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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유혹의 기술

예능, 유혹의 기술

: 예능에서 배우는 기획과 설득의 기술

리뷰 총점8.7 리뷰 10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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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97g | 153*210*17mm
ISBN13 9791186256695
ISBN10 118625669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승한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6년 뜻을 함께한 친구들과 아마추어 대중문화 비평 웹진 [채널 꺄뜨르]를 창간하고 MBC [무한도전] 리뷰와 여러 예능인들에 대한 인물평을 쓰면서 공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한겨레] 오피니언란 [야! 한국사회] 필자, 대중문화 웹진 [텐아시아] 취재기자로 활동했으며, 2013년부터 [한겨레] 토요판 ‘술탄 오브더 티브이’를 통해 대중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인물평과 비평을 연재 중이다. 그 외에도 [시사IN], [에스콰이어], 모바일 매거진 [월간 윤종신] 등에서 영화와 TV를 매개로 세상에 대해 말할 기회를 누리고 있다.

TV는 인류 역사상 가장 대중적이고 저렴한 대중오락인데, 그렇기에 종종 ‘바보상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TV만큼 당대 대중의 욕망을 예민하고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창구도 드물다. 그런 믿음으로 TV 프로그램, 특히나 예능 프로그램을 도구 삼아 시대의 욕망을 읽고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을 읽어내려 노력해왔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TV 산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중을 유혹하고 자신의 비전을 설득해내는가를 함께 살펴보고자 했다. 이 책이 대중을 유혹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싶은 이들에게 일종의 ‘힌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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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 고쳐 생각해보니, 난 나도 모르는 사이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살아왔던 것이었다. 대중문화가 관객을 향해 손길을 뻗고 제 매력을 뽐내 상대를 매료시키기 위해 취하는 거의 모든 일들이 사실은 기획의 일부니까 말이다. 심지어 방송가에서 기획이란 단어는 훨씬 더 포괄적으로 사용된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것도 기획이고, 전에 없던 포맷을 고안해내는 것도 기획, 프로그램 안에 어떤 새로운 아이템을 도입할 것인가 고려하는 것 역시 기획이며, 작품을 무슨 요일 몇 시대에 편성할지도 기획, 하물며 이번 주 게스트는 누구를 섭외할지 회의를 거치는 과정도 기획이라 지칭한다. 시청자라는 ‘대상’의 마음을 호감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가 기획인 셈이다.
--- pp.8-9「프롤로그: 기획이란 말의 뜻을 예능으로 곱씹으며」중에서

이 책은 내내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성공을 거뒀고 저 프로그램은 어쩌다 끝내 실패로 기록되었는가.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램에 접근했는데 왜 어제는 성공했고 오늘은 실패하는가. TV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쇼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전략을 사용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기획에 사용되는 크고 작은 전략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이다.
--- p.10「프롤로그: 기획이란 말의 뜻을 예능으로 곱씹으며」중에서

자기 개인의 실패를 분석하는 괴로움을 참아내고 성공한 선발 주자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것을 반복한 사람에겐, 실패를 단순한 실패로 두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배울 것을 찾아내는 것을 감내할 만한 정신의 근육이 생긴다. 게다가 모든 벤치마킹은 끊임없이 방송 일 자체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뿌리 깊은 회의와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무명 기간을 견뎌내는 과정의 반복 속에서 이뤄졌다. 제 실패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회의가 들 때까지 깊이 들여다보고 다시 올라와 보완하는 과정. 이렇게 스스로 실패를 되돌아보고 앞의 실패에서 보완점을 찾아 재차 시도하는 유재석의 특징은 오합지졸물뿐 아니라 유재석의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 p.33「1장. 2등이 승리하는 법」중에서

세상에는 처음부터 성과를 내는 종류의 기획이나 프로그램도 존재하지만, 이렇게 시행착오 끝에 극적으로 부활하는 기획도 존재한다. 초심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대로 승부를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면 이처럼 과감하게 자신이 유리한 필드로 이동해 싸움의 양상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온다. 마치 ‘무리한 도전’이 호흡을 가다듬고 쇼 전체의 모양새를 다시 설계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지붕과 벽이 있는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던 것처럼.
(…)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무한도전]은 이런 선택을 통해 끝내 처음 ‘무리한 도전’이 그렸던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금 프로젝트의 난항을 겪고 있는 당신이라면, 잠시 멈춰 서서 냉정하게 계산해보라. 지금 처한 상황이 과연 당신의 기획을 원안대로 현실화시킬 수 있는 환경인지, 아니라면 과연 당신이 어드밴티지를 쥘 수 있는 전장은 어디인지.
--- pp.47-48「1장. 2등이 승리하는 법」중에서

이경규는 패색이 가장 짙은 순간 본인이 설 무대를 ‘새로움’이란 요소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곳으로 바꿈으로써 꺼져가던 커리어를 리부트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이 십수 년간 시청률로 꺾어야 했던 적진으로 달려갔고, 그 낯선 지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해 거절당한 기획안을 살려내기에 이른 것이다. 익숙함과 새로움은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일 뿐, 그 자체로 어드밴티지를 주거나 게임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점은 어떤 카드를 꺼내 구사하는 게 유리한 상황인지, 그 카드를 꺼내기엔 어느 자리로 가서 싸우는 게 가장 유리한지 전장의 유불리를 읽어내는 것이다.
--- p.60「1장. 2등이 승리하는 법」중에서

그러나 ‘라디오스타’는 그 점을 무기로 삼았다. ‘근본 없는 쇼’라는 이미지가 생긴 덕분에, 다른 토크쇼에선 차마 던질 수 없는 독하고 날 선 질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갈 수 있는 쇼라는 특유의 색깔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실제로 5분밖에 방송이 안 된 회차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꾸준히 ‘5분 방송’을 언급한 덕분에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는 언더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고, 실제로 5분어치만 간신히 내보내게 되는 날에도 그 짧은 러닝타임 자체가 유머의 일부가 되었다. ‘라디오스타’의 독특한 색깔은 이렇게 기존 토크쇼의 기준으로 보면 결격사유일 만한 지점들에서 출발했다.
--- p.67「1장. 2등이 승리하는 법」중에서

처음부터 완벽한 기획은 없다. 기획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나 옥에 티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내 머릿속에서 나온 기획이기에 그 단점을 내가 직접 발견하는 건 좀처럼 쉽지 않다. 이미 그 안에 한껏 몰입된 내가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기 십상이니까 말이다. 방송사들이 체면 차리기 용으로나마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없애지 못하고, 주간지와 신문사들이 모니터링 독자단을 모집해 꾸준히 외부로부터의 의견을 수용하고, 기업이 외부 감사나 자문위원들을 둬서 쓴소리를 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90「2장. 기울어가는 기획을 일으키는 법」중에서

기획을 할 때 우리는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둔다. 기획이 빛을 보기에 가장 최적의 조건은 무엇인가. 맨 처음 공들여 설계한 그림을 원안 그대로 관철시키려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가. 그러나 이 모든 건 꾸준히 아이디어를 보완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일을 병행한다는 전제가 성립되었을 때 비로소 빛을 본다. 오류인 게 분명한 것조차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대신 “이건 우리 기획이 지닌 특성”이라고 밀어붙인다면, 자칫 수정하려고 했을 땐 모든 게 너무 늦어버린 이후이기 십상이다.
--- p.98「2장. 기울어가는 기획을 일으키는 법」중에서

피드백은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오고 그렇지 않을 때도 온다. 때로는 그 수많은 피드백 중 어떤 것이 일의 명운을 가를지 판단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초기에 일을 계획하는 단계보다 더 중요하기도 하다. 뚝심 있게 일을 밀어붙이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당신에게 일의 본질에 대해 묻는 피드백이 당도한다면 잠시 멈춰 서서 되돌아보자. 지금 나의 일이 누구를 겨냥한 일인지, 무엇을 하려는 일인지, 그리고 그 과정이 공정한 일인지.
--- p.119「2장. 기울어가는 기획을 일으키는 법」중에서

“한계를 넘으라”라는 말은 종종 기존의 영역에서 보다 훌륭한 결과를 낳으라는 의미로만 해석되곤 한다. 그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보다 더 자극적인 요소를 첨가하거나 인력과 시간을 쥐어짜내 경쟁의 치열함을 높이는 방식으로 한계를 넘으려 든다. 하지만 때로 그 말은 다른 방식으로 음미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 영역, 우리 방식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갇혀서 뻔히 보이는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 p.136「2장. 기울어가는 기획을 일으키는 법」중에서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의 패키지 디자인에서 보여준 것처럼, 때로는 곁가지를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더 직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어떠한 문구나 장식적 요소, 상세 스펙 정보도 없이 그저 휴대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이 팔고자 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끝내버렸다.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고 취사선택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점차 미사여구나 장식 대신 짧은 시간 안에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된 것이다.
--- p.169「3장. 선두 주자가 움직이는 법」중에서

tvN 중역들에게 [삼시세끼]을 설명할 때, 중역들은 나영석에게 “시골에 내려간 멤버들이 게임을 하거나 어떤 미션을 수행하느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전원의 삶’이라는 본질만으론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기존의 IT 기업들이 휴대폰 패키지에 잔뜩 홍보 문구나 그래픽을 가미했던 것처럼. 그러나 나영석은 사람들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 자체가 미션이란 사실을 간파했기에 “그런 것 없이 그냥 남자 둘이서 시골에서 밥해 먹고 치우며 하루를 보내는 게 전부”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것처럼,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는 모두 케이블 TV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갱신한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다. 게임이나 레이싱, 여행이 예능의 본질이 아님을, 결국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예능의 본질임을 놓치지 않은 결과다.
--- p.173「3장. 선두 주자가 움직이는 법」중에서

뛰어난 아이디어는 짜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해서 짜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들을 수 있는 분위기에서, 얼핏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의견을 낸다고 해서 그 의견만으로 질책을 당하거나 아예 묵살당할 일이 없는 환경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앞서도 강조했지만, 기왕에 존재하는 요소들은 다 저마다의 쓰임과 존재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제거하고 혁신하려면 기존의 질서에 과감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는데, 기존의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버티고 있는 환경에서 그게 가능할까? 서열순으로 앉아 막내는 입을 떼기도 어려운 환경의 회의라거나, 기껏 입을 뗐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그거 해봤는데 안 되더라”라거나 “그 아이디어는 좋지 않다”라고 말을 막아버리는 분위기라면? 창의성은 분명 개인의 능력이지만, 그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조직의 능력이고 리더의 능력이다.
나영석이 기존의 예능을 구성하던 요소들에서 군더더기를 빼고 인간이라는 본질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던 비결 또한 여기에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나영석은 가히 집착적으로 회의에 매달리는 사람이다. 그것도 뚜렷하게 정해진 주제가 있는 회의가 아니라, 아무 제약 없이 각자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종류의 회의. 당연히 효율성은 떨어지고 회의 시간은 길어지지만, 어떤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회의가 아니라는 점이 이 회의의 비밀이다.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시작한 회의가 아니기에 비교적 부담 없이 아이디어를 던질 수 있고, 어떤 주제든 불이 붙은 김에 끝까지 논의해볼 수 있다. 혹시나 팀에서 연차가 낮은 스태프가 주춤거리며 말을 못할 것을 염려해 상석을 피해 앉고, 말이 없으면 일부러 말을 걸어서라도 의견을 묻는다.
--- p.181「3장. 선두 주자가 움직이는 법」중에서

나영석은 반대에서 맥락을 읽었듯 찬성 또한 그 맥락을 살피고, 너무 쉽게 이룬 합의는 좀처럼 믿지 않는다. 아니, 아예 다 뒤집고 백지에서 새로 시작한다. 모두가 쉽고 빠르게 찬성하는 아이디어라는 것은,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대변하는 다양한 계층이 모두 머릿속에 쉽게 그려볼 수 있는 뻔한 그림이라는 뜻이니까. 뭐가 나올지 뻔히 그림이 그려지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 그래서 찬성과 반대는 그 자체보단 그 맥락이 중요하다. 이 찬성이 익숙함에서 나온 게으른 찬성인가? 이 반대는 낯섦에서 나온 두려운 반대인가?
--- p.183「3장. 선두 주자가 움직이는 법」중에서

우리는 종종 무조건 낯선 영역으로 뛰어들어 모험을 걸라고 부추기는 이야기를 듣는다. 블루 오션을 개척해야 한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치열해지는 경쟁 시장 안에 거침없이 뛰어들어라. 익숙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시대에 뒤처져선 안 되고 경쟁에서 패배해선 안 된다는 강박을 파는 것이다. 그러나 꼭 남들이 열심히 매진하고 있는 경쟁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까지 덩달아 무리해서 그 경쟁에 참여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자신이 잘 알고 있어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영역이 확고하게 존재한다면, 때로는 그 영역 안에서 혁신을 거듭해가며 자신을 갈고닦는 것으로 자기 싸움을 하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 pp.187-188「3장. 선두 주자가 움직이는 법」중에서

수였다. 흔히 지금의 JTBC의 색깔이 구축되기 시작한 시점을 손석희 보도·시사·교양 총괄 사장의 부임 이후로 잡는 이들이 많지만, 적어도 ‘다채로운 즐거움’이란 JTBC의 슬로건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것은 [썰전] 이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썰전]이야말로 ‘보수 신문사가 변칙적으로 만든 보수 일색의 채널’이란 이미지를 탈피해 한국 사회 양쪽 진영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시도였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JTBC의 실험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 p.196「3장. 선두 주자가 움직이는 법」중에서

금기를 딱 반 발만 넘는다는 건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전략이다. 금기를 넘어 도발적인 매력을 뽐내는 동시에 반 발만 앞으로 가는 것으로 안정을 바라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것은 얼핏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전략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한번 금기를 넘는 것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면 끊임없이 그다음 금기에 도전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그다음 반 발자국을 떼는 시점과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를 치열하게 살피지 않으면, 다시 말해 선구자의 롤을 수행하는 데 조금이라도 망설임이 생기면 사람들의 기대치는 금방 하락한다. 선구자로 스스로 포지셔닝한 이가 경쟁하고 넘어서야 하는 대상은 제 라이벌이 아니라, 과거의 자기 자신과 오늘날 세간의 기대치니까 말이다.
--- pp.201-202「3장. 선두 주자가 움직이는 법」중에서

이렇게 새 시대의 트렌드로 떠오르는 것들이 아주 새로운 욕망이라거나, 전에 본 적 없는 별천지에서 등장한 미지의 대상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뻔히 눈앞에 있었는데 그간 은폐되어온 것들이나, 사람들이 충분히 누리지 못해 결핍된 가치들이 새로운 이름과 포장을 입고 재등장한 것이다.
--- pp.223-224「4장. 시대의 욕망을 읽는 법」중에서

성공을 거둔 이들 중 적잖은 이들은 가장 절박하고 불안정한 결핍의 시기에 성장을 거뒀다. 각 분야의 1등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 중 15% 이상은 침체기에 1위에 도약했다. 시대가 욕망하는 바를 빠르게 읽어내고, 조금이나마 욕망을 달래어 줄 만한 상품을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기획이 대중문화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혼자 온 손님들이 앉을 만한 1인석을 예쁘게 꾸민 맥도날드처럼, 사람들의 사소하지만 간절한 욕망을 기민하게 읽어내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 된다.
--- p.230「4장. 시대의 욕망을 읽는 법」중에서

그 어떤 종류의 욕망도 당대의 삶의 형태로부터 자유롭지 않지만, 실망과 기대, 대화와 타협, 적응과 노력을 반복해야 하는 연애는 어쩌면 삶 자체와 가장 많이 닮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2010년대의 연애 또한 2010년대의 삶이 어떤가에 따라 다른 모양새를 띨 수밖에 없다. 사랑이나 희망, 도전 등 우리가 그 의미를 명확히 알고 있다 생각하는 개념들은 언제나 시대상의 변화와 함께 새롭게 음미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트렌드가 의미하는 바를 오독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똑같은 욕망이 2010년대엔 세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고 새롭게 정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이들만이, 자신들이 생각한 개념 안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다.
--- pp.262-263「4장. 시대의 욕망을 읽는 법」중에서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한 법, 모름지기 오늘이 불안하면 내일에 희망을 거는 대신 좋았던 과거를 회고하게 되어 있다. 내일의 전망은 불확실한 도박이라 불안한 반면, 과거의 회고는 내가 선택적으로 좋았던 시절만을 골라서 회고하기 용이하니까. “내가 자네 나이 때에는”이라며 20대 시절을 회고하는 중년은 얼마나 많고, 이런저런 책임에서 자유로운 비혼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기혼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하물며 여덟 살의 나조차도 과거를 그리워했다. 기억을 윤색하고 의도적으로 생략해가면서, 우리는 과거를 이상적인 모양새로 정해놓고 애틋하게 기억하는 것으로 불안한 오늘을 달랜다. 추억만큼 저렴하고 안전한 엔터테인먼트가 어디 있단 말인가.
--- pp.264-265「4장. 시대의 욕망을 읽는 법」중에서

과거를 턱없이 미화하는 이런 시도는 분명 어느 정도 퇴행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응팔]은 과거로 위장된 이상향을 선보이는 것으로, 고통스러운 현재에 대한 대안을 조금이나마 제시한 셈이다. 우리는 앞서 복고 콘텐츠를 다룰 때엔 그 과거가 현재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함께 살펴본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응팔]은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과거를 해석하는 관점을 또렷이 해 오늘날에 대한 발언을 했고, 덕분에 역대 [응답하라] 시리즈 중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예견되었던 1980년대를 복원하면서도 소재를 소모적으로 착취하지 않은 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두 차례나 과거로 돌아가고도 세 번째 시간여행에 성공한 것은, 앞선 기획을 게으르게 반복하고 소재를 착취하는 대신 이처럼 조심스레 소재에 접근해 기획의 생명력을 갱신한 세심한 접근 덕분이었다.
--- p.281「4장. 시대의 욕망을 읽는 법」중에서

대중의 마음을 훔칠 만한 기획을 선보이려면 결국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욕망을 캐치해야 한다. 본문에서 함께 살펴본 것처럼 한국은 1990년대의 버블이 꺼진 이후 오랜 불황을 거치며 끊이지 않는 복고 콘텐츠들을 소비했고, 혼자 밥을 먹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질 무렵 먹방과 쿡방을, 아이를 낳고 키울 형편이 안 된다는 N포 세대가 등장할 무렵 육아 예능을 소비했다. 사람들에게 결핍된 것을 발견해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결국 당대의 욕망을 읽어내고 그것을 기획의 언어 안에서 풀어내는 일이고, 시대를 읽는 일과 다르지 않다.
--- pp.284-285「4장. 시대의 욕망을 읽는 법」중에서

파도를 버틸 만한 성을 완성하기 위해, 이 책에서 난 되도록 시류나 당대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 위주로 책을 구성했다. 과거에 성공했던 전략들을 다시 꺼내어 활용할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가, 거듭된 실패에도 포기할 수 없는 기획이라면 어떤 식으로 실패에서 배워 마침내 성공으로 견인해야 하는가, 곁다리를 생략하는 것을 통해 본질만 남기는 것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약점을 강점으로 포장해서 선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 예로 든 프로그램의 오늘만을 분석대상으로 삼는 대신 거쳐온 여정을 함께 살펴보며 흐름을 짚으려 노력했다. TV 프로그램들이 숨 가쁘게 신설되고 폐지되기를 반복하는 탓에 이 책에서 언급한 예시들이 10년 뒤에도 유효할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 중심을 이루고 있는 기본 원리들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거나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조심스레 자부해본다.
--- pp.285-286「4장. 시대의 욕망을 읽는 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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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PD로서 근 20년을 살았던 처지이지만 이승한의 글을 읽다 보면 ‘예능’에 욕심이 생긴다. 실없는 웃음과 슬랩스틱에 그치지 않는, 연예인들의 말장난과 신변잡기와 개인기로 범벅이 된 킬링타임용 콘텐츠를 넘어서는 ‘예능’의 진가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울리기는 쉬우나 웃기기는 어렵다는 방송가의 격언처럼 심각하게 인상 쓰고 다가서는 프로그램 말고, 모든 것을 잊고 폭소를 터뜨린 후 잔잔하게 다가서는 감동이 묻어나는 예능 프로그램에 손가락을 담그고 싶은 '무한도전'의 욕구를 낳게 한다고나 할까.
- 김형민(산하) 방송 PD·역사 저술가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진리는 ‘방송 비평’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동의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여느 글들과 달리, 방송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이승한’의 촌철살인 같은 글은 읽다 보면 때로는 미소가 지어지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가 그동안 쓴 칼럼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책은 가히 199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 예능의 근현대사이자 트렌드 리포트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우리가 지나쳤던 숱한 프로그램들의 성공과 실패 속에서 그가 건져 올리고 끄집어낸 값진 깨달음의 선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주는 친절한 지침서인 동시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유익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 조승욱 JTBC PD·[히든싱어] 연출 및 [팬텀싱어]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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