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것부터가 큰 과제이다.”
언제부턴가 머릿속에서 맴도는 말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지난 책이 나오고 2년여 동안 건강이나 인간관계 등에서 불확실성을 크게 체험했습니다.
나락을 거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덕분에 고통과 적응,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 삶과 스스로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 성숙 등에 대한 심리학 연구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머리로 아는 것 이상으로 말이지요.
예컨대 예전에는, 사람은 살면서 한두 번쯤 큰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게 된다는 연구를 보며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직접 그만 한 일을 겪어본 뒤로는 인간에게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이 새삼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들어가며」중에서
달리기 경주 끝에는 언제나 결승선과 화환, 박수와 환호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인생도 달리기 경주처럼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면, 언젠가 결승점에 도달하거나 적어도 조그만 행복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열심히 살기로 세상에서 제일까진 아니어도 두 번째, 세 번째쯤은 될 것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질주한 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왜 사는 건지, 어디로 달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것을 보니, 어쩐지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든다.
(…)이와 비슷하게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사회의 지침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로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자기 자신과 삶을 정말로 진지하게 마주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신과 삶에 대해 ‘진짜로’, ‘깊이’ 알게 되는 것을 사실은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은 나 자신에게도 줄곧 던져온 것이기도 하다. “나는 정말 진지하게 나를 알고 싶은 걸까?” ---「Part 1_ 01 나 자신을 알기란 어려운 일」중에서
따라서 아무리 중요한 정보라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내가 내 삶의 ‘주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내가 내면에 어떤 선호, 취향, 느낌, 의견, 성격, 가치관, 목적 등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 여기저기 휩쓸리는 것 같은 느낌, 열심히 살면서도 어딘가 늘 불안하고 공허한 느낌에 빠져들기 쉽다. 마치 겉은 훌륭하지만 정작 운전대가 없는 차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레베카 슐레겔Rebecca Schlegel과 동료들의 연구에서는 ‘실제 나’를 얼마나 잘 아느냐보다 ‘진정한 나’를 얼마나 빠삭하게 알고 있느냐의 여부가 삶의 의미감을 좀 더 잘 예측하게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진정한 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고 “그래, 난 이런 사람이야!” 같은 느낌을 가져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좀 더 “내 삶은 의미 있어! 충만해!” 하고 느낀다는 것이다 ---「Part 1_ 02 겉모양 말고 속을 보세요」중에서
현실은 이러하지만, 삶의 즐거움을 찾는 일은 절대로 낭비가 아니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행복한 삶이란, 결국 삶이라는 하나의 큰 그릇이 불행보다 행복으로 더 많이 차 있는 삶이다. 다년간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행복의 비결’은 무언가 엄청나게 큰일을 해냈거나 해내지 못한 데 있다기보다 즐거움을 느끼는 작은 순간들이 삶의 시간을 촘촘히 채우고 있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음이 밝혀졌다.
행복한 삶이란 죄책감이나 막연한 불안감 없이 있는 그대로 즐거움을 느끼면서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다. 즉 삶의 의미감을 추수해가는 것이다. 실제로 맘껏 즐거워할 줄 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삶이 공허하지 않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는 연구도 있다. ---「Part 1_ 03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오나요?」중에서
일반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나, 즉 ‘자아개념self-concept’이 복잡할수록(나는 활발하고, 친절하고, 손재주가 많고, 호기심이 많고,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건강하고 행복하고 스트레스도 더 잘 이겨내며 우울증도 덜 겪는다.
보통 실수를 하거나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내 잘못이 아니라 상황이/타인이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외적 귀인을 강하게 여길수록 스스로 정서적 타격을 덜 받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자아개념이 복잡하면 그 일이 내 잘못이긴 해도 나라는 사람 전체의 잘못이라기보다 나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 중 한두 가지의 잘못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집 앞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생각해보자. 나무가 무성히 자라면서 몇몇 가지가 옆집 담장을 넘었다. 이럴 때 나무의 밑동을 잘라버리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담장을 넘은 가지 몇 개만 쳐내주면 되니까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Part 1_ 07 땅 짚고 일어나기」중에서
예일대학교의 심리학자 수잔 노렌헉시마Susan Nolen-Hoeksema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지나치게 되새김질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높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일 뿐 아니라 자기학대나 알코올 남용, 섭식 장애 등을 보일 가능성도 더 높았다. 지나친 곱씹기는 만성적인 고혈압과도 관련을 보이는 등 건강에도 장기적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사건에 골몰함으로써 문제 해결 방법을 떠올리고 앞으로의 문제를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Sonja Lyubomirsky 등의 연구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지나치게 곱씹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문제 해결 방법을 알고 난 후에도 생각을 멈추지 않고 과거의 부정적인 사건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과거의 실수에 함몰되어 있는 동안 정작 중요한 현재의 일에 잘 집중하지 못해 수행이 떨어지기도 한다.
---「Part 2_ 06 생각을 정리하기」중에서
복잡한 감정의 존재는 치열한 삶의 증거이다.
--- p.15
때로는 뚜렷한 원인으로 인해 우리에게 말을 걸기 위해, 감정이 밀려오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그 메시지를 잘 듣고 생각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저 파도가 밀려오고 다시 밀려나가듯, 이 감정 또한 밀려왔다가 다시 밀려나가겠구나 하고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한다.
--- p.40~41
미움을 받는 데에도 항상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중략) 남들의 평가는 어디까지나 내가 나를 더 잘 알기 위한 여러 정보 중 하나로서의 의미를 지닐 뿐 나를 재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 p.82~83
마크 리어리Mark Leary 등의 학자들은, 자존감은 어떤 것의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그럭저럭 잘 살고 있음을 드러내는 삶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고 그 가치관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면 그 결과로서 건강한 자존감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중략) 건강한 자존감에는 반드시 실천이 필요하다. (중략) 매일매일 ‘아, 이 인생 참 괜찮다’ 하고 생각하며 삶을 살고living 있는가? 아니면 단지 하루하루 생존하고surviving 있는가?
--- p.90~91
“나 지금 살아 있구나!” 내가 주체가 되어 매순간 진실로 살아 있는 삶을 살자. 이렇게 살기 위해서는 가급적이면 하기 싫은 일, 자신의 꿈이나 가치관에 위배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내가 생각하는 나’와 맞는 길을 걷는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 p.92
“나는 이래서 안 돼.”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 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아군이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가장 가까이에서 나쁜 거짓말들을 쏟아내는 걸까?
--- p.98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 등의 학자들은 긍정적 정서를 일컬어 ‘스트레스 지우개’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힘들고 바쁜 때일수록 우리에게는 즐거움이라는 스트레스 지우개가 꼭 필요하다.
--- p.153
안타깝지만 세상은 항상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고, 당장 오늘 내일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나에게도 늘 존재한다. 큰 병, 크고 작은 범죄, 사건사고는 늘 나를 비켜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건 당신 탓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p.176
흔히 사람들은 아파봐야 성장한다며 아픔을 권한다. 하지만 모든 고통이 성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략) 고통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면, 때론 도망치는 게 더 낫다.
--- p.179
커피 한 잔이든 비싼 문구류이든 짧은 여행이든 사치하라. 당신이 단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게 하는 것이라면, 그런 사치는 충분히 가치 있다.
--- p.189
“No”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때면, 일단 정색하고 빤히 쳐다보자. ‘괜찮지 않다’, ‘당신의 부탁에는 문제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분명히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렵지만 그렇게 되어야 한다.
--- p.209
후회를 할 줄 알아야, 후회스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 p.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