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시오! 내 말을 들으시오!
주디 무디는 지금 보스턴에 있습니다! 매사추세츠 주의 주도이자, ‘자유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곳, ‘콩 마을’이란 뜻의 ‘빈타운’이란 별명이 붙은 보스턴에 와 있다고요. 화려한 티파티(보스턴 차 사건)가 열리고, 미국 독립선언서가 낭독됐던 유서 깊은 보스턴에 가족과 함께 여행 왔답니다!
“보스턴 최고!”
주디가 말했어요.
보스턴 여행에서 가장 좋은 점, 세 가지는 바로 이거예요.
첫째, 이틀 동안 학교에 가지 않을 자유.
(덕분에 철자 시험, 숙제, 독후감 쓰기를 하지 않아도 되죠.)
둘째, 좁은 차 안에서 스팅크 옆에 지겹도록 앉아 있지 않아도 되는 자유.
셋째, 머리를 매일 빗지 않아도 되는 자유.
……
“처음 이곳에 온 사람들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영국에서부터 건너온 사람들이었단다.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매고 못살게 구는 영국 국왕을 피해서 왔던 거야.”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아빠, 또 길고 지루한 얘기를 하시려는 거죠?”
스팅크가 물었어요.
“이건 절대 지루한 얘기가 아니야, 스팅크, 우리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얘기잖아. 만약에 그때 그 사람들이 그렇게 시끌벅적한 티파티를 열지 않았다면 미국이라는 나라는 생기지 않았을지도 몰라. 우리는 영국 놈들의 치사한 차는 안 마시겠다! 이 말씀이거든. 어림도 없지. 안 그래?
……
“영국에서 왔구나, 맞지?”
아저씨가 물으시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정말 재밌네. 여기 이 꼬마 아가씨가 대서양을 폴짝 뛰어서 건너왔단 얘기지? 우리 배를 보려고 말이야!”
아저씨의 말씀에 아이가 활짝 웃었어요.
“이렇게 우리 배를 찾아 주셔서 영광입니다. 꼬마 아가씨! 미국과 영국의 전쟁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난 일이지요. 이제 우리는 친구잖아요!”
아저씨가 여자 아이에게 손을 내미셨어요. 사이좋게 악수를 나눴습니다.
‘주근깨 얼굴에, 말도 이상하게 하는 저 아이가 영국에서 왔다고? 영국인들은 차를 마시기 좋아한다던데……. 여왕도 있댔어. 살아있는 진짜 외국인은 처음 봐. 와우, 굉장한걸!’
“저 애랑 얘기 좀 해 봐야겠어.”
주디가 스팅크에게 말했어요.
“누나, 그건 안 돼! 영국에서 왔다잖아. 그럼, 나쁜 놈들과 한 패거리라고!”
……
“누나, 나한테 4달러 97센트 빚졌다. 세금까지 보태서 꼭 갚아.”
스팅크가 말했어요.
“세금이라고? 말도 안 돼! 엄마! 아빠! 스팅크가 나한테 하는 짓 좀 보세요. 옛날에 영국이 미국한테 했던 짓이랑 똑같아요. 얘한테 빌린 돈을 갚을 수 있게 용돈을 좀 올려 주세요.”
“용돈 얘기는 집에 가서 하도록 하자꾸나.”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
“나한테 뭐 시키지 마세요. 영국에서 토리가 어떻게 사는지 엄마도 아셔야 해요! 토리는 친구들과 밤샘 파티를 엄청 많이 해 봤대요. 걔는 전용 전화기도 있고, 전용 욕실도 있대요! 게다가 용돈을 몇 파운드씩이나 받는다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내가 아직도 어린애로 보이세요?”
주디가 말했어요.
“어린애를 보고 어린애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그래?”
스팅크가 말했어요.
“주디야, 어린애 취급 받는 것 같아서 싫다면, 그리고 용돈을 올려 받고 싶다면 말이다. 네가 그만큼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하는 거야.”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툭하면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못 써요.”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
“나, 주디 무디는 이로써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주디 무디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바입니다. 이로써 오늘은 주디 무디 독립기념일입니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권리, 즉 생명과 자유와 행복한 지갑을 가질 권리를 이로써 주장하는 바입니다.”
주디가 잠시 목을 가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흠흠, 내가 ‘이로써’를 몇 번이나 했나요?”
“천 번밖에는 안 했어.”
스팅크가 말했어요.
……
끝까지 다 읽은 주디는 삼각 모자를 벗으며 소리쳤어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정말 재미있구나.”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진짜 기발하죠?”
엄마도 말씀하셨어요.
“나보다 더 늦게 잘 자유를 달라니 말도 안 돼.”
스팅크가 말했어요.
“그럼, 동의하시는 거예요? 여기에 쓴 자유를 몽땅 누려도 돼요? 용돈도 듬뿍 올려 주시는 거죠?”
주디가 엄마, 아빠에게 물었어요.
“우리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한 번 생각해 보자꾸나. 주디.”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한 번 생-각-해 보신다고요?”
‘한 번 생각해 보겠다.’는 말은 ‘글쎄’보다 더 무서운 말입니다. 결국 ‘안 돼!’라는 뜻이니까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