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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살고 싶다

틈만 나면 살고 싶다

: 김경주의 인간극장

리뷰 총점8.5 리뷰 15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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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4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06g | 127*188*20mm
ISBN13 9791160400540
ISBN10 116040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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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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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신준익
일러스트레이터. 2005년 여름, 프랑스에서 마주한 그래픽 노블의 다양성과 예술성에 매료되어 앙굴렘 유럽 고등 이미지 학교에 입학 단편 만화와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와 전시기획자 모임인 ‘앙크르-세슈(Encre-seche)’를 결성하여, 앙굴렘은 물론 파리, 벨기에 등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고 출판을 했다. 이탈리아 주간지 [인테르나치오날레(Internazionale)]에 단편 만화를 연재했고, 현재는 한국에서 개인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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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난 인생이 쓸모없어지는 것보단 창피한 게 낫다고 생각해. 내가 쓴 인형은 가족에게 쓸모 있는 걸 가져다주잖아.” “난 인형이랑 살고 싶진 않았다고.” 칼은 늘 멋진 액션 배우가 되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엑스트라 배우로 생활하는 건 가난하고 어려웠다. 수많은 영화 오디션을 보기도 했지만 주로 자객이나 전쟁 군인이었다. 주인공에게 얻어맞는 속칭 ‘방망이’가 되는 역할이었다. 그러다가 이 일로 들어섰다. 괴수, 유령, 마스코트…. 분윳값을 벌기 위해 칼은 닥치는 대로 일했다. 주로 뭘 뒤집어쓰는 일이었다. 뒤집어쓰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슈트액터 칼」중에서

“너 수능 몇 등급이냐?” “1학년 때는 1?3등급이었어요.” “그럼 넌 치킨을 시켜 먹고 사는 인생이 될 수 있었어. 지금은 몇 등급이야?” “7등급 정도요.” “이제 넌 치킨을 튀기는 인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부해.” “전 공부 안 해요. 배달하며 살 거예요.” “내 아들은 수능 10등급이야. 치킨 배달이나 하며 살아야 할 거야.” ---「배달 왕국의 판」중에서

“모두들 여기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살지. 굳이 묻지 않아도 다들 목표는 ‘올해까지’거나 ‘이번 시험’이야.” ---「고시원에 사는 벨보이 칠구」중에서

경마장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이 하나같이 믿는 게 있다. 살다 보니 사람보다 말이 더 믿을 만하다는 거다. ---「경마장 신문팔이 낌」중에서

“면접관님. 제가 왜 이 회사에 합격하지 못하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모든 건 이미 정해져 있기 마련이야. 이제부턴 홀로 버려진 자신이나 잘 돌보게.” ---「애완견 산책자 잉」중에서

“아저씨, 제가 왜 홈쇼핑 전화받다가 여기 온 줄 아세요?” “하루 종일 전화받기 싫어서 왔겠지 뭐.” “우리 언니가 그랬어요. 로비 종합안내 부서에 배속되려면 일단 에스컬레이터에서 일하고 그다음엔 엘리베이터를 지나면 된다고요.” “그게 뭐가 다른데? 점점 내려가는 쪽인데?” “에이, 아저씨는 진짜 세상을 하나도 모른다. 사람 같잖아요. 종합안내 부서에서 일하면 사람 같잖아.” ---「엘리베이터 걸 텐」중에서

몇 달 후 방에 공벌레처럼 누워 있는 그 노인의 주검을 발견했을 때 헐은 그 집 마당에 있던 고추장 장독 단지 옆에 쭈그려 앉아 오열했다. 달동네 언덕길까지 올라오는 자신이 유일한 소식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목이 메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이래서 가능한 한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은 거야.’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그것이 세상이었는지, 자신이 품은 질문이었는지 헐은 아직도 잘 모른다. 복역 후 처음으로 헐은 남의 집 담을 넘어 그 노파를 발견했다. ---「벽을 찾는 윌」중에서

“식사 때마다 모두 만만한 천국으로 몰려가는 거지, 거 김밥천국 말이여. 가보면 거기도 너무 값에 비해 허해. 하긴 천국이라는 게 원래 좀 허망한 구석이 있잖아. 진짜 천국엔 안 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택시론 드라이버 K」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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