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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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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8쪽 | 342g | 210*230*15mm
ISBN13 9791160266313
ISBN10 116026631X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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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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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정윤경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원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뒤, 영국 킹스턴대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그림책에 선과 색을 자신만의 터치로 섬세하게 펼쳐 세상 사람 모두와 소통하기 위해 현재 ‘삼매화 아틀리에’에서 작업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 그림책 『마음을 담는 그릇』 등이 있고, 『아들아 너는 최고의 인생을 살아라』 『길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 등 몇 권의 책에 삽화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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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나이가 오백 살이나 되었어요.
법당 기둥들은 주름살이 깊이 패었고,
옹이가 박혔던 곳들은 썩어 목탁처럼 구멍이 났어요.
봄이면 그 구멍에 박새들이 새끼를 기르기도 했지요.
법당이 시끄럽다고 어느 스님이 구멍을 막은 때도 있었지만,
어미 박새는 아이 덕에 새끼를 치고는 했어요.
아이는 스님들 몰래 달빛 밝은 밤에 구멍을 터 주었지요. --- p.4

아이에게 한 번도 꾸중하지 않은 분도 있었어요.
바로 금강 스님이었어요.
금강 스님은 꾸중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어요.
금강 스님은 벌써 십 년째 묵언 중이었어요.
묵언이란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수행법이에요.

스님들은 모두 금강 스님을 절의 보배처럼 생각했어요.
‘큰스님이 되고 말 거야.’
그러나 아이의 눈에는 금강 스님이 답답해 보였어요.
묵언이 아니라 말을 잃어버려서 못하는 것 같았어요. --- p.24-25

‘나무에서 떨어졌으니까 죽어야지.’
아이는 죽은 시늉을 했어요.
그러자 스님들이 경사라도 난 듯 모여들었어요.
‘죽었으니까 숨을 쉬지 말아야지.’
아이가 숨을 참으니, 얼굴이 발개졌어요.
스님들은 금세 눈치를 채고 웃음을 참느라
장삼 속에 감추어진 배꼽을 쥐기도 했어요. --- p.29

스님들은 아이를 골려 주려고 눈을 찡긋거렸어요.
“아이가 죽었으니 묻어 줍시다.”
건장한 스님이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렸어요.
아이는 여전히 죽은 체하고 있었어요.

눈을 감고 있어도 아이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었어요.
방울새 울음소리, 맑은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절 앞 이끼 낀 돌다리를 건너고 있는 게 분명했어요.
이끼 냄새가 꽃향기만큼이나 향기로웠어요.
--- p.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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