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경영학》은 데자뷔의 기억으로 시작한다. 얼떨결에 경영 컨설턴트가 된 철학도가 경영 컨설팅의 세계에 점점 빠져들면서 느끼는 허와 실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생생한 이야기로 풀어 나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전도유망한 경영 컨설턴트는 자신의 일에서 전문가인 체하는 가짜 전문가들, 무지함을 표상하는 학위, 극악무도한 책들, 책임 소재를 흐리는 묘한 질문들을 보게 된다.---p.008 옮긴이의 글 중에서
저자는 자신의 쓰라린 경험을 경영학의 ‘4대 대가’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승화시킨다. 경영학 학문을 만든 효시인 프레더릭 테일러, 인간관계론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엘턴 메이오, 경영 전략학의 토대와 골격을 완성한 마이클 포터, 경영 컨설팅을 고고한 상아탑과 최고급 회의실에서 끌어내려 가정의 식탁에서조차 오가게 만든 경영 컨설팅교의 교주 톰피터스. 저자는 네 명의 경영학 구루들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통렬한 뒤통수 때리기를 감행한다.---p.008 옮긴이의 글 중에서
컨설팅 업계의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의 한 임원이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 MBA 졸업자가 아닌 컨설턴트들의 업무 성과가 평균적으로 더 우수했다고 한다. 맥킨지가 1년차, 3년차, 7년차 직원에 대해 내부적으로 평가한 결과도 같았다. 맥킨지의 채용 담당 임원은, “MBA 학위를 가지지 않은 직원들이 더 성공적이었다”라고 '타임스'를 통해 말했다.---pp.018-019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노동자의 과학적 선택’은 결국 없는 일이 되었다. 테일러가 《과학적 관리법》에서 그렇게 열렬하게 주장했던, 이력과 성격, 태도의 양심적 조사를 통해서 과학적으로 최적의 노동자를 선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지역 언론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최상급 노동자를 찾는 행사에 지역사회가 큰 관심을 가졌다는 증거는 없다. ---p.082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의 아이디어에는 과학의 본질과 관리의 본질에 대한 오해가 내재되어 있다. 테일러는 무엇보다 과학적 태도와 과학 자체를 명확히 구별하는 데 실패했다. 우리가 과학적 태도라고 할 때는 통제된 관찰을 통해 사실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행동뿐 아니라 경영에 관한 이슈에 이런 태도를 갖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는 과학적 태도로 야채 가게에서 쇼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야채를 사는 데 과학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는 과학적 태도의 그럴듯한 목적과 관련 지어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지식의 틀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pp.086-087
테일러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영 엘리트가 아니라 엘리트 내의 엘리트, 즉 관리 전문 특수 핵심 그룹 또는 컨설턴트 집단의 이익을 진전시키는 것이었다. 자기 이해관계는 테일러 연구의 중심이었고 오류의 가장 완고한 근원이었다. 즉, 과학적 경영은 과학이 아니라 비즈니스였던 것이다. 테일러가 만든 황금의 발자취를 따라 간 컨설턴트, 전문가, 교수들의 연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비즈니스의 경영이 아니라 경영의 비즈니스에서 전문가라는 점이다.---pp.096-097
컨설턴트들이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수행을 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사람들이 그들을 광범위하게 어떤 특정분야의 전문가라고 여기는 것이다. 컨설턴트들은 전문성이라는 말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잘 쓰지 않는 많은 일에 전문가라는 말을 붙인다. 루이지가 비꼬아 지적했듯이, 컨설턴트가 컴퓨터를 켜면 바로 IT 전문가가 되고, 컴퓨터를 한 대 사면 IT 소싱 전문가가 된다. 컴퓨터를 들고 비행기를 타면 항공 산업의 권위자가 된다.---p.106
이 경우 양동이는 컨설턴트였다. 비즈니스의 중요한 이론으로 볼 때 우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좋은 사람들을 찾아서 포장했다. 우리의 이론은 어떤 방에서 가장 똘똘한 사람을 고용하기만 하면, 그들은 같은 방에 있던 운이 덜 좋은 사람들에게서 돈을 빨아들인다는 것이었다. 롤랜드가 일찍이 이야기했듯이 우리의 초점은 컨설턴트의 공급, 좀 더 적절하게 이야기하면 컨설턴트를 소싱하는 데 있었다. 이 방면의 전문가인 짐 콜린스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의 전략은 사람이지 내용이 아니었다.---p.265
경영진의 권력을 버텨 주는 역할을 제외하고는 BCG의 유명한 매트릭스가 기업 전략에 쓸모 있는 도움을 주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컨설팅 회사들의 관례대로 BCG도 자신들의 발명품에 대한 성과를 판단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 ---p.297
전략학은 근본적으로 분석적이며 환원적이다. 전략학을 만든 경영대학원 시스템과 전략이 대?하는 경영주의적 관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학교는 애초의 성립 자체가 관료를 키우기 위한 것이지, 사업가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전략의 핵심적 가치가 학계의 만행을 견뎌 낼 것이라고 믿는다.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p.330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새로운 사업인 ‘경영의 대가 비즈니스’를 창조했다. 이 책이 나오기 전, 경영 이론은 수백 명의 삼류 작가들과 대기업의 경영진에 속한 엘리트를 연결시키는 기업 대상 비즈니스였다. 피터스는 경영 이론을 회사의 이사회 회의실에서 들고 나와 일반 가정의 거실로 옮겨 왔다. 개인 상대 비즈니스가 된 것이다.---p.345
그러나 대가들의 자격은 정확하게 무엇일까? 그들은 왜 권위를 가지는가? 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대기업의 CEO들의 해야 할 일에 대한 조언을 듣는 데에 돈을 지불할까? 어떻게 경영 이론이 이렇게 개인적이고 정신적이고 비현실적이 되었을까?---p.348
대가들의 미래 예측의 정확성은 참담할 정도로 형편없지만, 반면 과거에 대해서는 얄미울 정도로 정확하게 설명한다. 이런 황당한 비대칭성은 《초우량 기업의 조건》과 그 아류에서 나타나는 연구의 심각한 한계와 연결된다. 즉, 대가들이 제공하는 이론들은 전혀 이론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지나간) 것을 설명하지만, (다가올) 어떠한 것도 예언하지 못한다. 전략학의 정교한 개념적 틀과 마찬가지로 그 이론들은 사실 판에 박힌 진부하고 검증 불가능한 장광설에 불과하다. 그것들은 제대로 적용되는 한 언제나 옳은 것이다. ---p.366
사실 경영 이론의 중심적인 통찰은 인문학의 토대에서 나온다. 조직행동에 대한 대가들의 이론은 마키아벨리가 로마와 피렌체 정치에 대해 간파한 것과 투키디데스가 펠레폰네소스 전쟁을 정리한 것과 다르지 않다. 디즈니의 회장 마이클 아이즈너의 경영 실패에 대한 기사를 읽는 것보다 리어왕의 경영 스타일의 결점이 무엇인지를 공부하는 것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만약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속박에 얽매인 인간의 고통에 대한 지혜를 배우려면 톰 피터스보다는 장 자크 루소에 기대는 것이 낫다.---p.445
전략에 대한 과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큰 그림을 그리고 앞날을 내다보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변명이 되지 못한다. 경영 이론가들이 제기하고 그들이 제공한 통찰에 대한 질문은 그럴듯한 실제적인 경영 학문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역사에 속한다. 경영학은 철학으로 가르치고 연구해야 한다.---p.446
좋은 경영자는 솔직하고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좋은 경영자는 자신의 특성을 만드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서 좋은 경영자는 자신을 잘 알고, 세상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다. 이런 뜻에서 당연히 좋은 경영자는 좋은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 것이다.
---p.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