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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제2막 제1장 제2장 제3막 미국 가족극의 알파와 오메가, 「밤으로의 긴 여로」 유진 오닐 연보 |
저유진 오닐
관심작가 알림신청Eugene Gladstone O'Ne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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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
눈물과 피로 쓴 오랜 슬픔의 드라마 원고를 당신에게 드리오. 행복을 축하해야 하는 날에 이 무슨 서글프고 어정쩡한 선물인가 싶을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이해해 주오. 당신의 사랑과 따뜻함을 기리는 선물이라오. 그로써 나는 사랑을 믿을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내 죽은 가족을 맞대면하여 이 극을 쓸 수 있었소. 이것은 유령에 쫓기는 네 명의 타이런 가족에 대한 깊은 슬픔과 이해와 용서로 쓰인 글이라오. 사랑하는 이여, 지난 열두 해는 빛과 사랑으로 가는 여로였소……. --- p.5, 유진 오닐의 헌사 중에서 타이런: (짐짓 꾸짖으며) 뭐냐, 그게 전부야? 너희 엄마가 안개 경보 때문에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하지 않았니! 게다가 에드먼드가 아픈 다음부터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그 애 상태가 어떤지 살피러 방에 오지 않니. 제이미: (다급하게) 그래요, 맞아요. 에드먼드 방 앞에서 멈추고 기척을 듣더군요. (다시 주저하며) 어머니가 빈방에 가시는 것 때문에 무서워요. 어머니 혼자 거기서 주무시는 건 항상 안 좋은 징조라서? 타이런: 이번엔 아니야! 쉽게 설명되잖아. 내가 코를 고는데 한밤중에 달리 어디로 피하겠니? (치밀어 오른 화를 버럭 터뜨린다) 맙소사, 너는 만사 최악의 경우만 생각하면서 어떻게 사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구나! 제이미: (뜨끔해서) 그런 억지소리 마세요!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했잖아요. 나도 아버지만큼 기쁘다고요! 타이런: (달래듯) 그런 줄 안다, 얘야. (사이. 타이런의 얼굴이 점점 침울해진다.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천천히 말을 잇는다) 에드먼드 걱정 때문에 또다시 그렇게 빠져든다면 그거야말로 저주스러운 일이다……. 그 아이를 낳고 오래도록 아프면서 처음 시작했던 거니까? --- pp.44~45 메리: (……) 하지만 제이미가 에드먼드까지 끌어들이는 걸 그냥 줘서는 안 돼요. 에드먼드가 언제나 아기처럼 귀염을 받으니 질투하는 거라고요. 유진을 질투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 애는 에드먼드가 자기처럼 형편없는 인생 실패자가 될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에드먼드: (처량하게) 그만해요, 엄마. 타이런: (멍하니) 그래, 여보, 얘기 좀 줄이고……. (에드먼드에게, 약간 혀가 꼬여서) 하지만 엄마 말에도 일리는 있다. 〈너의 형제를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 저주받은 독사의 혀에서 독을 내뿜어 네 인생을 망쳐 놓을 것이니.〉 에드먼드: (이전과 같이) 아, 그만해요, 아버지. 메리: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지금의 제이미를 보면 그 아이가 한때 아기였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요. 얼마나 건강하고 잘 웃는 아기였는지 기억해요, 여보? 하룻밤 공연과 더러운 기차와 삼류 호텔과 나쁜 음식에도 결코 그 아이는 투정을 하거나 아프지 않았어요. 항상 웃었지요. 운 적이 거의 없어요. 유진도 마찬가지였죠…… --- p.131 에드먼드: (비통하게) 그래요, 아버지가 인심을 쓴 건 엄마가 우리에게 관심을 너무 많이 기울이는 게 싫어서였죠. 우리가 방해되지 않기를 바랐죠! 아버진 거기서 또 실수하신 거예요! 만약 엄마가 혼자서 나를 돌봐야 했더라면, 내게 전념할 수 있었더라면, 아마 엄마는 괜찮지 않았을까? 타이런: (부아가 나서) 그 문제에 관해서라면, 너희 엄마가 제정신이 아닐 때 하는 말로 판단해 보자. 네가 태어나지 않는 편이야말로 너희 엄마에게 훨씬 더? (부끄러워서 말을 멈춘다) 에드먼드: (갑자기 지치고 초라해진다) 맞아요. 엄마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 알아요, 아버지. 타이런: (후회하는 심정으로 부정한다) 아니야! 모든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듯 너희 엄마도 마찬가지다! 네가 과거를 들수시면서 나를 미워한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그만? 에드먼드L (멍하니) 진심으로 한 말이 아녜요, 아버지. (갑자기 미소 짓는다. 취기에 농담 삼아) 난 엄마와 같은 심정이에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어요. 타이런: (취기에 히죽 웃으며 화답한다) 나도 마찬가지야. 넌 아들로는 그다지 훌륭한 녀석이 아니지. 그래도 〈못난 놈이지만 내 자식〉이야…… --- pp.176~177 |
「내 눈물과 피로 쓴 오랜 슬픔의 드라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유진 오닐의 내밀한 고백 한때는 유망한 연극배우였으나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자린고비가 되어 버린 아버지 타이런과,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수녀원생에서 모르핀에 중독된 〈마약쟁이〉로 전락한 엄마 메리.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술과 여자에 탐닉하는 맏아들 제이미와, 시인의 기질을 지녔으나 염세주의에 찌들어 버린 폐결핵 환자 에드먼드……. 한여름 어느 날 아침부터 깊은 밤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여로 속에서, 돌이킬 수 없는 과거 혹은 멈출 수 없는 차가운 현실과 맞닥뜨리는 한 가족의 이야기. 치솟는 애증과 한없는 연민으로 점철된 그 단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네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유진 오닐은 스스로의 불행한 가정사를 토로하며 마지막 화해의 손길을 건넨다. 『밤으로의 긴 여로』는 열린책들이 2009년부터 펴내기 시작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111번째 책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고전 시리즈의 새 이름으로, 상세한 해설과 작가 연보로 독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한편 가볍고 실용적인 사이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적 감각을 살렸다. 앞으로도 열린책들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들을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 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