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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와 무늬

흉터와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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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536g | 145*210*30mm
ISBN13 9788954644846
ISBN10 895464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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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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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곧 사랑이다. 사랑하면 기억한다. 나는 언니에게 관심이 없었고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나 혼자 높이 솟아오르기 위해, 바닥에 엎드린 환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 몫의 생을 탕진하느라, 살아서도 언니는 내게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건 내가 언니를 위해 운 최초의 울음이었다. 한 번도 몸밖으로 내보낸 적이 없는 뜨거운 물들이 쏟아지고 둑이 무너지며 매듭들이 풀어졌다.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된 회한이 마디마디 뼛속 깊이 스며들었다. 일종의 발작 상태가 지나가고 감정의 찌끼들이 분해되어 증발할 무렵, 과거가 조금씩 되살아났다. 흐릿한 영상들이 또렷해지고 막연했던 것들이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과거는 한꺼번에 복원되지 않는다. 서서히 현재의 수면 위로 겹쳐서 떠오른다. --- p.16

언니는 말이 없었다.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고 숨을 몰아쉴 뿐. 입안에 음식을 넣고 씹을 때도, 산더미 같은 조제약을 삼킬 때도 언니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약동하는 나의 육체는 꺼져가는 생명의 탄식을 듣지 못했다. 새벽녘에 오줌이 마려워 깨어나면 옆에 가쁜 숨소리가 있었겠지만, 언니의 허약한 폐와 목구멍에서 새어나오는 불규칙한 소리들을 방구석에 처박힌 고장난 라디오의 소음인 양 나는 무심히 지나쳤다.
언니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언니는 웃지 않았다. 울지 않았다. 아프다고 투정하지도 않았다. 무얼 사달라고 떼쓴 적도 없다. “너 이거 먹을래?” 엄마가 음식을 코앞에 들이댈 때도 말없이 끄덕이거나, 싫으면 고개를 돌렸다. 인내하며 언니는 그냥 존재했다. --- p.49~50

가난한 집에선 뭘 감추기가 어려운 법이다. 한 방에서 부대끼니 사랑도 증오도 숨을 구석이 없다. 병적으로 정직했던 엄마는 자식들에 대한 애증을 감추지 않았다. 이쁜 미경은 엄마의 보물이었고, 공부 잘하는 나는 아버지의 자랑이었다. “미경이는 미스코리아 내보내고 하경이는 외교관 만들어야지.” 부모의 관심을 끌려는 치열한 경쟁에서 언니와 막내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아이들은 우애를 배우기 전에 질투와 경쟁부터 배운다.
우리집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아이들끼리, 어른들끼리, 아이들과 어른들 간에 크고 작은 다툼으로 날이 샜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살이 덜 부러진 우산을 차지하려 신경전을 벌였고, 아침밥을 먹고 먼저 성한 우산을 집고 나가는 사람이 임자였다. 구멍이 뚫리지 않은 양말을 서로 자기 것이라 우기며 잡아당겼다. 우리는 싸울 거리가 없으면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싸웠다. --- p.132

우리는 어떻게 다른 사람과 구별되나. 현재의 나를 만든 건 무엇일까? 어린 날의 사건들을 이러쿵저러쿵 길게 끌고 다니며 내가 간과한 진실이 있다. 나를 만든 건 바로 나다. 소나기를 맞은 낮이 없었다면, 나는 내가 아닐 것이다. --- p.192

사십 해의 비바람에 상처의 톱날이 무디어졌다. 어느덧 하나둘 늘어난 잔주름에 묻히는 손톱자국이 때로 아쉬우니?감추고 싶었던 흉터가 지금은 뭇 얼굴들 속에서 번쩍, 나를 알아보는 무늬가 되었다. 어디에서건 나를 드러내는 서명처럼.
흉터가 무늬가 되도록 나는 사랑하고 싸웠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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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와 무늬』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고 회한이면서 지나간 연대, 우리들 삶의 아픈 기록이다. 속 깊이 감추어둔 상실과 고독의 어두운 공동(空洞)을 파고드는 작가의 깊고 내밀한 시선에 의해 상처는 정화되고, 비로소 빛을 얻는다.
-오정희(소설가)

이 소설 속에 빛나는 모습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사람은 단연 ‘아버지’다. 아버지가 소설 속에 등장하면 나는 아연 긴장했다. 키가 장대 같은 한 사나이가 글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오며 내 멱살을 잡고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야, 이놈아 지금 뭔 소리 허냐”며 나를 내팽개칠 것만 같았다. 한국 문학에서 이렇게 강렬한 성격의 아버지를 나는 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다름 아닌 지금 우리 곁에 펄펄 살아 있는 역사여서일 것이다. 나는 이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살아 거친 숨을 쉬는 강한 남성 영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만약 아버지 정일도가 이 소설을 본다면 딸의 정강이는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어디로 숨거나 멀리 도망을 가야 할 것이다.
-김용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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