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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

세 친구

: 박수현 교육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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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63701479
ISBN10 896370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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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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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내 방 안 치워줬어? 내 방이 이렇게 엉망진창인데 왜 구경만 했어? 내 마음 안다면서?”
이모는 진지한 얼굴로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만큼 네가 힘들잖아. 넌 힘들 수밖에 없어.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마저 떠나버린다면 누구나 힘들어. 너무너무 힘들지.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어.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오로지 혼자서 감당해야 해. 충분히 힘들어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당연해. 네 방은 네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표시였어. 그래서 그대로 둔 거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문득, 폐인 같았던 한때의 이모 모습이 떠올랐다.
“이모도 나처럼 힘들었어?”
이모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본문 「왜?」 중에서

“해야 하는데, 하기 싫어, 하기 싫어, 하고 외면하면 그 시간이 괴롭잖아. 괴로워 할 바에는, 괴롭기만 하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바에는 그냥 하는 방법밖에는 없더라. 그래서 마음속에서 ‘하기 싫……’ 소리가 나면 그 순간에 벌떡 일어나서 해버리는 거야.
‘싫’자가 떠오르는 그 순간에 벌떡.”
대단한 이모였다.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물었다.
“이모는 처음부터 그렇게 살았어?”
“아니.”
“그럼 언제부터 그랬어?”
(……)
“그때부터였어.”
마침내 이모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이모 앞으로 몸을 숙이며 두 귀를 활짝 열었다.
“나를 사랑하기로 한 날부터.”
“……?”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부터 사랑하기로 한 그날부터였어.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 날부터.”
그 대답을 듣자, 내 가슴속에서 따스한 물줄기가 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떠올랐다. 폐허 같았던 내 방을 치우기 직전, 내가 나를 만났던 순간이. 동굴 같은 방 안에 손을 내밀어서 끌어내주고, 안아주고 싶었던 내 모습이. 뒤이어 똑같이 폐허 같은 방 안에 웅크리고 앉은 어느 날의 이모의 모습도 떠올랐다.
(……)
“그래서, 이모도 그때…… 방을 치웠어?”
이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때부터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생각했지. 나를 사랑하려면, 스스로 나를 괴롭히지 않아야 하고, 스스로를 함부로 취급하지 않아야겠더라. 일을 미루지 않는 것도 그런 방법 가운데 하나였어. 나를 시간에 쫓기게 하지 않기, 시간에 빚져서 허덕이게 하지 않기…….”
---본문 「사랑하는 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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