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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신부

페르시아의 신부

[ 양장 ] illusionist 세계의 작가-1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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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5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89g | 128*188*30mm
ISBN13 9788975276170
ISBN10 897527617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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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편네가 지금은 달콤한 즙이 뚝뚝 떨어지는 잘 익은 대추야자 같지만, 근심 걱정으로 하룻밤만 설쳐 봐. 금방 쭈그러들어 딱딱하게 말라비틀어져 버릴걸?”
이들은 특히 라토리얀네 여자들이 생리를 거르지 않고 때맞춰 한다는 데 부아가 치밀었다. 그 톡 쏘는 냄새는 길거리에 확 퍼져 행인들이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였다. 이들은 생리 주기를 셈하며 감탄하고, 남몰래 은매화 가지를 태워서 아랫도리는 벗은 채 다리를 벌리고 그 불길 위에 까치발로 서서 연기가 자궁에 스며들어 미리암 하놈과 그 집 딸년들처럼 붉은 피가 찰찰 흘러나오고, 톡 쏘는 냄새가 진동하기를 기원했다. --- pp.33-34

플로라가 열세 살이었을 때 마음이 뿌듯해진 아비는 술타나 자파롤라의 지붕 위에 올라가 딸이 혼기가 되었다는 소식을 통신 비둘기 열 마리의 발목에 달아 인근 마을들의 중매인들에게 알렸다. 지친 비둘기들이 비둘기장으로 돌아온 뒤부터 젊은 총각들이 늙은 어미들과 들이닥쳤다. 필사적인 홀아비들과 둘째 아내를 구하는 남자들 역시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은 모두 아비가 “아름답기는 레몬 꽃 같고, 미소는 새끼 낙타 같으며, 상당한 지참금을 가진, 모든 것이 남자의 행복을 보증하는”이라고 단언한 그 플로라 라토리얀을 보려고 왔다. 아비는 또한 플로라가 제 엄마와 언니만큼 튼튼하며 기껏해야 가을감기 정도밖에 앓은 적이 없지만, 어린 시절의 모든 병에서도 다 나았다는 것도 밝혔다.
“저는 확신합니다.”
아비는 먹에 담근 까마귀 깃털로 유려한 페르시아어를 써서 이렇게 알렸다.
“제 어미와 마찬가지로 플로라는 비명을 지르지 않고 차분하게 건강한 자식들을 낳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붉은 봉인용 밀랍으로 봉했다.
옴리쟌으로 가는 순례여행은 수도 많고 끝도 없었다. 그 집은 애타는 신랑감들로 붐볐다. --- pp.221-222

여편네들은 나지아의 불행을 손가락으로 꼽고 나불거리며 비난하는 눈길을 던졌다. 즉 그녀에겐 부모가 없고, 숙모는 그 애의 지참금을 제멋대로 쓰고, 구멍에서는 피라곤 단 한 방울도 안 나오며, 병든 병아리처럼 비쩍 마르고 납작하다는 것이었다. 부인할 수 없는 말들이라 나지아의 고통은 더욱 오랫동안 쓰라렸다. 그러나 여편네들이 재밌으라고 얘기를 지어내고, 저희가 지은 그 무시무시한 얘기에 즐거워하면 나지아의 고통은 금방 사라졌다. 그네들은 금지된 일들이 미리암 하놈의 집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쑥덕였다. 그녀가 너무 게을러서, 아니 어쩌면 너무 사악해서 그런 일들을 일부러 막지 않는다는 것이다. (……)
“아운다레(가련해라).”
그네들은 한숨을 쉬며 나지아를 안타까이 바라보곤 했다.
“병아리 수를 셀 나이에 저 애는 아직 달걀 하나 못 낳아 봤으니, 불쌍하기도 하지.”
“플로라의 그 큰 젖통이 없다면, 아이고 망할 년, 예쁘기도 하지. 무사가 나지아한테 씨 뿌린 아기들은 틀림없이 굶어죽고 말걸…….”
탁한 물속에 오랫동안 담가 둔 탓인지, 나지아의 손은 낡아빠진 침대보만큼이나 파리했다. 건조해져서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 그녀는 물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물속의 빨래를 뒤적여 소용돌이를 일으켜서 여인네들의 거짓말을 가라앉혔다. 물을 동그랗게 휘저을 때 나는 작은 울림은 시끌벅적한 수다를 가라앉혔고, 나지아는 혀를 깨물었다. --- pp.119-120

영국 병원에서 근무하는 무슬림 간호사들이 유대인 신생아들을 훔쳐서 빨래바구니 속에 숨겨 밖으로 몰래 갖고 나온다는 말이 동네에 돌자 쥬바레의 여인들은 어미들이 그러했듯 다시 집에서 아이를 낳기 시작했다.
분만의 고통이 시작되고 끊이지 않으면 임산부는 친정집 양탄자 위에 눕혀졌다. 아이 하나에겐 피를 흡수할 고운 모래를 가져오게 하고, 다른 아이에겐 귀머거리 산파 줄레이하를 불러오게 했다. 산파가 도착하면 이웃 여편네들도 따라 들어왔다.
임산부의 발바닥으로 분만용 돌들을 밀어대고, 엉덩이는 하늘 높이 쳐들렸다. 친정 엄마와 언니들이 당사자나 다름없이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기절하지 못하게 붙잡아 주는 가운데, 임산부는 마음껏 제 서방 욕을 해댈 수 있었다. 줄레이하는 아기의 머리가 나오게 하려면 부어 있는 산모의 배, 즉 배꼽 밑의 손바닥 너비만 한 그곳을 언제 무릎으로 눌러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임산부가 오래도록 비릊기만 하고 별달리 진행이 없으면 산파는 마치 나가버리겠다는 듯이 앞치마를 벗고, 다른 여인들이 있는 문 뒤로 숨어버렸다. 홀로 남겨진 젊은 임산부는 공포에 질려 더욱 비명을 질러가며 애를 빨리 낳으려 힘을 주었다. 머리통이 보이기 시작하면 줄레이하는 다시 나타나서 아기를 꺼냈다.
--- pp.158-15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20세기 초, 페르시아의 작은 마을 ‘옴리쟌'. 유대인들이 아몬드나무 거리에 마을을 형성하며 살고 있다. 이슬람이 국교인 나라이지만, 유대인이라고 해서 차별이나 제재를 받는 법은 없다. 오히려 민족과 종교가 조화를 이루는 옴리쟌은 무수한 전설과 민담, 설화가 넘쳐나고 다양한 문화와 생활방식이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곳이다. 이 매혹적인 마을에 두 유대인 소녀 플로와 나지아가 살고 있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곧바로 임신을 한 플로라. 장돌뱅이 비단장수 남편은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그녀 곁을 떠났다. 그녀는 뱃속의 아비가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린다. 네 살 어린 나지아는 플로라를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자기 또한 결혼을 간절하게 열망하고 있다. 단 이틀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이 두 소녀를 이야기의 뼈대 삼아 옴리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아우르며 가지를 뻗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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