아니 절대의 욕망에 대해 훌륭하게 떠들어대는 에릭 라인하르트는 또 어떤가요? 타협과 급진성의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햇던 말라르메와 같은 시인, 사랑에 빠진 남자, 테러리스트, 그리고 주주 사이에는 명백한 공통점이 없을까요? 제가 만들어낸 인물들은 저 자신을 밝히고, 가장 높은 곳에서 저를 좌지우지하는 우리 세대의 꽤 많은 의문점을 파헤치는 관측기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들을 통해 저는 여러분과 경제적 자본주의, 미디어 매체의 음란성, 지식인의 실종, 인간의 잠재성, 사회결정론, 사회적 차별, 반항, 복종, 테러리즘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 한국어판 저자 서문 중에서

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은 가을 저녁이었다. 파트리크 네프텔은 어머니에게서 하얀 폭스바겐 폴로를 빌려 프랑수아 1세 거리를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며 오랫동안 맛보지 못했던 만족감을 느꼈다. 그는 앙심과 악의를 잔뜩 품은 채 신경질적으로 차를 몰았다.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상황 때문에, 지금 운명을 완성시키기 위해 운전을 하고 있는 파트리크의 태도는 단호했다. 존엄성 회복. 파트리크는 이 기품 있는 운전이 자신의 첫 번째 업적이 되리라 예감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은둔하고 있던 지저분하고 작은 골방에서 벗어나, 근처에 있는 극장처럼 커다란 방으로 들어갔다. 그라는 존재를 편협하게 한정짓는 칸막이벽이 몇 달 전부터 절망적인 상황 속에 그를 가두어놓았다. 차창 밖으로 여러 풍경들, 철탑들, 창고들, 광고판들이 연달아 지나갔다. 늘 그를 작아 보이게 하며, 그를 거부하고 모욕하는 이 세상. 평소에는 그에게 적개심만 안겨주었던 세상이 오늘 저녁에는 그를 향해 문을 열고, 그가 변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 같았다. 하얀 폭스바겐 폴로의 트렁크에는 노란 담요로 싼 무기들이 들어 있었다. --- p.70

“당신은 당신이 직원용 차량에 앉아 있는 모습을 지사장에게 보이는 게 부끄러웠던 거야. 그게 진실이잖아. 그래서 애들처럼 몰래 새 차를 사려고 서둘러 달려갔던 거야!” 티에리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몇 분 동안 변명을 하던 티에리의 아버지는 결국 이렇게 인정했다. “그래, 직원용 자동차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의 내 직위, 나에게 준비된 미래,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는 존경심(“내가 하루 동안 얼마나 아첨을 떨어야 하는지 알아?” 티에리의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자 그의 아내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가 주장했다. “뭐? 당신 지금 나한테 돈 벌어 온다고 위세 떠는 거야? 그럼 집안일에 대한 보수는 얼마인지 말할 수 있어?”)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 p.77

그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기적이 일어나서 그를 짓누르는 이 부잣집에서 사라질 수만 있다면. 이 나이에,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이토록 품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지 그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결국 그는 변기에 팬티를 넣고 물을 내려 팬티를 쓸려 보내기로 결심했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팬티를 두 조각으로 찢었다. 어려웠지만, 감옥에 갇힌 죄인들이 탈출하기 전에 탈출에 사용하기 위해 하듯이 두 조각으로 찢었다. 쉽게 끊어지지 않는 폭이 넓은 팬티고무줄에 맞서 온 힘을 다해 속옷을 찢은 결과, 오른손에는 3분의 1로 잘린 하얀 팬티 조각과 고무줄 끈이, 왼손에는 팬티의 나머지 3분의 2 부분이 들려 있었다. 그 중 한 부분을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제발……. 잘 되겠지? 잘 되겠지?’ 설사의 소용돌이가 고무줄 끈을 뒤흔들고 뒤엎어, 수면으로 떠올랐다가 몰아내고, 삼켰다가 뱉어내며, 법랑 변기 벽면을 따라 빙빙 돌아 사라졌다. 변기 물이 만들어낸 바다의 소용돌이가 약해졌을 때, 로랑 달은 설사로 물들어 완전히 갈색으로 변한 고무줄 끈이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 p.155

“당신은 쓰레기고 패배자일 뿐이야. 썩어문드러진 존재라고! 제발 우리를 그만 좀 고문해. 엄마를 그만 고문하란 말이야!” 그러자 파트리크의 아버지는 조용하고 간결하면서도 거칠고 급작스럽고 무미건조한 동작으로 포크를 목에 꽂았다.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포크가 그의 살 속으로 파고들어 깊이 박혔다. 한순간 붉은 피가 튀어오르더니, 목의 기관이 절단되고 경동맥이 찢어진 그에게서 시뻘건 핏물이 콸콸 솟아나와 식탁보 위로 쏟아졌다. 파트리크 네프텔의 어머니는 갑자기 터진 카메라 플래시에 눈이 부신 사람처럼 하얗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파트리크의 누나는 비명을 지르며 튀어오르듯 식탁에서 일어나 개수? 근처로 몸을 피했다. 자신이 암시한 내용이 눈앞에서 실현되는 것을 본 파트리크 네프텔은 꼼짝도 하지 않는 아버지의 몸뚱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피범벅이 된 포크 손잡이에 90도 각도로 꽂혀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몇 분 전에 아들이 자신을 바라보았던 것과 똑같은 표정으로 아들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일어섰지만, 이내 의자 위로 넘어졌다. --- pp.184~185

“너희들은 진짜 이상한 족속들이야. 친아들과 의붓딸이 함께 자고…….” “그냥 빨기만 했어. 같이 잔 게 아니라.” “빨아? 이젠 빨았다고?” “결과적으로는 아니야. 건드리기만 했어. 그러니까 애무만 했다고. 뭐, 마스터베이션을 조금 도와준 거라고나 할까.” “빨았다고 했잖아, 클로틸드! 내 귀로 똑똑히 들었어! 네가 빨았다고 했잖아!” (중략) “조금 빨고, 나머지는 손으로 끝냈어. 혀끝으로 몇 초 핥고 손으로 끝냈다고. 백 번도 더 말했잖아. 그가 2분 만에 오르가즘을 느꼈다고. 다양한 환상 세계에 도달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니까!” “그러니까 너도 인정한 거야. 석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결국 그 자식을 빨아줬다는 걸 인정한 거라고.” 그녀가 고백을 하면 할수록, 로랑 달은 자신들의 연정이 더 강해지는 걸 느꼈다. --- p.251

“난 머저리일 뿐이야! 서른두 살에 나를 미치게 만드는 엄마랑 살고 있는 머저리!” “그럼 정신과 상담을 다시 받든가! 그 정신과 의사 좋았잖아. 아마도 널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직장에 다닐 때는 너도 괜찮았다고.” “나도 계속 괜찮고 싶어……. 아마도 나아질 수 있을 거야……. 취직을 하면! 내가 엄마한테 무슨 말을 하면 좋겠어?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아! 하루 종일 내 뒤에서 질질 짜는 엄마밖에는!” 파트리크 네프텔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만 울어! 엄마 울음소리 때문에 미칠 것 같다고! 그 울음소리가 나를 괴롭힌단 말이야. 내 얘기를 할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면서 어떻게 내가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수 있어? 문제는 그거라고! 나는 엄마를 울게 만드는 고통스런 존재고 그런 상황을 만드는 인간이란 말이야. 그러니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제 좀 그만 울어. 나는 자기 엄마를 하루 종일 울게 만드는 놈이란 걸 인정하란 말야!” --- p.268

“최종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기업에 당신을 투자할 기회와 기업의 주변에 투자할 기회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되죠.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밖에 있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거예요. 안에서 봉사하거나, 밖에서 봉사하거나. 안으로 들어가길 선택한 내 친구들은 기술자가 되어 다리나 터털, 육교, 공항 들을 구상하고 만들어 푼돈을 법니다. 그들이 천직이라고 여기며 열정을 다 바치는 그 직업은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 역량, 지능을 모두 빨아들이죠. 대기업 직원들, 금융 디렉터들,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는 여자들도 다 마찬가지예요. 물론 나도 기업을 위해 일해요. 하지만 난 바깥에서 일하죠. 나는 도구로 쓰이는 상품 쪽이 아니라 자본 쪽에 있어요. 음, 오늘날에는, 예를 들어 당신이 뛰어난 기술대학을 나왔다면, 외부에서 기업에 봉사하는 건 쉽지 않죠. 그렇다면 기업 내부에서 힘들게 일하면서도 적은 대가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왜 다국적 기업의 활동에 편승하여 매년 500만 달러를 버는 대신, 기껏해야 20만 유로의 연봉을 받으면서 매일 열 시간씩 일하고 고생해야 할까!” --- pp.322~323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초대 손님들은 대중매체에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치장하는 데 몰두했다. 그들은 자신을 표현력 있고 깊이 있으며 신중한 사람으로 꾸며냈다. 은연중에 그들은 보통 이상의 자질을 드러냈고, 프로그램 진행자들과 대화할 때는 자신이 특권층이라는 것을 은근히 드러냄으로써 상대가 자신을 우러러보게 했다. (중략)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생각했다 ‘저런 재주가 있으니, 저이가 저 프로그램에 초대된 건 너무나 당연한 거야(저 사람이 애스턴 마틴을 모는 건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야). 나 같은 사람이랑은 다르지.’ 자기도 모르게 유명인들의 재능과 직업을 그들의 탁월한 조건과 연결시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의 부와 행복, 명성은 그것을 갖지 못한 초라하고 나약한 존재들에게는 폭력이 된다. 부자, 행복한 사람, 유명한 사람이 최고의 것을 누리고 존경 어린 환대를 받는 것은, 거의 눈에 띄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파할 줄도 모르는 이름 없는 사람, 불행한 사람, 비참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다. --- pp.428~429

리처드 던이 편지에 쓴 내용은, 파트리크 네프텔이 하고 싶은 말 그대로였다. “사람들을 죽이고 싶다” “자살하겠다” “불꽃처럼 화려하게 죽고 싶다” 등의 문장에 담긴 의도에 파트리크 네프텔은 가슴 깊이 동의했다. 리처드 던은 ‘여자 친구들’ 중 한 명에게는 “나는 미쳤다. 나는 인간쓰레기다. 나는 죽어야 한다”고 썼다. (중략) 리처드 던과 파트리크 네프텔처럼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부모의 돈으로 살며,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들뿐이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면, 그런 이들의 수는 전세계에 수백, 수천만 명이 아닐까? 구석진 골방의 악취 속에서 고통을 곱씹고 있는 사람들,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어 살인을 희망의 불꽃으로 여기게 된 사람들, 사회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채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 사람들이 수천만 명은 되지 않을까? --- pp.458~459

“옹졸하고 포용력이 없으며 초라하고 평범함 프티부르주아, 즉 중산 계급의 요건을 모두 갖고 있는 당신은 충분히 우리의 표적이 될 만했죠. 명성에 어울리는 학위가 전혀 없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말이에요. 당신은 악착같이 독학을 한 사람들 중 하나죠. 우리가 싫어하는 대표적인 인간들이 바로 일요일에 손노동을 하는 사람, 건방진 예술 애호가, 악착 같은 독학생들이에요.” “좀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어요.” 완전히 얼이 빠진 내가 5층 여자에게 말했다. (중략) “파리에, 그랑제콜에, 대학들에, 출판사들에, 방송국에, 주요 일간지들에, 문학 시장에 당신 같은 사람들 수천 명이 세균처럼 파고들어서는, 우리가 그들을 가두었던 굴욕감, 열등감, 수치심, 일상적인 비굴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그 움직임이 10년 넘게 계속되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면요……. 그들 중 한 사람이, 예를 들어 당신이 구속에서 풀려나 스스로를 치켜세우면서, 자기 뒤에 있는 다른 수천 명의 결단과 야망, 욕망을 충동질하는 걸 상상해봐요. 좌파 부르주아 지식인에게 대항해 중산 계급이 만들어낸 ‘경쟁’이라는 거대한 저수지를 생각해보라고요.” --- p.584

“수영장이 있는 별 네 개짜리 최고급 호텔이란다. 로베르랑 모니카도 함께 갔었지. 이 호텔을 좀 봐라.” 아버지가 아들에게 안내서를 내밀며 덧붙였다. 아들은 바로 그 순간, 말할 수 없이 폭력적인 분노의 감정을 느꼈다. 힘있는 자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는 이 비겁하고 나약하고 겁 많은 존재, 자기 아내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아들인 로랑 달의 청소년 시절을 산산조각 낸 것으로도 모자라 아들을 미칠 지경으로 몰아넣은 노예근성에 찌든 겁쟁이, 초등학교 3학년짜리 어린애를 세상의 고통을 모두 맛본 어른으로 만들어버린 후 지금까지도 계속하여 불안감을 주는 인간, 쉴 새 없이 공격을 받으면서도 그 고통을 매일 가족에게 전가시키며 꿋꿋하고 끈질기게 20년 이상을 버티고 무사히 은퇴한 이 인간이 오늘, 구원된 지금, 험난한 직업의 세계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 종착지에 다다른 현재에 자, 보라, 그가 얼마나 행복한지! 그가 고통 없이 안락의자에 앉아 편히 쉬고 있는 모습을 보라! 희희낙락하며 여행을 다녀온 모습을 보라! 자기 행동의 무게도 깨닫지 못하고 자기 몸에서 꺼낸 결석을 흔드는 모습을 보라!
--- pp.60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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