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이 전장을 좌우한다
16~17세기 유럽 각국의 군대는 그 규모가 확대되었으나, 그 군대를 지탱할 수 있는 병참 체계는 없었다. 이 시기의 군대는 대부분 현지 징발, 즉 ‘약탈’에 의존했다. 특정 지역에서 물자를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병참요소에 의해 전략이 좌우되었다. 발렌슈타인식 군세제도건 직접적인 약탈이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군대가 통과하는 지역은 순식간에 황폐해졌다. 때문에 점차 지휘관들은 군대를 통제하고 탈주를 막기 위해, 철저한 약탈 대신 규칙적이고 보다 확실한 보급품의 공급원을 확보하여 식량, 사료, 병기, 때로 의복을 포함한 최소한의 물품들을 병사들에게 공급할 필요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는 보급창 설치로 이어졌으나, 이때의 보급창은 어디까지나 현지에서 물자 획득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이러한 현지 징발은 후에도 계속되었다.
나폴레옹 전쟁에서의 보급
나폴레옹이 아우스터리츠에서 대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행정 및 병참기구를 포함한 군사조직 덕분이었다. 특히 그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이라 할 만한 일보를 내딛었는데, 대육군 휘하에 처음으로 수레를 갖고 보급임무를 담당하는 부대를 편성한 것이다. 이 부대는 징발되거나 고용된 수레와 마부들이 아니라 군대의 인원과 장비로 구성되었다. 나폴레옹은 직접적 징발은 군대의 사기와 군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급적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보급물자를 미리 모아두던가 보급물자를 구입하기 위해 군세를 부과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했다. 한편 나폴레옹의 러시아 진격 실패는 끝없이 늘어진 병참선이 주된 요인이었다.
철도의 등장
산업화와 함께 등장한 철도는 군사적 목적으로도 이용이 가능했지만, 초기에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당시 프로이센 육군은 이론적으로는 군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보급부대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기능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고, 철도 부대는 충분히 무장되지 않아 자신을 방어할 수 없었다. 행군 규율이 느슨하고 적절한 차량 수리설비도 불충분하여 열차 대부분이 후방에 방치되었다. 철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병력전개 기간 동안에 불과했으며, 그 후 작전의 기동단계가 끝나고 승리가 거의 확실해질 때까지는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제1차 세계대전 동안에 독일의 철도는 내선작전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다른 편에 섰던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의 자원에 대항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보급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소련 침공은 단일 군사작전으로는 사상 최대였으며 그에 수반하는 병참상의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한 독일 국방군의 대응은 너무나 평범했다. 독일의 패인으로는 독일 국방군이 철도보다 자동차에 보급체제의 기초를 둔 것이 실책이었다고 지적되어 왔다. 현대 국가들에서도 보급물자의 전부 혹은 대부분을 궤도차량으로 운반하는 군대는 어디에도 없다. 한편 롬멜이 북아프리카에서 만난 가장 큰 문제도 아프리카 내륙에서 주파해야만 하는 긴 수송거리였다. 이는 이제까지 독일 국방군이 유럽에서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긴 거리였으며, 더욱이 그 거리를 연결할 차량의 수도 적었다. 이로 인해 항구에서는 보급물자가 쌓여가는 반면, 전방부대에서는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곤란을 겪게 되었다.
병참의 양상
전쟁에서 병참의 양상은 때때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생하는 난제들의 연속이다. 병참의 역사는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시기를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사용된 보급제도에 따라 보급창에서 보급을 받는 ‘상비군’ 시대, 나폴레옹의 ‘약탈’ 전쟁 시대, 1870~1871년 이후 기지에서 지속적인 보급을 받는 시대로 나누는 것이다. 또 다른 기준으로는 병참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 이면에 있는 요인들을 조사하고 수송수단에 많은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쟁의 역사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데, 말이 끄는 수레를 이용하던 시대에 이어 철도시대가 왔고, 차량이 그 지위를 대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 수송수단은 각각 독특한 성격과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향은 보다 많은 하물을 보다 빠른 속도로 운반하려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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