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망원경을 발명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야.”
다행히도 갈릴레오는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었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다.
“또 독일의 요하네스 케플러는 행성들이 태양 주변에서 원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타원을 그리며 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
“케플러는 살인자 아닌가요, 신부님?”
나는 당황했다.
“그 얘기는 어디서 들었니, 시몬?”
“어제 신문에서 봤어요.”
시몬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다른 아이들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시몬을 쳐다보았다. 휴식 시간을 알리는 벨이 이미 울린 상태였고, 내가 또 다른 설명으로 시간을 끌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스물다섯 대의 휴대 전화가 다시 켜지려고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신문 기사를 모두 다 믿어선 안 된다.”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자, 이제, 모두 밖으로 나가거라.”
나는 맨 마지막 줄에 있던 ‘프린키피아’를 다시 집어 들었다. 누군가 책 표지에 껌을 붙여놓았다.--- '음모' 중에서
후아나와 존은 계속해서 영국인 학자이자 심리학자의 결과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3개월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두 사람은 필사본을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 있었다. 신빙성이 없어 보이는 어설픈 그림들을 덧붙여서 말이다. 그리고 이항 분포, 샘플의 반복, 다양한 통계 개념, 그리고 온갖 종류의 논리를 동원해 미국의 권위 있는 그 잡지에 실린 이론이 믿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만 제외한다면. 우리는 ‘보이니치 필사본’과 흡사한 무언가를 복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감추어진 것을 찾아내는 일을 포기했다. 그 방식은 위조를 용인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게다가 100퍼센트 정확하지도 않았다. 우리 나름의 방향으로 작업을 계속하기 위한 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 개로 구성된 우리의 샘플, 당신이 제안했고 1950년대 프리드먼의 발견에 의해 영향을 받은 샘플을 가지고 한동안 작업했습니다. 컴퓨터의 계산 용량 덕분에 훨씬 더 우수한 결과를 추출할 수 있었고, 이는 고든 러그가 격자창을 가지고 몇 년 만에 얻을 수 있는 원래의 결과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하지만 현실을 도외시할 수는 없습니다, 엑토르. 16세기에는 프로세서도, 프로그램 언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백만 개의 단어 배합을 비교한 후 얻을 수 있는 것은 필사본의 사본일 것입니다. 메시지가 존재한다면, 그 메시지는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의 말이 옳았다. 우리는 이미 ‘보이니치 필사본’의 여러 장을 발췌해 단어를 단어로 복제해보았다. 그러나 단어들 사이에는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각 단어는 몇 백 시간에 걸친 계산의 결과물이었다. --- '연금술사' 중에서
나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필사본’의 페이지를 수천 번도 넘게 들여다보았다. 앞뒤로 글씨와 그림이 그려진 2절지 102장. 나는 쪽 수를 헤아려보았다. 두 겹짜리 2절지 다섯 장, 세 겹짜리 2절지 세 장, 네 겹짜리 한 장, 여섯 겹짜리 한 장. 페이지가 연속적이라면 계산이 맞지 않는다. 28장(혹은 56쪽)이 부족하다. ‘보이니치 리스트’에 있는 몇몇 학자들이 입력한 내용을 훑어보았다. 실제로 필사본은 234쪽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252쪽 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더욱이 여러 겹의 2절지가 있다면, 쪽 수는 310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결론은 간단했다. 오늘날 예일 대학교의 희귀본 및 육필 도서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상태 그대로 ‘보이니치’는 불완전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부분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질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보이니치 리스트’에 있는 많은 회원들은 필사본의 암호를 해독하는 열쇠가 그 책 자체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사라진 나머지 부분을 찾지 않고는 번역이 불가능할 것이다. 여러 그림 가운데 하나를 억지로 해독하긴 했지만, 한 개뿐이었다. 아니, 암호를 해독해야 하는 부분이 그 그림에 없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용의주도하게 페이지를 나눠놓았을 수도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보이니치 필사본’의 의미를 이미 해독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 '단서' 중에서
“가장 신빙성 있는 추측은 그가 스스로 중독되었다는 것이죠.” 나는 더듬거렸다. 그리고 적절한 어조를 되찾은 다음에야 설명을 끝낼 수 있었다. “연회에 갔다가 소변이 마려웠으나 중간에 일어날 수가 없어 소변을 참은 끝에 생긴 방광염 때문에 죽은 것 같아요. 통증이 너무 심하고 절망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적정량을 초과하게 되었던 거지요.”
“네, 그런데 왜 ‘보이니치 필사본’과 관계가 있다고 하셨어요?”
“튀코나 케플러가 그 책의 존재를 아는 루돌프 2세의 황제 수학관이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케플러는 우리가 지금 조사하고 있는 흔적에 다시 등장하고 있어요.” 나는 계속 얘기를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정하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케플러는 그 당시 예수회 사제들 중에 친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보이니치 필사본’에서 그런 가능성을 암시했던 사람이 누군지 생각났어요.”
“바로 나였어요.”
--- '두 권의 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