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지나치게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아동과 청소년의 사회불안장애 진단은 까다롭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심지어 부모까지도 ‘그저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에게 그 부끄러움은 아이에게는 더 없이 무거운 짐이다. 적절한 치료가 따르지 않는다면 부끄러움은 아이에게 학업장애나 낮은 자존감, 우울증 등의 여러 문제들을 불러올 수 있다.
(오스틴은 야구를 좋아해서) 매일 저녁 아버지와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았고, 뒤뜰에서 캐치볼을 했다. 드디어 어린이 야구단에 입단해 첫 연습 날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배를 움켜잡고는 아프다며 연습하러 가지 않으면 안 되냐고 부모에게 사정했다. 오스틴의 어머니는 “오스틴이 꾀병을 부린다는 걸 눈치챘지요. 연습하러 갈 시간이라고 말하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거든요”라고 했다. 연습 때마다 오스틴은 울음을 터뜨렸고, 경기 전에는 짜증을 내며 생떼를 부렸다. 아이는 다른 야구부원들과 이야기하지 않았고, 코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아버지와 연습을 해온 덕에 잘할 수 있는데도 경기장에만 서면 그만 얼어붙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 p.18
아동과 청소년의 사회불안장애 진단은 까다롭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심지어 부모까지도 ‘그저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에게 그 부끄러움은 아이에게는 더 없이 무거운 짐이다. 적절한 치료가 따르지 않는다면 부끄러움은 아이에게 학업장애나 낮은 자존감, 우울증 등의 여러 문제들을 불러올 수 있다. 아이가 불안장애와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면 부모의 격려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가장 먼저 부모는 아이에게 사회불안의 극복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즐거운 일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그런 다음 아이와의 눈높이 대화를 통해 무엇이 아이에게 두려운 상황인지를 구체화시키고,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는 쉽고 실질적인 목표와 행동 방침을 정해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
05|두려움을 통해 편안해지기
부끄러움과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는 바로 그 두려운 상황에 아이가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것은 사회불안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날 때 아이가 자신의 신체를 먼저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를 다루는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방법은 호흡이다. 아이가 불안을 느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은 과잉 호흡이다. 과잉호흡을 하게 되면 두통, 현기증, 숨 가쁨, 가슴 통증, 떨림, 땀 흘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럴 때 횡격막 호흡(복식 호흡)을 통해 불안증을 조절할 수 있는데, 이 호흡은 강력한 천연 긴장이완제 역할을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대로 아이와 함께 호흡하면서 아이가 호흡을 통해 일어나는 자기 몸의 변화를 스스로 느끼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다.
털이 탐스럽고 나른한 고양이라고 상상해보세요. 몸을 쭉 펴고 싶어요. 두 팔을 앞으로 펼쳐보세요. 머리 위로 높이 올려보세요. 저 뒤로요. 어깨가 당겨지는 걸 느껴보세요. 더 높이 뻗으세요. 이제 팔을 뒤편으로 떨어뜨리세요. 자, 아기 고양이 여러분, 다시 한 번 뻗어볼까요? 팔을 앞으로 뻗으세요. 머리 위로 올리세요. 뒤로 멀리 밀어보세요. 세게요. 이제 팔을 툭 떨어뜨리세요. 좋아요. 어깨가 좀 더 편안해진 걸 느낄 거예요. 이번엔 팔을 아주 크게 뻗어볼 거예요. 천장에 닿을 때가지 뻗어보세요. 팔과 어깨가 긴장되고 당겨지는 걸 느껴보세요. 긴장을 참아보세요. 잘했어요. 팔을 아래로 툭 떨어뜨리고 긴장이 풀린 게 얼마나 좋은지 느껴보세요. 따뜻하고, 나른하고, 기분이 좋아요. --- p.144
06|신중히 생각하라
사회불안의 신체적 조절 방법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아이 스스로 느끼게 하라. 아이에게 두려워하는 상황과 그때 아이가 느끼는 기분과 하는 행동을 마치 제3자의 것처럼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부모와 함께 적어가는 ‘생각 일기’는 자신의 두려움을 마치 남의 것처럼 보면서 조언을 하게 해보는 것이다.--- p. 166
이렇게 생각 일기를 작성하는 것은 불안한 상황이 큰 문제가 아님을 아이 스스로 인지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생각 일기를 적으면서 아이와 대화하고, 아이 스스로 자기와 대화를 나누게 하고, 자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직접 말로 혹은 글로 적도록 하는 방법을 계속 반복하면서 아이는 점차 두려움에 익숙해지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점차 용기를 가질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어른들을 편하게 대하고 공동체 생냈에도 즐겁게 적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아이들이 나를 비웃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라는 증거가 있는가?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없다. 나오미와 베로니카는 나를 좋아해주는 친구다. (파티에) 초대받지 않았다고 다른 친구들이 날 비웃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애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걔들은 잘난 척하는 애들이다.
- 아이들이 내가 쓸모없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내가 최악이라는 소리인가?
파티에 초대받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애가 있다면, 그런 친구는 필요 없다.
-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아마도. 하지만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어본 적은 없다. 굳이 떠벌리고 다닐 일은 아니다.
- 이 상황에서 내가 고려해야 할 다른 실마리가 있는가?
그 친구 엄마가 파티에 초대할 사람 수를 미리 정해놨는지도 모른다. 내가 멍청하거나 쓸모없어서 초대하지 않은 게 아닐 수도 있다.--- pp. 167~168
07|두려움에 맞서기
이제 두려움에 대한 신체조절 방법과 자기 대화를 통한 두려운 상황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졌다면 실전 훈련이 필요하다. 아이를 두려운 상황에 바로 직면시키고 반복적으로 노출시켜서 자신의 두려움을 구체적으로 다루어 극복하는 경험을 축적시켜주어야 한다.
A는 대학생 때 학교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마침 아파트 바로 옆이 공항이었다. 비행기가 아파트 위를 지날 때마다 너무 시끄러워 무슨 일에든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심지어 밤에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어머니가 그 시끄러운 소리가 뭐냐고 A에게 물었다. A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 말이다. 비행기 소리에 불안하게 반응하던 것이 사라진 것이다. 이것이 습관화의 원리다.--- p. 188
이런 경험을 반복하게 하는 것이 바로 노출치료의 원리다. 노출치료가 단순히 습관화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노출치료는 특히 인지 해석을 통한 습관화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해짐과 함께 특정한 무엇이 내게 해로운 것이 아니라는 이해가 함께 아이의 마음에 자리 잡고 신체적으로 안전하다는 경험이 따르는 것이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쌓인 경험은 두려움을 습관화시키고 이해시켜서 아이가 유사하지만 다른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에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데비의 사례) 두려움을 단계적으로 줄이려면 노출의 정도를 약하게 시작해서 점차 강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을 그 불안의 정도에 따라 분류하여 등급을 정해보자.
- 데비의 불안 등급
1. 정글짐의 넷째 칸까지 올라가라. 엄마나 아빠와 함께하라. 불안이 최소 반 정도로 내려갈 때가지 기다려라.
2. 이번에는 다섯째 칸으로 올라가라. 엄마나 아빠와 함께하라. 불안이 최소 반 정도로 내려갈 때가지 기다려라.
3. 엄마나 아빠가 몇 발자국 떨어진 상태에서 1단계와 2단계를 실행하라.
4. 정글짐에 계속 올라가면서 한 칸 올라갈 때마다 불안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려라. 처음에는 부모가 가까이 있는 곳에서 하다가 이후에는 거리를 두라.
5. 각 칸에 올라가 머무는 시간을 점차 늘려라. 사다리를 편안히 잡고 양옆과 아래를 둘러보라.--- p. 190
이제 아이 스스로 자신 앞에 높인 두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 두려운 상황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아무런 문제없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은 아이가 전적으로 혼자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부모의 간접적인 지원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가 불안으로 위축되었을 때 그 불안을 둘러싼 관계를 이야기해주고, 이해시키고, 끊임없이 조언을 해주는 과정에서 아이는 점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08|사회기술 배우기
큰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제시. 어느 날, 다른 아이가 밀어 넘어뜨려서 다리에 멍이 들어 돌아온다. 엄마는 너무 놀라 아이에게 마구 질문을 퍼붓는다. 부모는 아이를 부당한 고통과 당혹감에서 구하려고 한다. 자녀를 삶의 어려움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어 하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현실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수업 시간에 자신의 이름이 불렸을 때 심장이 쿵쾅거림,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속상함 등. 부모는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겪어야 할 ‘외상’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한다면 아이는 꼭 필요한 성장과 발달을 이룰 수 없다.
페기는 네 살 된 아들 타일러가 새로운 상황을 즉시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으로는 타일러가 먼저 체육 수업을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수업 전날 밤, 아이의 마음이 바뀌었다. 하지만 페기는 다음과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울음을 그쳐야지.”
“무서워할 게 하나도 없단다.”
“부끄러워하지 마.”
“네가 먼저 이거 하고 싶다고 했잖아.”
물론 실망스럽고 난처한 부모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이런 식의 반응은 상황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대신 페기가 아이에게 해준 말은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엔 보기만 해도 괜찮아.”
“시작해보기 전에 한번 살펴보고 싶은 거구나.”
“새로운 일은 어렵단다.”
“엄마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겁을 먹었지.”--- p. 96~97
아이를 무조건 보호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아이의 용기를 북돋아주면서 아이의 속도로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앤드류는 미식축구를 할 때면 다소 조용했다. 자신에게 패스해달라고 다른 아이들에게 외치지도 않았다. 앤드류는 방과 후 아빠에게 자신이 얼마나 공을 잡고 싶었는지 하소연했다. “아이들이 왜 패스를 안 해줄까요? 미식축구는 그만두고 혼자서 놀까 봐요.” 하지만 앤드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빠와 함께 뒤뜰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법을 연습했다. 아빠는 아이에게 “나한테 공을 줘!”라고 외치도록 가르쳤다. 앤드류의 목소리는 처음에는 너무 작아서 정말 화가 난 것처럼 고함을 치라고 말해야 했다. 하루는 아이가 잔뜩 신이 나서 집에 돌아왔다. “드디어 기회가 왔어요! 데이비드가 패스를 해줘서 터치다운을 했어요.”
--- p. 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