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수준은 1분이면 알 수 있다
나는 이럭저럭 20년 이상 메이지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교편을 잡은 후론 거의 끊이지 않고 많은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오고 있는데, 나 자신이 묘한 습관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학생들의 어휘력 수준을 순식간에 판정하는 것이다.
1분 정도의 짧은 순간이라도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어휘나 단어의 정밀도를 손에 잡히듯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 그때까지 읽어 왔던 책의 종류나 학습의 양까지도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판정하는 것일까?
판정 기준은 지극히 단순하다. 그것은 다양한 상황을 한 가지 단어로만 표현하려고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어휘가 빈약하고 교양이 부족한 사람은 단어 선택법에서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대박!”, 작거나 사랑스러운 것은 무조건 “귀여워!”, 감탄사로도 강조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정말?”, 본심인지 농담인지 모를 “짜증나!” 등, 어휘의 빈곤화가 심각한 것은 젊은 사람만이 아니다. (중략)
적은 어휘로 표현하면 확실히 편리하다. 하고 싶은 말은 어떻게든 전해지기 마련이고 일부러 어려운 표현을 구사하지 않아도 커뮤니케이션은 성립한다. 친한 사이라면 모호한 뉘앙스를 공유함으로써 훨씬 동지의식이 강해질지도 모른다.
다만, 당신은 그 편리함을 위해 ‘진짜 당신의 수준보다 낮게 평가 받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람은 어휘를 통해 무의식중에 상대의 수준이나 지성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수준이나 지성이라고 하면 약간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상대를 깔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말이 통하는 사람인지를 파악하여 그 다음 대화에서는 내용이나 난이도를 조정하는 식으로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휘가 부족하면 첫인상이 나빠져 ‘이 사람을 더 알고 싶다. 또 만나고 싶다, 함께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게 된다. 또한 부하 직원이나 후배로부터는 말에 깊이가 없다고 무시 당할 가능성도 있다.
어휘가 부족하면 어른으로서, 비즈니스맨으로서, 스스로 큰 핸디캡을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 p.17「지성의 수준은 1분이면 알 수 있다」중에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머리가 좋다고 생각할까
여기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큰 정의를 들어보자.
“어휘는 교양 그 자체이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여기서의 어휘는 단순히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 암기적인 지식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분명 사전적으로 생각한다면,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알고 있는 어구의 총량이 많음을 의미한다. 즉 지식의 문제로 비춰진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내디뎌 어떻게 어휘의 총량이 늘었는지를 생각해보자.
어휘란 저절로 늘어나는 게 아니다. 어휘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많은 인풋이 있었을 것이다. 책, 영화, TV 같은 미디어로부터의 어휘 습득, 나아가 인생에서 많은 경험이 있었기에 풍부한 어휘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많이 인풋했다는 것은 고전문학에서 최신 할리우드 영화까지, 또한 선인들이 엮어낸 말이나 표현, 리듬, 거기에 담긴 교훈을 배우고 익혔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단순한 ‘지식’일까.
아니, 이것이야말로 ‘교양’ 그 자체이다.
당신이 지금까지 어떤 인풋을 해왔고 어떠한 교양을 갖추고 있는지는 아웃풋을 통해 금방 타인에게 간파당한다. 1분까지 갈 것도 없이 몇 마디만 나눠도 상대에게 지적 수준을 간파당하는 것이다. 교양의 깊이가 훤히 들여다보이게 된다. 그 결과, ‘이 사람은 어려운 이야기를 해도 모를 것 같다’고 인식되면 더 이상 중요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어떤 스킬보다 무조건 당신의 평가를 높여주는 것, 그것이 어휘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인풋양을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이 책을 다 읽은 순간부터 놓쳐버렸던 인풋을 만회하면 그만이다.
--- p.21「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머리가 좋다고 생각할까」중에서
어휘가 부족한 상황이란
인생 어딘가에서 애써 접했던 말이 ‘소극적인 어휘’가 되어 버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실제로 사용한 횟수가 적기 때문이다. 단어는 머릿속에 있어도 실전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좀처럼 정착되지 않는 법이다. 연습시합을 하는 것처럼 지금 한 번 의미를 체크한 뒤, ‘다음 대화에서는 이 단어를 반드시 사용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해나간다면 조금씩 익숙해질 것이다.
둘째, 단어의 유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단’이라는 말을 예로 들어보자.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인데, 이 말의 유래를 모르고 ‘희롱하다’의 뜻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농단(壟斷)이란 원래 깎아 세운 듯한 높은 언덕을 말한다. 『맹자』의 [공손추公孫丑]에 나오는 말로, 어떤 사람이 시장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어떤 물건이 잘 팔리고 어떤 물건이 안 팔리는지를 본 뒤, 잘 팔리는 물건을 사 모아 비싸게 팔아 상업상 이익을 독점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 p.41「어휘가 부족한 상황이란」중에서
먼저 어른의 공부법을 익히자
대화 중 어휘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시간을 들여 엄밀한 정의에 적용시켜 단어를 엄선하는 게 아니라, 즉시 이미지에 대입하여 재빨리 아웃풋하는 게 수완가의 교양인 것이다.
우리 어른은 사전적 의미를 바르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문맥에 맞게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쪽지시험 같은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사전적인 설명은 할 수 없어도 아무튼 바른 의미를 알고 있으면 된다.
의미를 파악했다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을 상상해본다. 가능한 한 머릿속에 그림을 떠올려본다.
‘장수 이 죽이듯’이란 말은 뚝딱 발표 자료를 준비해내는 김과장에게 써보자.
‘죽 떠먹은 자리’라는 말은 책상 위에 책과 자료가 엄청나게 쌓여 있어 여러 권 치워도 치운 티가 안 날 때 써보자.
‘당랑거철(螳螂拒轍)’라는 말은 사마귀가 인간을 향해 앞발을 휘두르며 싸움을 걸고 있는 것이니, 내가 혼자서 사장에게 시위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 p.62「먼저 어른의 공부법을 익히자」중에서
삼국지는 어휘의 원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관용구는 옛날 중국에서 전해진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삼국지』로부터 유래된 교훈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쳐 왔다.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유비가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제갈공명을 두 번이나 찾아갔지만 두 번 모두 만나주지 않았다. 그래도 유비는 포기하지 않았고, 유비의 열의에 찬 세 번째 방문에 제갈공명은 감명을 받고 유비의 부하로 들어갔다. 삼고초려는 이 일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현대에도 “고백하려면 한 번 거절당한 정도로는 포기하지 마라. 삼고초려라고 했다.”라는 식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때는 물론이고, 업무상 누군가에게 의뢰를 할 때도 고작 한두 번 거절당한 정도로는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 외에도 『삼국지』에서 유래된 관용구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대표적인 어휘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내다: 이미 타계한 인물이 아직 현세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
예) 저 회사는 선대 사장이 훌륭했었어. 지금도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내는 상태야.
천재일우(千載一遇): 천년에 한 번 만난다는 뜻으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
예) 사운이 걸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다니, 출셋길로 가는 천재일우가 아니겠는가.
백미(白眉):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남. 중국 촉나라에 다섯 형제가 있었는데 모두 수재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맏형 마량의 눈썹에 흰털이 섞여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 말.
예) 자네의 사업 제안 플랜이 그중 백미였어.
비육지탄 : 공을 세울 기회가 없음을 한탄함.
예) 늘 같은 업무만 해서 활약할 기회가 없다고 비육지탄하는 동료를 위로했다.
--- p.99「삼국지는 어휘의 원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