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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드라이브

그 날의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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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4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335g | 128*188*30mm
ISBN13 9788959134403
ISBN10 895913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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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그만둔 당초에는 금세 다음 취직자리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예전의 단골 거래처들로부터 경리나 영업을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러나 전부 거절했다. 일의 질이며 수입을 낮추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쓸데없는 고집과 자존심도 훼방을 놓았다. --- p.27

오늘 밤만 해도 우회전과 좌회전, 별 생각 없이 접어들었을 뿐인데 쓸데없는 수고로 끝나고 말았다. 다른 택시보다 불과 2, 3초 빨리 승차장에 도착했을 뿐인데 운을 놓치고 말았다. 지난 석 달 간, 같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틀림없이 사람의 일생도 그러한 일들의 반복이다. 정말 우연의 힘으로, 무심코 선택한 길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멀리 자신을 데려가 버리는 것이다. --- p.35

자기 힘으로 거머줬다고,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자신의 인생이, 아무렇게나 던져진 주사위의 눈을 따르고 장기판의 말처럼 움직여졌을 뿐인 듯한 느낌이 든다. 일에서 내린 결단, 부하에게 내리는 명령, 리츠코에게 프로포즈, 나기사 은행에 취직, 사립대 진학……자신이 지나쳐온 갈림길을 꼽자면 한이 없다. 지금 생각하니, 거의가 잘못 들어선 길이었던 양 여겨진다.
인생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p.35

보지 말아야 했다. 아마도 노부로는, 변함없는 메구미가 아니라, 변해버린 메구미를 마음속 어디선가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지나 온 길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 지금의 나도, 내가 선택한 아내도, 점지 받은 아이들도, 모두 올발랐다. 분명 그렇게 안심하고 싶었던 거다.
너무하다. 저래선, 몽상 그대로잖아. 나만이 홀로 뒤에 남겨진 몽상.
노부로는 액셀을 밟으며 주택가의 언덕길을 달려 올라갔다. 자신의 것이었을지도 모를 가능성에, 원형탈모가 생긴 뒷머리가 당겨지는 것을 느끼면서. --- p.193

앞으로 한동안은 직선 도로.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질 정도의 외줄기 길이다.
그 앞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길이 재미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지나온 길은 결국 잘못되지 않았다, 하는 유의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잘못된 것투성이다.
접어들어야 할 길을 몇 번씩이나 지나쳐버렸다. 헤매고, 멀리 돌아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간에, 이미 지나온 길로 다시 돌아가는 건 조금도 즐거운 일이 아니다.
길이 구릉지대로 접어들었다. 오른쪽 커브, 왼쪽 커브. 우회전, 좌회전. 그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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