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
그저 이름 하나가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이미지를 나타낸다.
누군가에게 이 이름은 여성의 관능성에 대한 절대적 기준을 제시한다. 아름다움. 우아함. 교양미. 다른 이들의 마음에는 불안감이 떠오른다. 비참함. 비극. 하지만 이 불가사의한 스타의 복잡하고도 환상적인 삶을 통찰하기 위해서는 (물론 그녀의 아이콘으로서의 지위를 생각할 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녀에 대한 기존의 견해들을 제쳐 놓으려 애써야 한다.
마릴린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아마도 그녀의 이름에서 연상되는 생생한 이미지들이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영광스러운 것부터 비극까지)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일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폭넓은 경험을 즐기고 또한 그것으로 고통 받은 여인이었다. 그 경험들의 많은 부분이 잘 알려져 있고, 상당수는 (여러분이 이 책에서 읽게 될 것처럼) 이제까지 비밀로 남아 있거나 밝혀지지 않았다. 여전히 그녀의 헌신적인 팬들은 언제나 그녀를 잘 알고 있다고 느껴왔다. 그녀를 숭배하는 일부 팬들은 그녀가 영화에서 보여준 어떤 특별한, 그들을 사로잡는 연기에 대한 기억에 기탄없이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우상을 다시 이 세상으로 불러올 수 있다면 (이번에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거의 모든 것을 희생할 헌신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그녀는 숭배 받고 (가급적이면 그녀의 영화 속에서의 모습에 걸맞은 포즈로) 높은 받침대 위에 있어야 할 사람이다. 좀 더 신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그녀를 할리우드의 실패한 유명인사로 본다. 그들은 그녀의 삶을 과도한 슈퍼 스타덤의 위험에 대한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고 여긴다. 그들에게 그녀는 사랑 받는 만큼 동정 받을 존재인 것이다. 또한, 비록 그녀에 대한 모든 판단과 생각이 진실된 요소를 가지고는 있지만, 이 전기를 읽은 여러분들을 끌어들이고 싶은 그룹(오직 한 가지,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선택된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
마릴린 먼로에 대해 많은 글들이 쓰여졌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아주 축소해서 말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연구하는 동안, 나는 수년간 그녀의 삶에 대한 이전의 설명들이 얼마나 뒤죽박죽이고 서로 상충되는지 알게 되어 놀랐다. 나는 또한 마치 그녀가 이 세상에 살았던 시간을 산광 필터로 본 것처럼 마릴린에 관한 이야기들 대부분이 어째서 그녀에게서 멀게 느껴지는지에 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선 한 가지 이유는, 그녀에 관한 많은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사실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구에서 진실을 분리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나 그녀에 관한 많은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그녀 자신에 의해 창조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오래된 할리우드 홍보 전략의 잔여물이 있었다. 마릴린의 인생에 개인적으로 관련된 몇몇 사람들은 매우 다른 시대의 출신들이었다. 옛날에는, 유명인사의 이미지에 대해 무간섭주의 정책이 있었으며, 이는 그 사회에서부터 지금까지 오늘날에도 살아남은 요소들 중에 존재한다. 그것은 경외감(스튜디오가 원하는, 대중이 영화배우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마릴린의 존재는 스크린 안과 밖 모두에서, 무언가 굉장히 다른 것을 약속했다. 그녀는 마치 당신이 그녀에 관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이든 질문만 하면 답을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이, 종종 개방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당신도 알다시피, 마릴린 먼로는 진실과 애증관계에 있었고 가끔은 현실 자체와도 그런 관계였다. 그녀가 왜 그리도 절박하게 진실을 피하려고 했는지는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주 그녀를 고심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그것을 참아낼 수가 없었으며, 그것을 피할 수 있길 바랐다. 왜 그랬을까? 왜냐하면 마릴린은 (바깥 세상에는 성적 매력과 자신감의 화신으로 보여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훨씬 더 많은 문제를 가진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녀가 빈틈없는 스타일과 재치로 이를 세상에서 숨기려고는 했지만, 그녀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은 그녀의 깊고도 어두운 비밀인, 그녀가 그녀 자신의 정신을 걱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모두 정신병원으로 보내졌기 때문에 마릴린은 늘 광기가 그녀를 사로잡을까 두려워하며 살았다. 그녀가 자주 스스로의 마음과 싸웠던 이 고뇌의 싸움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조사되어 드러난 적이 없다. 이 전기 덕분에, 마릴린의 많은 동시대인들은 그녀의 비밀스러운 싸움을 밖으로 드러내놓고 토의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터뷰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들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었으며, 그들은 이 책의 완성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었다. 나는 부분적으로 그들의 협조가, 마릴린의 삶에 관한 어떤 사실들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녀의 투쟁에 관한 진실이 그들과 함께 묻혀버릴지 모른다는 깨달음에서 나온 것이라 믿는다.
마릴린 먼로 이야기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의 많은 부분이 영감을 주었다. 어쨌든 그녀는 이겨내기 힘들 것으로 보이던 확률을 이겨내고, 단순히 숭배 받고 존경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영화배우가 된 여인이다. 그녀 삶의 대부분이 그녀의 이력을 구축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데 할애된 반면, 사적으로 마릴린은 가정을 이루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약속하는 영속성을 추구했다. 슬프게도 그것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담대하게, 끊임없이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던 어머니와 세상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자매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이 책의 페이지에서, 당신은 그러한 매혹적인 관계에 대해 처음으로 읽어보게 될 것이며, 또한 기존에 잘못 알려졌던 많은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도 읽게 될 것이다. 마릴린은 또한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내어 만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참되고 의미 있는 관계를 찾으려는 그녀의 노력은 그녀의 삶 전체를 걸쳐 계속된다.
이 여인에 관한 실제 이야기는 아마, 그녀가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고 또한 그녀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것인 희망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녀는 살아있는 동안 내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었으며, 자주 그것을 증명해냈다. 이 책에 대략적으로 나온 그녀의 삶의 불안정한 면면을 읽는 것이 힘들다는 사람들은, 마릴린이 아주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면서까지도, 궁극의 행복이 바로 그녀의 손이 닿는 데 있다고 믿었을 때, 최고의 시절을 누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현재 순간에 절박성을 유지하는 그녀의 능력이었다. 그녀는 ‘지금’이 과거와 미래보다 중요하다고 믿었다. 슬프게도, 그녀가 현재에 남아 있으려 하는 동안, 미래가 그녀를 위협하는 만큼이나 과거는 그녀를 사로잡았다.
마릴린 먼로는 단순한 유명 영화배우, 훨씬 그 이상이다. 그녀는 연약한 정신이자 관대한 영혼 그리고 그녀 자신의 마음과 황폐한 싸움을 한 용감한 투사였다. 그녀의 어려운 여정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내가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에게 거는 도전이다. 이야기의 핵심에서, 나는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훨씬 더 복잡하고 진지한 (그리고 어쩌면 비극적이기까지 한) 여인, 마릴린의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J.랜디 타라보렐리
2008년 겨울. --- '머리말'에서
다시 한번 더, 그저 한 인간이 자신을, 세상이 알게 되고 사랑할 여신으로 바꾸기 위해, 이날 저녁을 견뎌낼 모든 의지력을 끌어냈을 것이다. 마릴린이 마침내 무대에 올랐을 때, 극장에는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카리스마가 넘쳤고, 권위가 있었으며, 그리고 물론 엄청나게 아름다웠다. 피터 로포드는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고, 그녀의 얇고 반짝이는 드레스는 옷 가장자리가 딱 맞게 재봉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아주 좁은 보폭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 저녁, 그는 마지막 재미있는 농담으로 “대통령 각하, 지각생 마릴린 먼로입니다.”라고 말한 후, 스타의 풍만한 가슴을 향해 다가가 그녀의 흰 담비 모피를 벗겼다. 그녀는 거기서 거의 나체로, 그저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뒤덮여, 반짝이는 금속조각과 비드, 빛나는 조명의 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이제 혼자가 된 그녀는, 그녀가 노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청중들의 반응이 잦아들길 기다렸다. 청중들의 반응은 꽤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비록 낮은 숨소리와 격려가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은 참석한 남자들에게서 나온 것이었고, 박수는 점점 약해졌다. 사실 그녀의 모습이 드러난 순간부터 그녀가 노래를 할 수 있게 된 순간까지는 30초의 시간이 있었다. 그 동안 관중들의 반응은 야유와 불평에서 중얼거림으로 바뀌고, 마지막으로 조그만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그녀는 스포트라이트로부터 눈을 가리기 위해 눈썹에 손을 갖다 댔다. 아마 그 신사를 더 잘 보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언젠가 단순히 그녀의 최고 사령관 이상으로 그녀와 더 가까워지길 바랐던 사람을. 그리고, 맨 앞 몇 줄 중 한 줄에 있던 남자의 특히나 큰 웃음 후, 마릴린의 어깨가 아래로 떨어졌고, 그녀는 사람들에게 들릴 정도로 한숨을 쉬었다. 마침내 조용해지는 것을 기다리지 않기로 결심하고, 그녀는 관중들이 계속해서 반응을 나타내는 동안 노래를 시작했다.
“Happy birthday… to you.” 그녀가 소곤거렸고, 그녀의 목소리는 섹시하게(그리고 어쩌면 그저 단순히 음정이 맞지 않는 남자아이 같이) 속삭였다.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Mr. President. Happy birthday to you.” 그녀가 청중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마릴린 먼로에 대한 명백하고 아주 구체적인 기억)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안, 홀 안에서는 떠들썩한 반응이 계속되고 있었다. 첫 번째 후렴부를 끝내면서 그녀는 청중들에게 함께 하자는 손짓을 보냈다. “Everybody! Happy birthday…….” 청중들은 그녀의 다소 엉뚱하고, 팔을 흔드는 지휘를 따라 하며 그녀의 초대에 응해 노래를 이어 불렀다. --- '프롤로그'에서
옮긴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이, 그것도 엄청나게,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인물에 대한 글을 옮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 사람이 픽션이 아닌 실제 역사의 일부이기에 잘못된 오역 하나가 (이 책 같은 경우에는 저자가 실제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가 주를 이뤄서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역사에 대한 인식을 잘못 형성시킬 수도 있고, 또한 살아남은 이 중에 이미 그 일을 알고 있는 이가 많아 이론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에 이 일을 맡았을 때 고민이 있었다. ‘이건… 뭔가 골치 아플 수도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니 말이다. 번역 하나 잘못하면 후폭풍이 좀 있을 것 같은… 그런 일.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든 생각이 그거였다.
그리고 번역을 마무리할 무렵인 2010년 2월, 마침 지난 50년간 한 번도 미국 의회에서 존재가 사라져본 적이 없는 케네디가에서 전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아들이 다음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케네디가가 없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사실 거대한 부와 정치 권력을 가진 세계에서 제일 가는 가문이지만 그 죽음에 있어 너무나 아프고 쓰라린 역사를 가진 그들. 그리고 너무 아름답지만 스스로 죽음을 택한 그녀, 마릴린. 그 둘의 관계를 부정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 사람들의 인생 역정이 참으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전혀 배경이 없었지만 스스로 전설이 된 여인과 대단한 집안을 배경으로 현대의 왕족이 된 집안 사람들. 그들은 그대로 역사인 것이다.
그리고 난 그들의 역사에 조금은 발을 담근 것 같은, 왠지 묘한 기분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말했다. 인간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이 책을 번역하면서 마릴린 먼로의 인생이 참 기구하고 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녀가 짊어져야 했던 짐이 너무나도 무거워서, 그 짐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녀 스스로 자신의 짐을 내려놓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이 어땠든지 간에, 그녀의 삶이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여러 가지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지라, 그녀의 죽음이 아니라 (그녀의 죽음을 기려 서거 몇 주년에 맞춰서가 아니라) 그녀의 생일에 맞춰 이 책이 출간되는 것이 새삼스레 기쁜 마음마저 든다.
지금 와서 보자면 이래저래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개인적으론, 작업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 황당하게 발목뼈에 금이 가서 두 달간 기브스를 한 채로였어야 했고, 후반에 가서는 기브스 때문에 잘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뼈 붙어야 된다고 무식하게 많이 먹어대는 통에 소화불량까지, 나중에는 운동 부족에 자세가 굳어서 허리가 아프고 등이 결리고 숨쉴 때 이상한 느낌마저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정서적 함량이 부족하여 이런 감정이 흘러 넘쳐야 되는 작품의 번역에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번역을 맡겨 주신 체온365와 날 살려주신 하나님 그리고 우리 가족들, 특히나 30년 넘게 맛있는 집밥으로 나를 키워준 ‘울엄마’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식사 기도’와 ‘옮긴이의 말’은 가능하다면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므로 이만 줄이며, 그저 읽는 이에게 원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편벽되지 않게 오역하지 않고 잘 전달했기 만을 바랄 뿐이다.
--- '옮긴이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