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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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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655g | 153*224*30mm
ISBN13 9788925538235
ISBN10 8925538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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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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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한정아
서강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에서 재직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번역서로는 『속죄』, 『해티의 지난 여름』, 『무죄추정』, 『소피의 선택』, 『반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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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이 고개를 숙이고 무릎 위에 놓인 대형 클립보드를 내려다보자 곧은 금발 머리카락이 앞으로 흘러내려 눈을 가렸다. 발굴 경계망이 인쇄되어 있는 종이에 메모를 하는 중이었다. 보슈는 그녀의 어깨 너머로 도표를 바라보았다. 콜은 땅에 실제 말뚝이 박힐 때마다 도표 속 경계망의 상응 지점에 알파벳을 순서대로 써넣고 있었다. 그 도표의 상단에 그녀가 적어놓은 ‘유골의 도시’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보슈는 팔을 뻗어 제목을 톡톡 쳤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죠?”
그녀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지금 우리는 한 도시의 거리와 블록을 설계하고 있으니까요. 적어도 여기서 일하는 동안에는 그런 느낌이 들 것 같아서요. 이곳이 우리의 작은 도시라는 느낌 말이에요.”
그녀가 도표에 그려진 선들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말했다.
보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인사건은 저마다 도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콜이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누가 한 말이에요?”
“몰라요. 어디서 들은 것 같아요.”--- 본문 중에서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죠. 이 여자는, 우리는 이 두개골이 여자의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9천 년 전에 살해당했고, 사체는 범죄를 은닉하기 위해 타르 구덩이로 던져진 것 같아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질 않는군요.”
보슈가 두개골을 노려보았다.
“이 여자가 처음이 아니에요.” 골리어가 말했다.
보슈가 고개를 들어 골리어를 바라보았다.
“1914년에 또 다른 여자의 유골이 타르 구덩이에서 발견되었죠. 그녀의 두개골은 이것보다 완젼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고요. 그 두개골 정수리의 같은 자리에 똑같은 별 모양의 골절이 있었어요. 방사성 탄소로 연대 측정을 해보니 9천 년 전의 것이더군요. 지금 이 여자와 동일한 시대죠.”
골리어가 상자 속의 두개골을 향해 고갯짓을 해보였다.
“그러니까, 박사님 말씀은 9천 년 전에 이곳에 연쇄살인범이 살았었단 말씀인가요?”
“그건 판단하기가 불가능한 문제예요, 보슈 형사. 지금 우리에게 있는 건 유골뿐이니까요.”
보슈가 다시 두개골을 내려다보았다. 줄리아 브래셔가 그의 직업에 대해 했던 말이, 그가 세상에서 악을 몰아내고 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진정한 악은 세상에서 몰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는 기껏해야 양손에 물이 새는 양동이를 하나씩 쥐고 절망의 어두운 시궁창 속을 허우적거리고 다니며 물을 퍼내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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