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은 사물을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고, 조치를 취하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는 제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매일같이 자동적으로 세상에 대한 사소한 추측들을 한다. 이러한 추측들은 우리의 행동에 지침을 제시하는 사물, 행동, 사건, 사람, 생각 사이의 인과관계라고 생각해도 좋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운전할 때 우리는 빨간불이 켜지면 차들이 정지할 것이라 기대한다. 부엌의 수도를 틀면 맥주가 아니라 물이 흘러나올 것이라 예상한다. 추가근무를 하면 결국 월급이 올라갈 것이라 가정한다. 이렇게 가정하는 인과관계가 강하면 강할수록, 우리는 무엇을 접하든지 그 대상에 더욱 자동적, 적극적으로 이러한 선입견을 덧씌운다.
---「1장. “더없이 거대하고 시끄러운 혼란」중에서
우리는 두뇌가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매일같이 너무나 많은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정보의 세부 사항까지 모두 흡수할 수는 없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일반화해야 한다. 심리학자 조든 피터슨은 “삶의 근본적인 문제는 존재의 압도적인 복잡함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저지하며, 피터슨의 말에 따르면 우리의 목표와 관련없는 “방대한 정보를 제거”한다. 피터슨은 마음의 이러한 능력을 “단순화의 기적”이라며 높이 평가한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각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만날 대상에 적용되는 이론을 만든 다음, 그에 따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장 넓은 의미의 세상에 대한 믿음이다.
플래너리 오코너는 이렇게 적었다. “믿음은 지각이 작동하게 하는 엔진이다.” 너그럽거나, 희망적이거나, 냉혹하거나, 비통하거나에 관계없이, 우리의 기대와 가정은 눈앞에 보이는 세상을 끊임없이 비틀고 심지어 왜곡하기까지 한다. 우리는 이렇게 하여 윌리엄 제임스가 말하는 삶의 “더없이 거대하고 시끄러운 혼란”에 대처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모호성을 줄이고 확실성을 늘려가며, 전반적으로 이러한 체계는 잘 운영된다.
---「1장. “더없이 거대하고 시끄러운 혼란」중에서
뛰어난 협상가들은 양면성의 역할을 잘 이해하며 서로 상충하는 정보에서 섣불리 결론을 이끌어내지 않는다. 네스너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시인 존 키츠를 유명해지게 한 다음의 성격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특히 문학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자질, 셰익스피어가 그토록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었던 자질은 무엇일까? 바로 소극적 수용력(Negative Capability)이다. 이는 불확실하고 이해할 수 없으며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성급하게 사실과 이유를 추궁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이다.”
소극적 수용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도 종결욕구가 낮다는 의미다. 이는 우유부단과는 다르다. 소극적 수용력은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의 한 가지 측면만을 고수하거나 그에 집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특별한 형태의 자제력이다.
---「4장. 당신의 종결욕구는 몇 점인가?」중에서
모호성을 회피하기 위해 재고를 쌓아두는 것은 채찍 효과를 야기하는 요인 중 하나다. 사실 모든 유형의 구매는 다양한 정신적 갈등으로 인한 불안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구나 인생에서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할 때마다 경제력을 동원해 그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어한다. 바지를 두 벌 사고 싶은데 한 벌을 살 수 있는 돈밖에 없다든가, 주택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휴가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경우도 있다. 또는 직장에서의 성공과 가족을 꾸린다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만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돈을 지불함으로써 내면적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부유한 사람들뿐이며,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사람들은 이러한 갈등이 야기하는 스트레스와 씨름을 벌여야 한다. 이러한 비유를 적용하면, P&G의 구매 담당자들은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약간 더 많은 양을 구매하는 부유한 쇼핑객들과 비슷하다. 이들은 보험에 가입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건을 사들이면서 미지에 대한 불안감을 달랬다.
---「6장. 모호성을 견뎌내는 CEO의 능력이 기업의 성공을 결정한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