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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 마광수 에세이

[ 개정판 ]
리뷰 총점8.0 리뷰 5건 | 판매지수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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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7쪽 | 478g | 150*225*30mm
ISBN13 9788996218333
ISBN10 8996218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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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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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는 역시 꿈이고 백일몽白日夢이며, 공상의 산물이라고 믿는다. 사람은 평생 동안 3분의 1에 가까운 시간을 잠을 자는 데 쓰고 있고, 잠은 곧 꿈꾸는 시간을 의미하며, 꿈이 없는 잠은 곧 불건강한 잠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꿈꾸는 행위, 몽상하는 행위는 불필요한 사치나 여가 때우기 작업이 아니고 인간에게 있어 본질적으로 필수적인 것이다. 소설이 이성의 작업에 가까운 것이라면 시는 감성에 속하는 것이고, 소설이 ‘낮의 노동’에 비유된다면 시는 ‘밤의 꿈’에 비유된다. --- '‘피의 시’와 ‘꿈의 시’' 중에서

흔히들 “젊은이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야망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도한 희망은 그 희망이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급격한 절망으로 바뀌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야망 역시 사람을 승부욕과 경쟁심으로 지치게 만든다. 미리 예방주사를 맞는 기분으로 자신의 젊은 기개를 약간 꺾을 필요가 있다. 부모들의 과잉애정, 과잉기대 때문에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뭐든지 지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말도 있듯이,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냉정하고 현명하게 설계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 '4월' 중에서

가을은 확실히 우리들에게 무언가를 생각하도록 만들어준다. 우리의 고달픈 인생길에 단순한 마취제와도 같은 작용을 하는 한여름의 들뜨고 화사한 자연이 아니라, 우리의 실존 그 자체의 본질을 깨달아 알게 해주는 것이 바로 가을의 자연이다. 가을밤의 내밀한 적막과 고독이 나는 너무나도 그립다. 그리고 자연의 진정한 신비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기만 하는 현대 도시인의 생태가 새삼 슬퍼지는 것이다. --- '가을, 자연, 인생' 중에서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점점 좋아지는 역사’가 아니라 ‘점점 나빠지는 역사’였다고 생각하게 되는 수가 많은데, 인류의 비극은 모두 다 정신주의적 생활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소위 자연을 정복한다고 하여 생태계의 질서를 허물어뜨린 것은 모두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고, 그 우월성은 인간의 정신(또는 이성)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오만한 태도에서 나왔다. 수많은 종교전쟁, 중세기 암흑시대의 비극, 이데올로기간의 피나는 싸움에서 비롯된 끔찍한 희생 등이 모두 다 정신주의에 기인한다. 요즘도 우리들은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무언가 후세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고,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곧 정신적 업적에 의한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살아간다. 그러나 나는 명예욕이야말로 식욕과 성욕보다 더 추악하고 더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 '정신주의와 육체주의' 중에서

물욕과 명예욕은 우리들에겐 큰 강적이다. 그러나 그것을 지나치게 기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현실로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황진이를 꺾어보겠다고 그녀를 외면하며 길을 걷던 벽계수는, 황진이의 아름다운 둔부를 쓸어주면서도 태연했다는 서화담의 국량을 좇아가지 못했다. 한가지만 외곬으로 파고드는 것보다 모든 것을 두루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들이 지향해야 하는 인간상인 것 같다. (…) 더불어 역설의 진리를 항상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몸이 굽어 못생기게 흰 나무는 겉보기엔 볼품없어 보이는 나무 같지만, 곧고 훌륭하게 자란 멋있는 나무가 나무꾼들에 의해 벌채당할 때 화를 모면할 수 있다. (…) 현실에 매달려 인연에 급급하고 지나치게 출세를 꿈꾸다보면 세속적인 ‘성공’도 할 수 없게 된다.
--- '섭세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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