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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와 여우

고슴도치와 여우

: 우리는 톨스토이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 개정판, 양장 ]
리뷰 총점9.0 리뷰 1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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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상 top10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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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7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419g | 135*210*20mm
ISBN13 9788994353043
ISBN10 899435304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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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시인, 아르킬로코스는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
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자마다 해석이 다를 정도로 모호한 말이긴 하지만 여우가 온갖 교활한 꾀를 부려도 고슴도치의 한 가지 확실한 호신법을 이겨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상징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때, 이 말은 작가와 사상가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 넓게 말하면 인간 간의 차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모든 것을 하나의 핵심적인 비전, 즉 명료하고 일관된 하나의 시스템과 연관시키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이런 시스템은 모든 것을 조직화하는 하나의 보편 원리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런 시스템에 근거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생각하며 느낀다.
다른 한 부류는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이 목표들은 흔히 서로 관계가 없으며 때로는 모순되기도 한다. 물론 심리적이고 생리적인 이유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관계이지만 도덕적이고 미학적 원리에 근거한 관계는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고 행동지향적이며, 생각의 방향을 좁혀가기보다는 확산시키는 경향을 띤다.
따라서 그들의 생각은 산만하고 분산적이다. 또한 다양한 면을 다루면서 아주 다채로운 경험과 대상의 본질을 포착해나간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찾아낸 본질을 받아들일 뿐, 모든 것을 포괄하고 결코 변하지 않는 하나의 비전에 그들 자신을 맞춰가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런 비전은 간혹 자기모순적이고 불완전하며 때로는 광적인 경향을 띤다. ---pp.21-22

이런 임의성은 역사를 다룬 어떤 글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과도 같았다.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척 다양하지만 역사학자는 그중에서 한 단면, 예컨대 정치적인 면이나 경제적인 면을 선택해서 그 부분이 사회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실질적인 원인인 것처럼 말한다.
그렇다면 종교와 같은 영적인 요인, 달리 말해서 어떤 사건에나 개입되기 마련인 무수한 다른 요인들은 어찌 되는가? 톨스토이의 표현대로, 역사는 “인간의 실질적인 삶에서 0.001퍼센트”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결론에서 우리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역사는 ‘정치적’ 사건, 즉 공적인 사건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반면에 정신적 사건, 즉 내면적 사건은 대부분 잊힌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가깝게 부딪치고 경험하는 것이 정신적 사건이고, 최종적으로 삶의 버팀목이 되는 것도 정신적인 부분이다. 그런데도 역사학자들은 습관적으로 정치적인 면을 다루면서 이 부분을 간과한다.
1850년대에 들면서 톨스토이는 역사소설을 쓰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혔다. 개인과 공동체의 ‘실제’ 삶을 역사학자들이 그린 가공의 삶과 뚜렷이 대비시키는 것이 역사소설을 쓰려는 주된 목적 중 하나였다. 그 때문에 《전쟁과 평화》에서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훗날 공식 발표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진 왜곡된 사실을 나열하는 예가 흔히 눈에 띈다. 더구나 그렇게 왜곡된 사실이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회고된다. 원래의 기억이 그들의 미덥지 않은 사고방식, 즉 기계적으로 합리화하고 형식화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왜곡할 수밖에 없는 사고방식에 의해 바뀌어가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의 주인공들을 이런 현상이 뚜렷이 드러나는 상황 속에 끊임없이 놓는다. ---p.51

톨스토이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근원을 간헐적이나마 어렴풋이 보았다. 그 때문에 모든 관례적인 설명, 즉 사려 깊지 못한 ‘양식’을 근거로 한 과학적 설명과 역사적 설명은 너무나 공허하게 들리고, 더구나 잘난 척하는 설명은 지독한 거짓말처럼 들린다. 톨스토이 자신도 진실이 ‘여기’, 즉 관찰과 구별과 건설적 상상력의 여지가 있는 영역, 요컨대 미시적 인식과 분석이 가능한 영역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톨스토이는 우리 시대에서 미시적 분석의 최고봉이었다.
하지만 그는 진실을 보지 못했다. 그에게는 전체를 보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전체를 보는 것처럼 말했을 뿐이다. 그는 고슴도치가 아니었다. 고슴도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본 것은 하나의 일체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세분화되는 미세한 것들, 무수한 개체로 나뉜 세계를 보았다. 떨쳐낼 수도 없고 변하지도 않는 재능, 곧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명철함이 톨스토이를
미치도록 분노하게 했다. ---p.154

톨스토이는 모든 인간이 형제라는 복음의 사도였다면, 메스트르는 폭력과 맹목적 희생 및 영원한 고통을 인정사정없이 요구한 전도사였다. 그들은 이처럼 달랐지만 똑같이 비극적 역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또한 천성적으로 예리한 관찰력을 지닌 여우였던 까닭에 세상을 분할하는 절대적이고 실질적인 차이와 인간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는 힘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그들은 어떤 교묘한 수단에도 속아 넘어가지 않는 관찰자였다. 또한 하찮은 인간이 절박한 심정에 그들 자신이나 서로들 간에 혼돈에 싸인 세상을 감추려고 동원하는 신앙과 과학 등, 하나로 통합하려는 시스템에도 속아 넘어가지 않는 관찰자였다.
(중략)
한편 톨스토이는 자신의 지식과 천부적 재능, 심지어 자신의 성향과 완전히 모순되는 인생관과 역사관으로 시작했다. 따라서 그가 작가로서나 한 인간으로서 그런 역사관과 인생관을 실제로 살았다고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톨스토이는 말년에, 그가 인간과 사건에 대해 믿었던 것과 그가 믿었다고 혹은 믿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던 것 간의 역력한 모순을 해결하고자 온 힘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 따라서 이처럼 사실적인 의문들은 근본적인 쟁점이 아니라 나태하고 잘못된 삶에 집착하는 사소한 것에 불과하고 진정한 문제는 따로 있는 것처럼 처신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의 선천적 성향을 감추고 억누를 수는 없었다. 톨스토이는 피상적인 것에 만족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조류에 휩쓸리지 않았다. 수면을 뚫고 내려가 어둠 속까지 파고들어가 조사했다. 두 눈으로 보았고, 직접 본 것조차 의심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모른 체 눈을 감아줄 수는 있어도 그가 그렇게 한다는 사실까지 잊지는 않았다. 무엇이
거짓인지 찾아내는 섬뜩하고 파괴적인 감각 때문에 자기기만이란 이런 최후의 몸부림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지적인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 그러나 도덕적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깨달음에 짓눌려 고뇌하며 죽어갔다. 그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의 갈등을 해소할 수 없었고, 그 갈등을 해소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지도 못한 사람들 중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다.
톨스토이의 현실 감각은 마지막 순간까지 너무나 통렬해서, 뛰어난 두뇌로 세상을 잘게 쪼개 얻어낸 단위들에서 재조립해낸 어떤 도덕적 이상과도 양립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는 데 평생 동안 온 힘을 쏟아부었다. 지독히 자존심이 강하면서도 자기증오에 시달렸고, 박식하면서도 모든 것을 의심했으며, 냉정하면서도 넘치도록 열정적이었고, 남을 경멸하면서도 자기비하가 심했다. 또한 지나친 고뇌에 시달리면서도 초연했고, 가족과 헌신적인 추종자들에서 사랑받고 온 문명세계에서 찬사를 받았지만 거의 언제나 홀로였다. 톨스토이는 위대한 작가 중에서 가장 애처로운 사람이었고, 콜로누스에서 눈을 가린 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해 자포자기한 노인이었다.
---pp.17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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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우리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것은 벌린이 이 책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언급한 개념, 즉 역사를 무한소의 충적으로 보려는 톨스토이의 관점이다. 이 개념을 ‘생성’이라는 포스트모던적 개념과 연결지어 본다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기대가 이 책을 상세하게 재독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병창(동아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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