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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53*224*20mm
ISBN13 9788996141464
ISBN10 899614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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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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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강생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깍두기 스타일에, 커다란 덩치하며, 누가 봐도 영락없는 조폭스타일이었다. 살인으로 15년 형을 살고 사회에 나갔다가 다시폭력으로 들어와 3년째 복역 중인 사람이라 했다.그러나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온순한 성격과 공부에 대한 집념이 대단한 학구파 수강생이었다.특히 교도소 내에서 연마한 글쓰기 솜씨가 빼어나 강의 시간이면 유독 자신의 글을 직접 발표할 기회를 자주 갖곤했던 친구이기도 했다. 무려 3개월을 강의하면서 우린 단 한 차례도 서로 알은 체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고 있었다. 그도 나도……. 우린 가난한 동네였던 서울변두리 상계동에서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다.인문학 강의의 과제로 제출했던 친구의 글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초등4학년 무렵장기 가출을 하는 바람에 1년 유급해 동창들보다늦게 졸업장을받았다고 했다.그걸로 그 친구의 학창시절은 끝이었다. 연거푸 부모가 돌아가시자 학업을 중단한 채형들과 함께전망 없는 삶을 살면서 유달리 덩치가 컸던 친구는건달들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했다. 그 후 놀음꾼을 향해 휘두른 야구방망이가 그만머리에 맞아 그렇게첫번째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했다.그가 써낸 작문에 이런 글이 있었다.
"내겐 그리워할 어머니가 없다. 너무 어린 나이에 돌아가셔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하다.내게도 어머니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막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밖에는 나의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 어느새 나는 내 아이에게 아버지 없는 아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나가면 다시는 이곳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내 아이를 결코 아버지 없는 아이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2학기 강의를 위해 다시 교도소를 찾았을 때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늘앞자리 두 번째에 앉아 내 얘기를 경청하고 곧잘 질문도 던지고 시도 제법 잘 외워서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그가 자리를 비우자 강의실이 텅 빈 것 같았다.결국 규정위반인 것을 알면서 다른 수인들에게 그의 근황을 물어봤다. 대부분 침묵했다. 강의를 마치고 여러 차례의 철문들을 통과해 밖으로 나왔을 때 인솔 교도관이 슬쩍 그의 근황을 알려주었다. 징벌방에 들어갔다는 거였다. 그곳이어디냐고 묻자. 그냥 교도소 내의 교도소라는정도로만 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행인 건 곧 징벌이 풀려 다시 강의를 들을 수도 있을 거라는 귓뜸이었다. 10월 어느 날이었다. 첫 시간을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이었다. 그 친구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여기서 나가게 되면연락하고 싶다는 거였다. 물론 흔쾌히 그러라고 했고 슬쩍 명함도 쥐어줬다.혹시 교도관이 들을세라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친구야, 반갑다. 우리 동창이잖아. 나오면 꼭 연락해라.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잊지 말고 거기 명함에 있는 번호로연락해."
내 손을 잡고 있던그의 손에힘이 들어가고 있음을느낄 수 있었다. 30여년 만에 만난 동창의 손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그는 점점 더 세게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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