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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리뷰 총점8.5 리뷰 25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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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83g | 148*210*20mm
ISBN13 9788973815739
ISBN10 897381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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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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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페라토?’
모르는 화가였어. 하지만 성모가 기도하는 모습을 군더더기 없이 그린 그림은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지. 이 시대 성화들은 복잡한 도상학과 상징이 뒤얽혀 있어서, 잘 모르고 보는 사람들은 그림을 봐도 보는 게 아닌 경우가 많거든. 하지만 이 그림에는 오직 하나, 영원을 향한 듯한 깊은 기도가 있을 뿐이야.
무엇보다 이 그림이 도드라져 보였던 건 성모가 걸친 옷의 푸른색 때문이었을 거야. 그린 지 삼백여 년이 지났지만 마치 어제 칠한 듯 선명하고 맑은 푸른빛.
(중략)
전에는 포기하지 않는 간절한 바람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소원을 이루는 것보다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지. 차라리 소원 따위는 품지 않는 게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너도 벽옥처럼 푸르던 바람을 그만 잊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 그림 속 성모의 푸른 옷자락에 소원을 새겨 넣어봐. 오늘날의 화학물감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보석 같은, 아니 보석 그 자체인 저 푸른빛이 바라볼 때마다 처음 그대로의 간절함을 일깨워줄 거야. --- "간절한 바람은 푸른색이다" / 사소페라토 · 기도하는 성모마리아 중에서

이 그림은 한마디로 ‘이상한 그림’이야. 분명 사막 같은데 호수와 잇닿은 물가, 멀찍이 호수 너머로 만년설인지 빙하인지 모를 흰빛을 뒤집어쓴 산들, 사막에선 살지 않는 사자의 어이없는 출몰, 달이 높이 뜬 한밤중인데도 어둡지 않고 푸르기만 한 하늘, 그리고 가혹한 사막의 밤에 만돌린 하나 달랑 들고 태평하게 누워 있는 여자.
어쩌면 그 ‘이상함’이 나를, 내가 사는 다른 면모로 이상한 현실에서 잠시 떠나게 해준 것일지도 모르겠어.
이 이상하고도 이상한 그림 속 나라에서 집시 여인과 사자는 아무리 봐도 포식자와 먹잇감의 관계로는 보이지 않아. 사자와 여자는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든 교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걸. 아마도 맹수마저 교감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저 마법과 같은 달빛이 현실의 고통 따위는 잊어버리게 하는 것 같아.
우리는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은, 최소한 그럴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벽을 느끼고 상처를 받아. 반대로 가장 이질적인 존재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말할 수 없는 환희를 느끼게 되지. 도무지 다가설 수 없을 것 같았던 존재와 실낱만큼이나마 교감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커다란 의미가 될 수도 있어. 난 이 그림이 사람들이 지닌 그런 욕구를 담은 것만 같아. --- 이상한 나라로의 휴가 / 앙리 루소 · 잠자는 집시 중에서

(생략)
결혼식 후에는 들러리들만의 은밀한 의식이 기다리고 있었어. 신부의 결혼반지를 쥐고 그 틈으로 결혼 케이크에서 떼어낸 조각을 아홉 번 통과시키면 훗날 결혼하게 될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다나. 그녀는 이제까지 남자를 사귄 적이 없어.
(중략)
신비로운 그림 속의 저 소녀도 완성되지 않았기에 한없이 찬란한 미래를 가졌어. 무엇이든 가질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그래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절을.
어쩌면 우리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건 저마다 할당된 가능성을 갖고 사는 건지도 몰라. 손에 쥔 게 없다는 건 앞으로 무언가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이지. 억지로라도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정말로 누군가를 만날 가능성으로 외로움을 감미롭게 즐겼던 것도 같은 그때의 나처럼, 소유가 없는 빈손을 하루하루 설레어 하며 살 수 있다면, 그 어떤 일상이든 특별해질 거야.
--- 내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 존 에버렛 밀레이 · 신부 들러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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