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결국 무엇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서 수많은 나를 만나는 일이다. 여행 중에는 참 많은 일이 벌어진다. 그 사건들마다 얻은 경험이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만들어간다. 멕시코에서 두 달간 장맛비를 맞고 다녀보면 3~4시간쯤 비를 맞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네팔에서 20박 21일 등반을 하고 나면 하루 14시간 산행은 차라리 휴식이다. 7박 8일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나면 서울-부산 간 기차 여행은 눈 깜빡할 사이다. 인도 슬럼가에서 납치당할 뻔했던 사람에게 서울의 밤거리는 안방처럼 편안하다. 그러고 보면 여행은 간을 키우는 작업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한계의 지평을 넓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 . .
지금은 중요하게 여겨질지 모르는 '남들과의 비교'는 나중에 인생을 되돌아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데, 그것에 얽매여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는 거다. 여행이라는 것도 그렇다. 우리 일생에서 일부러 노력하지 않으면 여행 조건이 딱 갖추어지는 기회는 없다. 태어나서 30세 정도까지는 시간은 있지만 돈이 없고, 30세부터 60세까지는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으며, 60이 넘어서는 돈과 시간은 있지만 여행할 힘이 없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