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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성댁 강분석의 봉화 산골 이야기

리뷰 총점8.6 리뷰 10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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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33g | 148*210*30mm
ISBN13 9788992650311
ISBN10 89926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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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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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농사 걱정을 하니 그이가 그랬다. “앙성댁은 ‘아마추어’잖아요.” 아마추어니까 농사를 잘 짓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이었다. 농사지은 세월이 벌써 13년이니 나도 이제 프로라고 항변하다가 문득 말을 바꾸었다. “그러네요. 저는 영원한 ‘아마추어’이지요.” 내가 그랬던 것은 아마추어 하면 떠오르는 순수함과 열정 때문이었다. 내 말이 맞다는 듯 그이가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 p.8

여름의 끝자락에 결정타가 날아왔다. 비바람이었다. 하루걸러 비가 내려 일찍 심은 기장이 쓰러질까 조바심을 치던 때였다. 밤새 사납게 불던 바람이 다음날 낮까지 이어지던 날, 거실에 누워 비바람에 넘어가는 기장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았다. 허리는 아프고 기장은 쓰러지는데, 창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비처럼 내 뺨 위에도 눈물 한 줄기가 흘렀다. --- p.52

“이 나무는 성한 게 한 알도 없어.” 남편 말대로 그 나무에는 온전한 복숭아가 한 알도 없었다. 상처 나고 병든 열매들이 크기는 왜 그리 크고 단내는 또 왜 그리 나는지. 슬픔과 짜증이 가슴을 치며 올라오는데 느닷없이 원효대사가 추었다는 무애춤이 생각났다. 내 비록 세상 이치는 모르지만, 세상사 어디에도 걸림 없는 자유인의 흉내를 내보는 거야 괜찮겠지. 어떻게 추는 줄도 모르는 무애춤을 춘다며, 나는 양팔을 펼치고 나무 주위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그러고 있는 내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아무튼 눈물 바람은 면한 셈이었다. 그날 남편도 허허 웃었던가? --- p.54

어느 때부터인가 농사를 짓는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그저 조금 도와주는 것일 뿐. 농사는 사람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존재의 근원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비록 잠깐씩이지만, 낮고 순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농사에는 또 묘한 힘이 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을 떨쳐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그 힘을 나는 자연의 위로라고 부른다. 만약 사람에게 그렇게 채이고 밟혔다면 그만 고꾸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하는 일이니, 그때그때 최선을 다할 뿐이다. --- p.62

이렇게 농사지으며 사는 것이 싫지 않다. 아니,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이 곤해도 해가 뜨면 저절로 눈이 떠지는 것이 즐겁다. 돈은 없지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 사방에 있으니 마음이 넉넉하다. 오래도록, 죽을 때까지 농사짓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고 또 할 만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 p.63

벌건 얼굴로 코니는 자꾸 쓰러지는 콩대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요령을 다시 알려주고 내가 물었다. “쉬운 일이 없지?” 기다렸다는 듯이 코니가 대답했다. “정말이에요. 농사는 쉬운 게 없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시장에만 가면 쉽게 다 사잖아요.” “그래, 콩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모르니까. 하긴 나도 전에는 하나도 몰랐단다.” “이제는 콩이 예전하고 다르게 보일 것 같아요.” --- p.132

“나도 40년 넘게 살던 서울을 떠나와서 1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지금도 내가 진짜 농부인지는 잘 모르겠어.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것에 아무런 후회가 없지만, 아니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도시 사람들 속에서도 그렇고 시골 사람들 속에서도 그렇고 가끔 낯설고 외로워. 그게 나의 한계이면서 또 출발점 같기도 해.” --- p.151

산자락에는 연초록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젊은 아낙은 냉이를 캐고, 밭둑에 선 어린 여자애가 유모차에 탄 젖먹이 동생을 달래고 있는. 그날 이후 내게 봄은 꼭 그 모습으로 기억되었다. 그것은 돌아가고픈 고향의 모습이기도 했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 전에 이미 40번도 넘게 봄을 맞이했건만, 그 봄날들의 기억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그날 젖먹이 동생을 달래던 다솜이가 어느새 여학생이 되었다. 오늘처럼 바람 칼칼하고 햇살 좋은 날, 하나로 묶은 긴 머리를 찰랑대며 학교에 가는 다솜이를 붙잡고 문득 묻고 싶어진다. “다솜아! 그 봄날, 너도 기억나니?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엄
마가 냉이를 캐던 날, 너는 밭둑에 서서 유모차에 타고 있는 찬이를 달랬잖니?” --- p.222

차 안에 늘어져 있는 개투 옆에 나는 눕다시피 하여 녀석의 목에 팔을 둘러 감싸 안았다. 개가 두 발로 서서 안길 때면 녀석의 목에 팔을 둘러 안아줘야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개들은 주인이 그렇게 안아준 순간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죽을 때도 그 순간을 기억하며 죽어간다고 한다. 일어서지 못하는 개투의 목을 안고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 p.275

달라이 라마의 글에서 “인생의 목적은 행복을 찾는 것”이라는 구절을 처음 읽은 때가 시골에 막 내려와서였다. 충격이었다. 남모르게, 그것도 죄의식을 느끼며, 떠올렸던 행복을 그렇게 드러내 놓고 찾는 것이 인생이라니. 그런데, 행복은 찾는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이대로 그냥 행복한 것, 그게 행복인 것 같다. --- p.279

내게 산행과 농사, 그리고 산과 밭은 서로 동의어이다. 시골에 내려와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왜 귀농했느냐는 것이었다. 그냥 내려왔다는 내 말에 사람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저었다. 40년 넘게 살았던 서울을 어느 날 갑자기 그냥 떠나왔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거였다. 귀농 13년 차,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한다. “귀농이란 말 그대로, 돌아온 거지요.” 그래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에게 나는 덧붙인다. “나를 부르는 곳으로요.” --- p.287

셰르파들은 경이로웠다. 5천 미터가 넘는 고지에서 얼음을 깬 물에 맨손을 담그고 설거지를 하면서 그이들은 휘파람을 불었다. 자기 키보다 더 높은 짐을 지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던 젊은 셰르파는 정녕 행복한 얼굴이었다. 내일은 없고 오직 오늘뿐이라는 듯, 지금 이곳에서 사는 것을 즐기는 그이들은 매 순간 삶을 송두리째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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