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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말 비슷한 말

반대말 비슷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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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3쪽 | 504g | 153*224*30mm
ISBN13 9788975987960
ISBN10 897598796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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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는 이 정보오락의 시대에 무엇일까요?
유명한 정도가 매년 한국의 노벨문학상 예상 인물들 중의 하나로 꼽히는 한 소설가가 학교에 초빙된 적이 있었습니다. 소강당 강연 중에 그는 시를 못 쓰는 사람이 소설을 쓴다 하고, 소설도 못 쓰는 사람이 평론한답시고 하고, 그것도 못하는 사람이 교수한다고 공언하더군요. 물론 유머였겠지만 가슴이 막혔습니다. 별 볼일 없는 문학 강의 시간 줄여서라도 학생들에게 유명작가를 만나게 하려던 저는 하릴없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렇다고 그제서 분발해서 소설을 쓰기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얼떨결에 소설가가 되긴 했지만, 아무도 저를 소설가라 불러주지 않은 때였습니다.
후기자본주의사회에서 교수는 허위의식의 극치의 하나입니다. 어설픈 존경이라는 것도 허울 뿐, 그에 전혀 걸맞지 않게 그들이 하는 노동의 양을 생각해보십시오. 취미 하나 개발하기는커녕 마음 편히 밤잠을 자보는 것이 소원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더 많은 시간 글에 매달려도 더 알아주는 사람 없는 소설가의 길에 빠져든 것은 저로서는 실존적 선택이었습니다. 다른 나라 다른 소설들을 파먹느라 밤을 지새우는 하이에나이기를 멈추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지친 하이에나는 완전히 생경한 글쟁이의 길로 접어들자 표범은커녕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는 박쥐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늘 선택 앞에 깜깜한 채 내팽겨진 우리들의 무력감을 외면하지 못합니다. 앞을 향하고 걸어도 불안한 걸음을 계속 뒤돌아보느라 터덕거리는 어리석음을. 가끔은 먼 데 하늘을 바라며 전혀 다른 상황을 꿈꾸는 우리들의 모습을.
꿈을 꾸는 한, 인생은 늘 불발입니다. 유토피아는 아무데도 없는 곳이니까. 그런데 삶이 점점 녹록치가 않습니다. 한 겨울에도 반쯤 벗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라고는 하나, 우리들 어디에도 온기라고는 없습니다. 행여 내일 실패하지 않으려고 뇌세포는 주판알로 피범벅입니다. 그러나 그냥 살아있는 것은 모든 생물체에게 주어진 우연한 권리일 뿐입니다. 그보다는 나에게만 주어진 한 가닥 미미한 권리로서, 나는 나로서 살기를 망설이고 싶지 않습니다. 지식산업의 대열에서 살아남느라 정신에 대한 죄악이라고 홀대했던 이미지 - 이제서 이미지에 들려 나로서 상상하기는 어떤가요. 나는 상상한다, 고로 존재한다!

오래 망설이며 겁냈던 글쟁이로서의 실존 -
어딘지 산만한듯하면서도 응집력을 지닌 소설쓰기에 몰입하고 싶습니다. 서사텍스트란 겉보기에만 하나의 통일체일 뿐, 실제로는 사건의 객관적 세계와 서술자의 주관적 세계가 씨줄날줄처럼 얽힌 꿰뚫어보기 어려운 혼재의 장입니다. 등장인물이 느끼는 불평등, 장애 또는 결핍은 서술자를 긴장시키는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여기에 또 작가의 유희충동에 의한 개입이 의도적으로 시도된다면? 소설을 쓸 때면 저는 거의 전율을 느낍니다, 길은 멀지만 박쥐도 아무튼 날개는 있으니까요.

2010년 2월
서용좌 --- 서문 중에서

반대말 공부가 비슷한말 공부보다 어린이 학습과정에서 더 어렵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생각해보라!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는 거란다! 라고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준다면, 어린 당신은 곧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면서 착한 어린이가 되려한다. 그래서 배우지 않더라도 우연히 반대말을 알게 된다. 눈을 감고 있어도 한참동안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어린 당신은 난 착한 어린이가 아니라 안 착한 어린이인가보다! 하고 겁을 내면서 안 착한 어린이를 체험하게 되니 말이다.

그, 그라고 하자. 서술자라고 해서 다 이름 짓기에 능한 것도 아니고, 또 이름에서 뭔가를 추측해내려는 독자들이 상상되어서 도무지 짓기 어려운 것이 이름 아니던가. 그는 착하거나 안 착한 어린이라는 반대짝 뿐만 아니라, 세상은 정말 반대말투성이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일찍이 알게 되었다. 예쁜 친구와 더불어 안 예쁜 얼굴이 떠오르고, 공부를 잘하는 친구와 더불어 못하는 친구가 함께 존재했다. 윤기 나는 옷을 빼어 입은 아이 곁엔 허름한 옷이 있었고, 책상마저도 새 책상과 헌 짝이 나란히 거기 있었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향긋한 치마와 어머니의 퀴퀴한 자락에 숨은 반대말의 위력은 놀라웠다. 비껴 앞자리 순이의 무성한 머릿결과 교장선생님의 민둥산도 재미있었다. 순이의 고운 손은 할머니의 나무껍질과 반대였다. 그런데 말이 좀 이상하기도 했다. 고운 손의 반대는 나무껍질인데, 나무껍질의 반대는 새순이다. 고운 손은 새순과 비슷한 말인가? 반대의 반대는 같은 것이라고 배우다보면 뭔가 딱 들어맞지 않았다.

딱 들어맞지 않는다고? 뭣이?
그가 뭔가 딱 들어맞지 않을 때 우물거리고 있으면, 한 줄 건너 친구녀석이 꼭 참견이었다.
얌마, 울 삼춘이 그랬어, 인생 참 딱 들어맞는 것 아니라고.
그래도 역의 역은 정이니, 반대말의 반대말이면 최소 비슷한 말이 되어야 하고…….
얌마, 너 산수 시간 끝남 나 앞에서 최소배수 그딴 소리 치우라 그랬제!
이게 뭐 산수여, 산수는 아니구만.
얌마, 산수가 공부고 공부가 산수제, 차라 차!

반대말과 비슷한말로 그가 혼란스러울 때 출구는 뜻밖에 색의 세계에 있었다. 색깔의 세계는 유일하게 옳고 그름이나 반대가 없었다. 삼원색을 배울 때만해도 빨강의 반대는 나머지 둘 파랑과 노랑의 합인 초록이라는 특정 반대색이 있었지만, 그건 시험 볼 때만 그렇다는 생각이었다. 태극기를 보면 파랑이 반대일 수도 있고, 어느 때는 검정이 반대이기도 했다. 빨강의 반대가 검정이라면 누군가는 틀렸다고 말하겠지만,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나중에야 읽었지만 야심찬 청년이 등장하는 그 알쏭달쏭한 ‘적과 흑’을 보라. 적 군대와 흑 가톨릭교회는 나폴레옹 시대를 지나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서로 다른 두 길이다. 라틴어를 비롯하여 다양한 지식을 가진 최고엘리트에 속하는 신부가 되거나 권력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군인으로 성공하는 길. 지식과 권력은 서로 반대로 나온다. 다시 어렵기는 했다.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층에 비하면 신부도 군인도 한 편에 든 가진 자가 되기 때문이다.

너는 색을 기발하게 말하는구나!
(색을 말해요? 빛 때문에 그러죠.)

색은 ‘빛을 받아 물건들이 빨강·노랑·파랑·하양·검정 따위로 나타나는 것’이다. 빛은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밝혀 주는 물질현상’을 말한다. 그러니까 빛이 먼저다. 이 둘, 반대말도 비슷한말도 아닌 빛과 색을 향한 동경 속에서 어린 날들은 그 나름대로 행복했다. 그는 더 이상 반대말 조합으로 빠지지 않고, 보이는 빛과 색을 향유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상급반이 되어 미술실 출입을 중지하고 책에 처박히기로 하자, 책 속의 글자들 위에 빛이 춤추었다. 빛을 예수님은 ‘진리의 능력’이라 했고, 색을 불교에서는 ‘보이는 모든 것’이라 한다. 무지가 용맹이었나? 간단히 해석했다. 진리의 능력이 있으면 모든 것을 본다? 진리는 쉬운 말로 공부를 하다보면 이르게 되는 것일 터. 더 이상 반대말과 비슷한 말의 유희를 접고 코앞에 펼쳐진 공부에 집중하다 보니 세상은 비교적 간단했다. 간단하다는 것은 그 반대말과 비슷한말 등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복잡하다거나 난해하다거나 그런 단어들은 희미해갔다. 어쨌거나 명문 고등학교를 거쳐서, 명문 대학까지 가게 된 그에게 세상은 참 반듯해 보였다.
간단히 평등한 세상일 뻔 했다. 대학에 가서 그만 육법전서라는 어둔 감옥에 갇힌 건 철 이른 퇴색이었지만, 그는 간단히 열심히 했다. 그러나 단대 수석졸업의 영광은 졸업 후에도 계속되는 낙방에 전혀 빛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멍에였다. 고시공부는 빛이 색으로 나타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큰아버지와 아버지의 연이는 병사는 가세를 완전히 결딴내버렸고, 이번에는 공부가 빛이 아니라 죄악이었다. 그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유식한 그가 제대로 사람이라면 이제 그 지식을 돈으로 환전해 와야 할 차례였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불안한 아들이 가까이 와있는 것만으로 효도였다. 유전적으로 취약한 병을 지닌 집안의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여자들에 비해 약자로 분류되었다. 여자들이 강자라니……. 무엇인가 잘못된 듯 대립쌍이 등장하자 그는 다시 반대말 비슷한말 신드롬에 빠졌다.

돌이켜보니 청소년 시절 내내 그는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왜 강하고 싶었을까? 그건 차치하고, 강한 사람의 정의가 불분명했다. 사전에 찾아보면 마음이 단단하고 굳센 사람을 일컬었다. 반대말은 유하다 이었다. 유한 사람은 부드럽다고 했다. 또 다른 한자의 강한 이미지는 (정신이) 굳세거나 엄격하며, 잘 견디는 힘이 있다고 했다. 반대말, 약하다. 약한 사람은 힘이 적거나 덜하고, 성격이나 마음이 굳세지 못 할뿐 아니라, 몸도 부실하다고 했다. 약한 사람은 유한 사람의 부드러운 점도 없으니 가장 못난 사람이다. 그는 절대로 약하게 되지 않고 강하고자 했다. 반대말은 그에게 자신의 정향을 세우는 데에도 이렇게 도움이 되었었다. 하지만 그는 실패자로서, 결국 강하지 못했다.
그렇담 고시공부를 시작한 것은 옳았는가 아닌가? 그 답은 결과적으로 훤했다.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하지만 누가 대학 진학하는 열아홉 스물의 나이에 자신의 선택이 옳고 그름을 안단 말인가? 그럼 그걸 포기한 것은 옳았는가 아닌가? 그 답도 결과적으로는 훤했다. 그는 그길로 지식을 환전하기로 결정했지만 썩 성공하지 못했다. 그저 단순하게 아는 것을 팔아서 일정한 돈을 들이는 월급쟁이. 어머니가 생각하시기에 법관만은 못해도 중등교사가 된 그를 그 나름으로 대견해 하신 것은 동네 체면이 좀 섰다는 것일 뿐, 교사직은 성공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으니까.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 법대생 뒷바라지를 해서 성공시키고 판검사 부인의 후덕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꿈꾸던 여자친구의 성공도 그의 실패를 따라 망쳐졌다. 금은방 과수댁의 무남독녀 외딸은 계산엔 약했던지 그를 떠나지 않았다. 취미정도로 음악과를 졸업한 그녀가 역시 취미정도로 음악학원을 차린 것도 모녀간의 일로, 아내에겐 결혼마저 취미정도의 일이었을까 후다닥 놀랐을 때에는 자식도 없이 자식을 날 성 싶지 않은 어정쩡한 중년이 넘어있었다. 그에게 반대말 옳음·그름은 예전에 사라져간 기호 같은 것에 불과했다. 그는 자투리시간만 나도 도서실에 쳐 박혔다. 무엇인가를 읽는 것은 생각을 피하는 좋은 탈출구였다. 컴퓨터가 태어나자 그보다 더 좋은 벗이 없었다. 헤집고 후벼도 그러면 그럴수록 새로운 무엇인가를 퍼내주는 친구. 그렇게 머리에 서리가 수북이 내려갔다.
*
지난 오월 하순이었다.
고향의 녹음은 늘 서러움과 함께 오지만, 그 오월은 잔인함을 더했다. 하필 그 토요일 오후로 예정된 제자들의 홈커밍 행사에 참석하기로 단단히 약속을 해둔 그는 신 새벽에 기절을 할 뻔 했다. 그가 무슨 모임, 더구나 ‘사모’자 이름 들어가는 모임 따위에 드는 것을 목숨 걸고 싫어하다시피 했더라도, 어찌 빈털터리 후보를 위한다는 모임에 들지 않을 수 있었으랴! 그 아무개가 바위산에서 떨어졌다. 떨어져 죽었다? 떠났다? 사라졌다? 없다? 존재하지 않는다? 멸했다? 어떤 비슷한말로도 그 반대말을 되살려 낼 수 없었다.

하필 이런 날 홈커밍 행사가 가능할 것인가? 약속은 약속? 누구보다 서울근교에 살면서 서울팀을 따라 참석하련다던 선희가 떠올랐다. 사실 선희를 떠올렸다는 것은 정직한 거짓말이다. 고등학교 교실의 고선희? 아무런 실마리 하나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 그러니까 이 행사가 잡힌 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해서 자신을 떠올리려고 애쓰던 고선희, 선희가 떠올랐다.

샘, 샘은 당연히 절 모르시죠?
글쎄다, 선생님이 좀 솔직하지 않더냐. 그래, 나 니를 모르겄다.
홈커밍 연락 받으셨죠!
그래 받았지.
저 샘 꼭 만나고 싶어서 내려갑니다.
나를?
아 걱정 마셔요. 사춘기 짝사랑 그런 거 하곤 전혀 다르니까요.
녀석도. 그런 거래야 함께 웃고 말지.
이번 동기들이 실제 동기들이 아니거든요.
동기들이 아니면?
샘, 저 고2에서 3학년 진급 못했어요. 해서 일 년을 더 다니려니 이번엔 제2외국어가 바뀐 거예요. 불어를 어떻게 해요 또 낙제하라고!
낙제?
네에, 낙제요. 낙제 모르세요? 할 수없이 제2외국어만 3학년 독어특별반에 들어가서 하려니, 그게 됐겠어요? 갸들 독일어 뿐 아니라 엄청 공부 잘하는 애들이었잖아요. 제2외국어 시험보는 학교들이 일류들뿐이었으니 말여요.
허어.
그래서 시작하다 말고 쉬고 어쩌고, 물론 아팠죠. 병명요? 건 절 기억도 못하시니 놔두세요. 제 얼굴 보곤 알아보셔야 해요.
그러겄지.
그런데 그 독어샘 지금도 만나세요?
지금도 만나다니? 묘한 소리다.
아니, 저 독어샘이 우리 2학년 때 독일 가셨고, 그래서 샘이 두 달 동안, 아니 뭔 일 생겨서 근 한 학기를 샘이 대충 떼워주신 거 아녜요! 그래서 다들 친한 사이라고!
친해? 그리고 뭐 대충이라니, 임마! 그러고, 그 시절 학교에서 선생님이 갓 부임한 꼴찌다 보니 어찌 이런저런 일 맡았던 거지. 말이 났으니 선생님은 독일어를 많이 좋아한 과목이었단다, 수업시간에 말 했었지. ??독일인의 사랑?? 그런 작품 정도는 학생 때 독일어로 읽고 그랬다니까.
그런 소설만 좋아하시니까…….
그러니까 뭐라?
샘, 그러니까 꼭 나오시는 거죠? 독어샘한텐 진짜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는데, 오실지 몰라서요. 아니 지금 고등학교샘 아니신 분들도 오신가 해서요.
아 다들 아니시지. 은퇴하신 분이 더 많을 정도다 너.
그런가. 암튼 독어샘이랑 꼭 오셔야 되거든요.
뭣이 되어야!
아니 그냥요, 꼭!
연락은 드려봤냐?
아뇨. 저는 이 동기들이 어려워하는 언니죠. 그냥 입학동기들은 나한테 연락도 안하고 지들끼리 홈커밍 해버렸대요. 서운해서, 아니 삐쳐서, 어찌 뒤늦게 후배들이랑 참석하냐고 웃으실 거예요? 전 꼭 가야한다니까요.
참 나, 그 선생님도 오시겄지.

어느 날은 좀 횡설수설인 것이, 이 애가 혹시 낮술을 한 것이나 아닌가 싶은 묘한 생각도 들었다. 나이로 따지면 그럴 법도 하다. 고등학교 졸업 30주년을 맞는 거라니. 게다가 선희는 후배들과 함께 졸업을 했다지 않나!

샘, 왜 독어샘이냐고요? 1학년 때였을 거예요. 우리학교에 놀랍게도 대통령이 왔어요. 왔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 직접 대통령을 본 기억은 없거든요. 나만 운동장에 안 나가고 양호실로 도망쳤었거나……. 암튼 그 때 우리 전교생 천명도 넘은 숫자한테 카스텔라 하나씩을 다 나누어 준거예요. 그 당시 솔직히 카스텔라는 가정실습시간에만 만들어 보았지 다들 사먹어 보지는 않았죠. 그 많은 양을 실장이 주번학생들이랑 교무실에 가서 타오는 거죠. 그런데 그게 쿇필 우리 반이 독어시간일 때였나 봐요. 샘이 카스텔라를 받고서 다소 웅성대는 우리들을 가만 내버려 두시더니, 맨 앞자리 아이의 카스텔라 포장에 붙은 글씨를 들여다보며 딱 이랬다니까요.
아무개대통령 하사품? 그렇구나. 여기에 대통령 선물이라고 써있었음 더 좋았겠구나. 하사품이라는 단어는 상하관계 느낌이죠? 여러분이 위대한 직분의 사람이 되거든 하사품 대신 선물을 많이 하세요!

그 뿐인 줄 아세요? 그 대통령 방문사건이 학교로서는 큰 이슈였겠죠? 암튼 그래서인지 그해 교지에 샘들에게 앙케트가 나갔어요. 만일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무엇을 가장 제일로 할 것인가, 그거였죠. 물론 전체 샘들은 아니고, 기자들이 지들이 좋아하는 샘들 찾아가 물었겠죠! 그런데 독어샘이 뭐라고 대답한줄 아셔요?
내가 어찌.
그렇죠? 건 샘 오시기 전이니까. 그런데 참, 샘도 놀라실 걸요!

그러더니만 어딘가로 말꼬리를 돌리고는 다음날 다음날도 횡설수설이었다. 조금 낭패다 싶었다. 어디서 이제 이 세월 지나고서 그 옛날 일을 미주알고주알 읊어대는 학생이라니.

샘, 저예요 선희, 이젠 아시져?
그래 안다, 고선희.
저는요, 애들이 독어샘 어쩌고저쩌고 할 때 첨엔 괜찮은 몸매에 괜찮은 옷 입고 다니면 무조건 다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비쩍 말라 차가워 보이고, 기본적으로는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죄송해요 샘, 학생들도 취향은 있는 거라구여.
그래 안다.

속으로 그는 말했다. 너 영 내 취향이 아니구나. 웬 수달까, 명색 옛 은사를 대놓고서. 그러다가도 녀석이 새 꼭지를 내밀면 덥석 물었다.

그리고 진짜 어머니 같았던 가정샘 기억하시죠? 그 샘이 우연히 독어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학교에 다닐 때 봤다면 은사였을까? 암튼 가정샘 말씀이 학교 때도 가장 정리정돈이 잘 된 책상은 독어샘 반 책상들이었대요. 청소 끝나고 나면 책상 키들이 제일 잘 맞추어져 있었대요. 가정샘 생각에도 그렇게 비어있는 교실을 힐끗 보며 지나가노라면 편안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래도 환경정리검사 평가 때엔 한 번도 일등을 못하는 반이었대요. 왜 그런 줄 아셔요? 그 반은 고집스럽게 화병을 안 둔대요. 교탁 위 화병이면 5점 - 그렇게 항목이 있어도 준비를 안했대요. 그 반 담임샘이 우리 반도 꽃병만 갖추면 일등인데, 그러시면 대들었대요. 꽃병의 꽃은 죽음이라고! 그래서 교무실에서 유명해졌대요. 교무실에서 유명해지면 피곤하죠. 그런데 나중에 샘이 된 건 희한하죠, 샘들과 잘 못 살고도?
--- 「반대말·비슷한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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