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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라이프

파크 라이프

: 12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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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14쪽 | 352g | 128*188*20mm
ISBN13 9788901105901
ISBN10 89011059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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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서는 되도록 고개를 숙이고 걸어간다. 그때 곧바로 고개를 들면 안 된다. 먼저 넥타이부터 느슨하게 풀고, 지하철 매점에서 사온 캔커피를 한 모금만 마신다. 고개를 들기 직전 몇 초간은 눈을 감는 게 좋다.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신 후, 단번에 고개를 쳐들며 눈을 크게 뜬다. 비좁은 지하도에 익숙해진 눈에는 조금 가혹하지만, 머릿속이 어질어질 하는 가벼운 황홀경을 맛볼 수 있다. 까닭은 모르겠지만, 왠지 눈물이 복받쳐오를 때도 있다.
싫어하는 이유와 좋아하는 이유가 완전히 똑같을 수 있을까. ---p.12-13

파문이 번지는 연못, 이끼 낀 돌담, 나무, 꽃, 비행기구름, 그런 모든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상태는 실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이고 뭔가 한 가지, 예를 들면 연못에 떠 있는 물새를 본다고 의식함으로써 비로소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진 물새가 물새로서 드러나는 것이다. ---p.30

최대한 몸이 닿지 않게 팔을 벋디디는 자세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 위치까지 몸을 지탱하며 히카루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닿지는 않았지만, 그 입술이 부드럽다는 것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하고 있었을까,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히카루를 끌어안고 있었다. 너무 꼭 끌어안아서 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히카루가 눈을 떴다는 것은 알았다..... 아직도 그날 밤,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자세로 몸을 지탱하던 팔의 이두박근이 후들거리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p.33

지하철에서 처음 말을 주고받았을 때도 그랬지만, 그녀의 말투에서는 상대와의 거리를 성큼 줄이는 느낌이 묻어나왔다. 강인하게 확 이끌려가는 게 아니라 상대가 내 앞으로 폴짝 뛰어오는 것 같은 느낌. 서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인데도 “점심 벌써 먹었어?”라고 자연스럽게 묻는 그 말투는 마치 내 방 열쇠를 가지고 있는 애인의 그것처럼 친근함에 젖어들게 했다. ---pp.35-36

“예를 들어 미즈호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잖아. 그러면 뭐랄까, 신경을 써준다고 할까, 늘 같이 있으면 집사람이 숨 막혀 할지도 몰라서 난 침실에서 책을 읽지. 그러다 미즈호가 침실로 들어오면 불 때문에 잠을 못 잘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거실로 나가고. 같이 있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같이 있고 싶으니까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다니는 거지.”---p.43

“왜 모두들 공원으로 올까요?”
“마음이 놓여서겠지”
“그렇잖아, 공원에서는 아무것도 안 해도 누구도 책망하지 않아. 오히려 권유나 연설처럼 뭔가를 하려 들면 쫓겨나지."
---pp.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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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라이프』의 완성도는 극도로 높다. 인간이 살아서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러한 물음을 실로 자유분방하면서도 깊게 파고들고 있다.
-고노 다에코 (아쿠타가와 상 심사평에서)
요즈음은 『파크라이프』처럼 구석구석까지 소설의 참맛이 배어 있는 작품을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소설이란 마땅히 이런 것이어야 함에도.
미우라 데쓰로 (아쿠타가와 상 심사평에서)
"무언가가 항상 시작되려 하면서도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현대 특유의 존재의 불안감과, 뒤틀린 유머 감각,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는 미미한 희망 같은 무언가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무라카미 류 (아쿠타가와 상 심사평에서)
끝내 알 수 없는 타자의 내면과 인간의 고독을 말하고 있는 작품. 때로는 냉정하고 우아한, 때로는 열정적이고 추레한 인간과 그들의 삶의 양상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조망하고자 하는 작가의 꾸준한 문제의식과 의도가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인간은 이따금 자기 자신의 내면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존재다. 대상을 통한 자기 점검이 늘 필요한 우리에게 자기를 낯설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리라 믿는다.
이영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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