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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계절

아닌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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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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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4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92g | 145*210*20mm
ISBN13 9788954644907
ISBN10 895464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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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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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라는 것의 생리나 생태를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두려움이라는 것에도 생리나 생태 같은 게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것은 언제나 그것을 기피하고픈 예감과 함께 왔고, 예감 이후엔 피할 수 없었고, 닥치고 나면 예감만큼 두렵지 않았으며, 내가 살아 있다는 슬픈 확신이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생리가 두려움의 전부일 리는 없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세한도」중에서

나는 지금 여기서 누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하고 중얼거렸다. 알 수 없는 일이므로 누구든 어디든 상관없었다. 분명한 건 각막을 에는 듯한 추위뿐이었다.
---「세한도」중에서

전날의 폭우는 거짓말 같았다. 폭염은 폭우의 흔적을 지우고 폭우는 폭염의 흔적을 지웠다. 하나의 세계에 비가 내리고 개는 것이 아니었다. 비 오는 세계와 비 없는 세계가 감쪽같이, 불연속적으로 번갈아 들었다. 겹친 여러 세계가 차례로 제 몸을 나타내는 원리를 미음이 알 리 없었다.
---「바다, 夏日」중에서

여자는 그 지점에 닿고 싶었다. 그 지점을 지나기 위해, 그 지점에 다다르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그 지점을 지난 자리에서 그 지점을 바라보기 위해서거나.
---「하이눈, August」중에서

여자가 말했고 남자는 폴리스 라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커다란 바위를 바라보았다. 어둡고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의 생살 같던 절단면의 인상만큼은 기억에 선했다. 어디선가 뚝 떨어져나온 선연한 흔적. 수억 년에 걸쳐 조금씩 번지던 균열이 어느 날 몇시 몇분 몇초에 마침내 그 끝에 다다르는 광경을 남자는 숨가쁘게 상상했다. 그 커다란 바위를 밀어낸 마지막 힘은 하루치 식물 뿌리 세포의 생장이거나 한 방울의 빗물이거나 이슬방울이거나 한줌의 바람이거나 아니면 어둠이거나 적막이거나 꽃잎 벌어지는 소리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남자는 숨을 몰아쉬고 여자는 몸을 뒤틀었다.
---「파인 힐 에이프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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