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은 꿀꺽 침을 삼켰다.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계속해서 코치를 향해 걸어갔다.
“저, 저기요. 여기 야구부 입단 테스트 받으러 왔는데요.”
코치에게 다가가며 조엘이 말했다. 조엘은 손을 내밀었다. 손이 약간 떨렸다.
“저는 조엘 커닝햄이에요.”
코치는 고개를 숙여 조엘의 손을 내려다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여긴 남자팀이다. 게임 하고 싶으면 가서 소프트볼 해라. 여자 운동장에서.”
몇몇 남자애들이 조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중 한 애는 킬킬 웃기까지 했다.
조엘은 손을 슬그머니 떨어뜨렸다.
“저기, 저는 야구선수예요. 미니애폴리스에서 다녔던 학교에서 1루수를 맡았어요.”
칼라일 코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 얼굴만 찡그리고 있었다.
“그냥 입단 테스트만 받으면 안 돼요?”
조엘은 침착하려 애쓰며 말했다. 조엘은 자기 실력을 이 남자에게 보여주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코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다, 꼬마 아가씨. 여긴 남자 야구팀이야.”
“하지만…….”
코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 미안하다. 정말 미안한데, 난 이런 얘기 할 시간이 없어. 돌봐야 할 팀이 있거든. 공놀이하고 싶으면 페너 선생님한테 가봐.”
조엘은 깜짝 놀라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코치는 다시 남자애들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지금은 21세기야. 여자들도 얼마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경기를 할 수 있다구.’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이런 곳에 부모님은 왜 자기를 데려다놓은 것인지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 p.19~20
조엘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아이들이 경기장 안쪽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건 진짜 열 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공을 제대로 받아친다면, 아이들은 분명 후회하게 될 거다.
“힘내, 조엘!”
같은 팀 한 명이 손뼉을 두드렸다.
“이봐, 여기. 저 애는 왼손잡이야!”
조엘이 자세를 잡자 투수가 자기 팀 선수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다지 걱정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조엘은 자리를 잡고 배트를 다잡았다. 첫 번째 공은 그냥 보냈다. 원 스트라이크. 조엘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조엘에게 필요한 건 높은 공이었다.
이윽고 높은 공이 들어왔다.
탕! 공은 외야수 머리 위로 넘어갔다.
조엘의 뒤에서, 라이언이 낮게 휘파람 부는 소리가 들렸다.
공이 운동장 그네 옆 땅바닥으로 굴러가는 사이, 투수는 모자를 벗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조엘은 배트를 내려놓고 베이스를 돌며 씩 웃었다. 두 녀석이 공을 쫓아 출발했지만, 조엘이 홈으로 내달릴 수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좋았어!”
조엘이 홈플레이트를 밟자 라이언과 나머지 팀원들이 환호해주었다.
“나쁘지 않은데.”
안경 쓴 남자애가 조엘의 등을 툭 쳤다. 진짜 깜짝 놀란 것 같았다.
--- p.86~87
“제가 이길 수 있었어요. 제가 변론을 더 잘했다고요.”
조엘은 힘주어 말했다.
호킹스 선생님이 코밑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배심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구나.”
“그건 애들이 모두 브루크가 이기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요. 진짜 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이 증거에 입각해 결론을 내려요.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요!”
조엘의 말에 선생님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항상 그런 건 아니란다. 그래서 상소 절차가 있는 거란다.”
“좋아요, 그렇다면. 저는 상소하겠어요.”
호킹스 선생님이 웃었다.
“이 모든 걸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마라, 조엘. 너는 아주 잘해냈어. 넌 훌륭한 주장을 제기했어. 변론도 잘했고. 그 점은 네 성적에 반영될 거다.”
선생님은 조엘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성적은 상관없어요! 저는 공정한 걸 원한다고요.”
조엘은 낙담하여 책상 밑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항상 이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조엘. 법정과 일상생활에서, 네 주장을 펼치고 일이 어떻게 되는지 그저 보는 게 다일 때도 있어. 때로는 이기기도 하고, 때로는 지기도 하지. 그리고 어쩔 땐 그것이 공정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해.”
호킹스 선생님이 말했다.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조엘은 생각했다.
하지만 조엘은 이렇게 그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걸 알았다. 침울한 채 징징거리면서.
“고맙습니다, 호킹스 선생님.”
조엘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제 행동으로 옮길 시간이었다.
--- p.224~225
“어디 불이라도 난 거야?”
조엘은 엘리자베스가 이처럼 흥분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엘리자베스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너, 이거 절대 못 믿을 거야! 우리 아빠가 방금 전에 어떤 변호사하고 통화했어.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기만 하면, 브루크네 집 근처의 그 공터를 쓸 수 있대. 너희들이 만나고 온 그 부인이 승낙했다는 거야!”
“정뮸?”
조엘은 엘리자베스에게 달려가 꼭 끌어안았다. 둘은 부엌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조리대의 접시를 와장창 깨트릴 뻔했다.
“다행이구나!”
조엘 아빠가 말했다.
“정말 멋진 소식이야!”
조엘 엄마가 문으로 다가오며 외쳤다.
“그리고 또 무슨 소식이 있는 줄 알아? 커널스 팀하고의 경기 일정이 다시 잡혔어. 이번 토요일이야!”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꺅!”
조엘은 주먹을 허공에 흔들어대며 소리쳤다. 조엘과 엘리자베스는 다시 부엌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봐 아가씨들, 너희들의 리그가 드디어 막을 올리겠구나.”
아빠가 말했다.
조엘은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이제 이스턴 아이오와 여자야구리그는 누구도 멈추게 할 수 없을 것이다.
--- p.281~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