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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블러드 3

리버스 블러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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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26쪽 | 236g | 120*180*20mm
ISBN13 9788925536620
ISBN10 8925536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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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나가 타츠미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너랑 카츠라기의 진전도 보고 싶고. 담력시험 때 확 덮쳐버리지 그랬어.”
전혀 달갑지 않은 위로의 말을 던진다.
“그건 변태잖아…….”
“무기력한 녀석 같으니.”
아리나가 팔꿈치로 타츠미 어깨를 툭 밀었다.
“그 말이 왜 나와!”
타츠미는 모래 위에 손을 짚어 넘어지려던 자세를 바로 잡았다.
“여자가 다섯 명이나 되는데 내키는 대로 골라잡으면 되잖아. 이런 여행에서 아무 썸씽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해.”
“누나도 후보에 들어가 있는 거야……?”
한참 농담을 하던 아리나의 얼굴에서 갑자기 미소가 사라졌다.
아리나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파도가 다가와 샌들을 신은 발을 살짝 스치고 물러간다. 아리나는 반복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불쑥 중얼거렸다.
“파도를 보고 있으면…….”
“어……?”
“파도를 보고 있으면, 뭐랄까…… 어지러워.”
아리나가 이렇게 말하며 파도에 손가락을 담갔다. 젖은 모래에 손가락을 찔러 천천히 옆으로 움직인다.
타츠미는 모래 위에 선을 긋는 아리나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봐, 파도는 이렇게 스윽 움직이잖아. 그 변화에 맞춰 시선을 계속 움직이고 있으면 머릿속이 머엉 ㅡ 해진다고 할까. 빙글빙글 돈다고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야.”

...

그곳에는 평소 보고 지내는 것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해골이 무덤 속에서 일어나 기묘한 포즈를 취하고, 춤추고, 혹은 하늘을 향해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생체 각 부분을 떼어 내 개별적으로 그린 그림은 난생 처음 보는 생물처럼 보였다. 잘린 근육 사이로 보이는 새빨간 내장들은 장미 꽃잎을 연상시켰다. 모든 기관을 빼버린 사람의 얼굴에는 희열의 표정마저 엿보이는 듯했다.
피부 한 장으로 감싸여있는 오장육부야말로 인체의 비밀이자 진리였다.
표피 하나로 가려진 안쪽에 전혀 다른 광경이 숨어 있는 것처럼, 이 세계 전체에도 다른 단층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을 접할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와 거의 같은 시기에 알게 된 것이 아르침볼도의 그림이었다.
주세페 아르침볼도…… 16세기에 활약했던 매너리즘 화가로 후에 초현실주의자들의 선구자적인 존재라고 재평가 받은 인물이다. 꽃, 과일, 어류, 조류, 서류를 모아 사람의 초상화로 보이도록 그린 그림을 보며, 소년은 인체를 서류나 식물과 동등한 것이라 여기게 되었다.
현기증 날 듯한 이 공상은 어린 소년의 머리에 지극히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와 초록색 브로콜리의 기둥, 터질듯이 여문 포도 알갱이와 과자 가게 쇼윈도 앞에 놓여있는 치즈 케이크에도 당연히 사람과 마찬가지로 내장이 들어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두근두근 맥동하는 심장과 치밀하게 얽혀있는 혈관, 딱딱한 뼈가 밀집되어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 순진한 착각은 후에 무심한 어른의 한마디에 깨끗하게 부정당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어른들이 얘기해준 사실이야말로 틀림없이 착각이라 생각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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