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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남자와 33인의 화가

그림 읽어주는 남자와 33인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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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508g | 153*224*20mm
ISBN13 9788992162265
ISBN10 899216226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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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고운 앙고라털로 짜 만든 헝겊을 찢어 살포시 눌러붙인 듯 따스한 질감의 그림, 이것이 그의 그림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누드를 그리든 꽃을 그리든 그의 그림들은 이 뚜렷한 특색 가운데 살폿 내려앉아 있었다.
그렇다. 그의 그림은 강하고 모난 구석 하나 없으면서도 누구나 한눈에 그의 작품임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가국현' 중에서

갑자기 천지가 신이 만든 삼면의 거울요지경처럼, 위아래 분별조차 없어, 한 발짝 디딜 곳이 어지러워, 천지간에 자유로운 영혼들인 사슴 부부마저 순간 넋을 잃고 우두커니 서있다. 붉은 단풍 위로 가물하게 보이는 핑크색의 기운들은 바로 화가의 신명이요 흥이다.
이 순간 바로 이곳에 화가도 와있다. 바깥에서 지켜보지 않고 온통 가을이 되어 우두커니 서 있는 사슴의 마음속에 앉아 화가도 넋을 잃었다. 오직 핑크 빛 신명만이 홀로 깨어 캔버스 위에서 기뻐 날뛸 뿐이다.--- '구병규' 중에서

검은 나무 속 새집의 횟대에 앉아 있는 암컷은 몸통과 다리 전체가 붉게 달아올라 파랑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다시 말해 주인공은 지금 파자마를 입고 하늘을 날아 검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중이다. 꿈속에서나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랑을 하는 두 연인의 가슴 아픈 사연과는 반대로, 왼쪽 하단의 나비는 품속에 들어온 꽃을 한가득 가슴에 안은 채 사랑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나비의 기쁨은 붉은 색과 녹색으로 물들어 가는 반쪽 날개로 절절히 묘사되어 있다.
마치 샤갈의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하다.--- '김석중' 중에서

그림 오른쪽 하단의 벽으로부터 갑자기 툭 불거진 나무 판대기(?)와 그 위에 달랑 놓인 모과 3개는 긴 세월 속에서 아직도 싱싱하기만 한데, 이들로부터 희미한 향기가 스멀스멀 새어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했다면 여러분도 이제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그리움의 기억이 이제 막 코끝으로부터 벌름 거리기 시작하고 있음을.
그렇다 이렇게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가가 단순한 기억이라는 뇌의 생리 현상이라는 가슴 깊이 간직한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긴 여행의 시작을.
물은 길이 잘 들여진 놋주발에 가득 차 표면장력이 허용하는 최대치로 일렁거린다.
그럼에도 흘러내리지 않고 주인공의 한 모금만을 기대하며 흐르려는 본능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중이다. 한줄기 빛은 전면으로 새들어와 부푼 물의 표면을 교묘히 드러내고 바닥의 맑은 속까지 휘젓고 나서 이번에는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 회심의 한 수, 물과 놋그릇이 표면에서 만나는 엣지의 풍경, 그 미묘한 물리적 작용을 꼼꼼하게 비춰나간다.
--- '김순겸' 중에서

저 랜턴에 불을 붙인다면 산예에게 갈린 저주가 풀리고 서수는 순식간에 몸을 일으켜 옛 기상을 회복할 것이다. 깃털은 글 쓰는 자를 상징하는 펜일 것이다.
신화는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입에 오르내림으로써 그 생명이 탄생되고 또 유지되는 것이다. 이놈은 오랜 세월을 잊어지고 화석이 되고 또 그렇게 기다려온 것이다. 관객의 관심으로 마법의 램프에 불이 환하게 켜질 그날을!
그는 지금 주인과 더불어 보냈던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고요히 회상하고 있다.
낡았지만 여전히 멋들어진, 오동나무로 만든 머리의 조각들과 고태미가 흐르는 피부와 부들의 장식들은 주인의 따뜻한 아낌의 시각을 알알이 드러내면서 달빛 아래 보냈던 수없이 아름다운 순간들을 한 송이 장미로 대신해 하나하나 헤아려보고 있는 것이다. --- '김영일' 중에서

아 이렇게 청량한 느낌이었던가? 겨울의 금강산, 개골산의 실체란?
분명 설경임에도 눈의 볼륨감과 푸근함은 찾을 길이 없고, 나무들마저 의도적으로 배제된 봉우리와 계곡 그리고 바위의 디테일은 기름기를 싹 제거한 섬세한 근육처럼 미세한 결까지 알알이 드러내 보인다.
시원하다 못해 아플 정도로, 가려울 때 제대로 등을 긁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 기분을 알 기 힘들 것이다.
그곳에 엄청난 기세로 구룡폭포가 쏟아져 흐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물이라기엔 전혀 액체의 느낌조차 나지 않는다. 바늘! 그렇다. 수백만 개의 날카로운 바늘들이 마치 물처럼 흐르는 장면, 작가의 집요 하리 만큼 철저한 나이프질(?)이 만들어낸 일대장관이다.
--중략-- 손을 갖다 대면 단번에 손을 베일 듯한 예리한 기세는 급기야 풍성한 여름의 폭포를 고기 한 마리 못 견뎌낼 청정의 극치로 바꾸어버린다.
작가의 집요한 작업에 못 이겨 공간이 내지르는 비명은 고요하던 자작나무 숲을 뒤흔들어 아무도 못 말리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도록 만든다. 이 그림 앞에 서 있으면 어느새 몸부림치는 자작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트가 코를 찌르고,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상쾌함이 만껁질듯 생생하다. --- '김용선' 중에서

남산을 넘어 옥수동 산을 뒤덮은 판자촌 달동네에 어둠이 깔리면 사과 행상을 하시던 어머니가 막내아우를 업고 어린 화가를 데리고 귀가 길에 오른다.
화가의 집은 아마도 가운데 있는 큰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감나무가 있는 두번째 푸른 기와지붕 집일 것이다. 오른쪽 아래의 예배당에 다녔을 것이고, 나무가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 신나게 술래잡기, 다방구를 하며 누비고 다녔을 것이고 구슬치기 딱지치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을 것이다.
아, 이제는 이 모든 것이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세월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별이 총총 맑은 하늘아래 높은 산들이 온통 푸른색으로 칠해져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어? 월곡동이 이런 곳이었던가?
밤이면 거대한 산소 탱크같이 파랗게 변하는 산과 알록달록한 작은 집들이 가만가만 깃들어 산새들처럼 잠드는 그런 청정하고 조용한 마을 이었나? --중략--- 저렇게 싸한 공기를 새벽까지 펑펑 뿜어대는 파란 산 아래, 맑은 하늘에 떠 있는 총총한 별을 헤며, 마치 죽은 것처럼 잠들어본 지도 아득한 느낌이다. 아니 있기는 했었던가? --- '김정호' 중에서

압권인 것은 물고기의 표정이다. 그게 어디 죽은 물고기의 얼굴인가? 물고기의 표정은 분명 모나리자의 미소에 비길 만한 신비로운 그것이다.
물고기의 자세는 더욱 재미있다. 그림을 거꾸로 놓고 보면 마치 물고기가 안장을 얹어 그 위에 여인이 올라탄 것처럼 보인다. 여인이 물고기를 이고 있듯 물고기도 여인을 등에 태우고 있을 뿐 아니라 푸른 하늘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초현실적 풍경인데, 다다의 대가 르네 마그리트가 울고 갈 세기적 상상력이다.
자칫하면 변기에 앉아 볼일(?)보는 것 같기도 한 기묘한 포즈가 더욱 낯선 까닭은 기존의 어떤 누드화에서도 본 적이 없는 파격적인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붉은 벨벳으로 덮은 등받이 없는 둥근 의자에 두 다리를 쩍 벌린 상태로 화가를 등지고 돌아앉아있는 것도 이상했지만 ,머리는 틀어서 단정하게 올려 목선을 드러내고, 허리를 곧게 편 채 ,두 팔은 굽혀 부드럽게 가슴을 감싸 안고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도록 지시를 받을 때까지도 모델은 자신의 모습이 어떤 형태를 만들고 있는지를 전혀 상상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화면 한가운데를 두 개의 날카로운 평행선으로 처리한 부분이라든지 뒤로 보이는 교회의 첨탑과 집 오른쪽을 약간 가리는 이등변 삼각형의 침엽수로 수직선을 그어 기하학적 균형을 이루면서도 자연스럽게 동적인 리듬을 생성하는 부분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 아름다운 정경을 만들어낸 선들은 오히려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하나 없다. 화면은 치밀하게 계산 되었으나 묘사는 복잡하지가 않다. --- '김종하' 중에서

여인의 머리카락이 왼쪽으로부터 머리 뒤를 타고 오른쪽으로 부드럽게 휘돌아 전방으로 뻗어있다. 이는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그리고 간접적으로 라고 하는 여성특유의 바디 랭귀지와 내면을 관통하는 의식의 흐름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빼어난 수법이다.---중략----
원래는 둥근 타원형 입체여야 할 여인의 머리는 좌우로 납작해져서 물고기의 몸통처럼 유선형으로 변해 있다.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시계와 같은 초현실적인 변화를 보노라면 변화의 불똥은 어느 듯 관객의 의식으로 옮겨붙게 된다.--- '김형주' 중에서

청춘의 멋진 몸을 갑옷으로 해석 한 점이 너무 재미있다.
작가는 이것을 무슨 내복처럼 벗겨낸 다음 멋진 좌대에 받쳐놓았다. 생뚱맞다고 하기에는 벗어 놓은 청춘이 너무 멋지다. 이것을 잃어버린 불행한 사나이의 슬픔을 생각하기 전에, 내가 대신 입을 수 만 있다면 얼른 하나 사서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 이 멋진 작품을 부질없는 청춘의 허무함 어쩌고 하면서 심각하기 보다는,잃어버린 나의 청춘과 이제는 사라져 버린 나의 갑주를 위한 기념비로 간직하고 싶다. 그러나 정작 클라이막스는 부처의 나발에 떠있는 한조각 구름이다. 이로 말미암아 이 전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부처의 정신세계가 드러남은 물론 부처가 비로소 부처가 되는 것이다. --- '노대식' 중에서

소들은 저절로 밭을 갈게 놔두고 뿌려야 할 씨앗자루를 열어 젖혀놓고 신발도 아예 벗어 놓고 털버덕 앉아 담배를 한 대 맛있게 피고 있는 남편은 일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섹시해 보이는 마누라는 강아지풀만 지그시 깨물고는 눈을 감고 여운을 음미하는 듯한 묘한 표정이라니. 밭 갈고 씨를 뿌리는 농사는 땅에서만 짓는 것이 아니다. 치마와 수건 속곳 같은 의상들이 잘 어울리는 여인들의 누드 또한 르노아르의 그것처럼 건강하고 발랄하다.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피라미 떼들은 재잘거리는 욕녀들의 수다에 활기를 더하고 ,뒤에 펼쳐져있는 그림 같은 산들은 오히려 여인들의 몸에서 뿜어내는 생기에 눌려 병풍 역할? 그치는 느낌이다. 여름날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건강한 살내음에 섞여 그림 밖으로까지 불어올 듯하다.--- '림용순' 중에서

문창배의 그림은 느린 정도가 아니라 수백 년 아니 어떨 때에는 수십만 년을 흘러온 시간의 궤적이 일순 포착되어 정지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만큼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흐르고 있는 시간을 마치 달리던 차가 전방에 갑자기 달려드는 사람을 발견하고 급정거하듯 그의 그림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엄청난 긴장감을 초래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고야 만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는 애초에 관심 밖이다. 구별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나 보다.
갯가에 앉아 저물도록 바다만 바라보던 어린이가 한순간 잔물결에 반사되는 햇빛 한 조각이 부리는 요술에 넋을 잃었던 기억, 멍하니 바라만 보아도 부자 된 것만 같던 어릴 적 기억 한 조각, 저절로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 한 조각, 시간이 멈추는 순간! 작품은 역시 작가 특유의 극 사실 기법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관객들은 실제의 나무 단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그 착각에서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장치가 바로 화면 중앙 약간 우 하단에 그려진 잘 깎은 연필 한 자루다. 지우개가 달린 노란색 연필은 화면의 대각선상에 정확히 위치하면서 날카로운 끝을 반대편 꼭지 점을 향해 잔뜩 벼르고 있어서, 관객들은 비로소 시선의 안정을 취하고 일견 무질서해 보이는 나무더미들 속에 작가가 숨겨놓은 비밀스러운 코드들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게 된다.--- '문창배' 중에서

태양은 붉게 타오른다. 그 아래 나뭇잎 하나 없이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몸통 쪽으로 붙이고, 마치 허공을 유영하듯 태양을 향해 느리게 접근하고 있는 고독한 소나무 한그루가 있다. 나무는 몹시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도 절대 권력인 태양을 향해 감히 투쟁하듯 맞서는 모습이 처절하면서도 장엄하기가지 한 것은 아마도 그 나무에서 우리와 같은 인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총18칸으로 분할된 마치 체스판을 연상시키는 방마다 얼굴 없는 여인의 누드 토르소가 처절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녀들의 표정은 결코 기쁨으로 충만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붉은 방과 검은 방이 서로 교차함으로 만들어지는 극적인 분위기는 보는 사람들을 불안한 흥분으로 몰아가고 있다. --- '신동권' 중에서

처마 밑의 유려한 곡선과 정교하게 짜 맞춰진 나무들과 고태미가 흐르는 나무들의 생살들을 찬찬히 살피노라면 어느새 코를 찌르는 송진 냄새를 알사하게 풍기며 피톤치트가 뿜어 나올 것처럼 생생한 한옥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뿐인가? 그저 대나무 밭의 댓잎들을 감탄하면서 하나하나 조근 조근 새알이기만 해도 어느새 바람이 불어 올 것이다. 초여름의 열기가 무색해질 청량한 대숲의 바람 말이다.
이 거대하고도 특이한 바위는 그러나 섬세하고 정밀한 외형선들과 쏘가리나 송어의 피부처럼 미끄러운 느낌의 점으로 묘사하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질감묘사법에 의해 바닷물에 코박고 있던 코끼리가 금세라도 고개를 들 것 같은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답답함을 죽창으로 푸욱 쑤시는 쾌감 한자락 그것이다. 빽빽이 그려진 것은 댓잎이 아니라 허를 찔린 하늘이 내뿜는 와마디 비명이요 쏟아지는 피비, 혈우--- '血雨)다. 끝까지 내 맘을 몰라주는 하늘에 대한 원망과 답답한 현실에 뾰족한 대안이 없는 다수의 현대인들에게 이 그림은 만만치 않은 무게감으로 다가설 것이다.--- '오종철' 중에서

위에는 상서로운 구름들이 현대미술의 모노그램과도 같은 장식적 문양으로 표현되어 마치 고가구 표면에 오려 박은 백동장식과 같은 고태미가 배어나온다. 그 위에 세 마리 학이 불로초를 물고 노닐고 있다. 이것은 이 하늘이 우리가 사는 그 하늘이 아니고 신선들이 살고 있는 다른 차원의 하늘임을 암시한다. 이 바다와 하늘 그 사이를 음양을 상징하는 푸른색과 붉은 색의 겹 기둥이 전후에 우뚝 서 있고 이 모든 환경을 배경으로 줄범--- '호랑이) 한마리가 우뚝 서 있다.
쑥색의 배경 위에 전통적인 한국화의 유연한 필치로 포도문양의 드로잉이 펼쳐져 있고 두 점의 명품 청자가 왼쪽 여백을 채우고 있다. 비록 채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흰 색 테두리만으로도 아름다움을 채 숨기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 마치 명품 속에서 그 하나만 따로 콕 집어내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 밝은 빛 속에 완벽한 고려청자 한 점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불꽃은 그려져 있지 않지만 그림 자체가 불꽃 그 자체인 고열의 가마 안에서 모든 것이 녹고 있는 끔찍한 열기에도 분청사기들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서로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다. --- '우희춘' 중에서

차라리 폭풍우라도 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만 같은 답답한 기운은 아마도 거대한 털실뭉치로 변한 하늘 때문일 것이다. 아름답고 예술성이 뛰어나지만 집안에 걸어두기는 왠지 꺼려지는 것은 마치 그림 형제의 유명한 잔혹 동화 헨델과 그레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그로데스크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화가도 자신을 이처럼 극한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던 것일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대담하면서도 꽉 찬 구성이다. 가로로 넓은 캔버스의 절반을 온통 한 개의 바위산으로 채워 그 당당한 위용을 강조하고도 성이 차지 않는지, 돌멩이 하나하나에 보석 같은 느낌의 잔잔한 마티에르가 꽉 박혀 있어 한눈에 그 단단함과 귀중함이 절절하다.
--- '이동업ㅍ

무심코 시선이 아래로 이동하는 순간. 아차, 현기증이 날 정도. 흄황한 빛의 무리가 부채살처럼 펼쳐져 있다. 이번에는 꽃이 아니라 항아재 날주둥이와 몸통 상단에 비친 빛으로 주제가 이동리가있는 것인데 지금껏 야생화들의 아름다움에 천착했던 기증의 시선이 드디어 근원으로 와 닿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한 번의 클라이막스를 묄리가소박하고도 조용히 숨죽이상단에 , 기증의 그림은 이제 한고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화분은커녕 의지할 소 여물통 쪼가리도 없는 맨땅 한구석에, 그러나 끊어진 울타리를 집삼아 소국과 패랭이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작가의 시각은 초가을의 햇살처럼 따뜻하게 꽃들 위를 비춘다. 그 위에 나비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빨강 잠자리가 내려 앉아 넋을 잃고 있는 이곳, 시간이 멈춘다. --- '이석보' 중에서

가을비가 제법 굵은 빗줄기로 투두둑 떨어지고 있는 늦가을의 을씨년스러운 날씨다. 시냇물은 이내 불어나 흐르는 소리가 제법 귓전을 때리고, 불어오는 가을 바람소리 나그네의 갈 길을 재촉하는데, 찬바람은 어느새 몸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온다. 한 장의 그림으로 만들어낸 비 오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두 삼각형이 만들어내는 역삼각형의 공간을 또 다른 삼각형이 먼 산의 형태로 채워 나가는 일종의 기하학적 원근감으로 그림이 완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원근감은 그림의 우측 아래로부터 시작하여 대각선 끝까지 닿은 다음 포물선을 그리며 중앙산을 휘돌아 넘어 우측에 파란 색으로 칠해진 가장 먼 산을 향하고 있는 마치 제트기의 흔적과 흡사한 기류 혹은 구름의 움직임 때문에 동적인 느낌까지 더해져 ,관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를 따라 속도감 있게 이동하게 되어 있다. 화가는 서울의 주산인 삼각산--- '북한산)의 장엄한 모습을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하여, 간결하고 굵은 선으로 묘사하고 순도 높은 원색을 사용하여 아름답게 채색하는 한편, 하늘과 구름부분은 전통적인 수묵의 기법을 이용함으로서 담백한 하늘의 기체적 특성까지 고려하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 '이춘환' 중에서

산의 색은 푸르다 못해 보랏빛으로 발전하여 넘쳐나는 기운을 주체 못하는 형국이다. 이 기운을 수려하게 빠진 주산이 고스란히 넘겨받아 파랗게 빛을 발하고 그가 뿜어대는 기운으로 청보석처럼 밝고 푸른 빛줄기들이 횡으로 띠를 이루어 마을 뒷산을 향해 거침없이 밀려들고 있다. 그 아래 마을의 집들도 마당도 모두 따뜻한 색으로 이 기운들을 한껏 받아들이다 못해 마을 앞을 흐르는 개천마저 덥혀 놓고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일렁이는 생명의 수-프로서의 바다이미지는 잘 끓인 매운탕 국물처럼 걸쭉하고 따뜻하다. 바다 가운데 4개의 두터운 흰 선으로 단순화된 파도는 생명으로 가득찬 바다의 에센스가 결코 정체되어 있지 않고 크게 순환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다의 에너지는 주변을 둘러싼 다도해 풍경들 속으로 하얗게 흘러들고 있다.--- '이한우'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 절망이 뼈 속 깊이 스며들어 분노조차 포기한 화가의 얼굴 표정이다. 감은 두 눈으로 보아, 무슨 생각에 골똘한 것 같지만 사실 머릿속은 생활고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꽉 차 있어, 창작의 아이디어 같은 것은 이미 고갈된 지 오래다. 굵은 이마의 주름, 검버섯이 가득한 마르고 푸석한 얼굴로 화가는 모델의 가난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만든다. 윤기를 잃은 꽁지머리와 가늘고 긴 목은 화가로서의 자부심과 높은 이상을 말해 주지만 그를 바치고 있는 왜소한 몸를 잃조한 마음과 빈약한 마의를 상징하고, 팔짱을 낀 자세는 완고한 성격을 대변하고 있는 바디랭귀지다.
이 그림은 작가가 오랫동안 정들었던 붓을 버리게 되었을 때 기념으로 간직하려고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붓의 수고와 그에 얽힌 감회가 화면 전체를 통해 절절히 묻어나온다. 그림의 마티에르는 은은하고 치밀하다. 마치 죽은 자식의 장례를 직접 치르는 애비의 슬픔을 보듯 몸을 찬찬히 쓰다듬고 있는 듯한 붓놀림이다.
연탄집게는 방금 저 깜깜한 공간에서 뜨거운 밤을 보내고 나온 것이다. 그는 지금 화상을 입은 듯 벌겋게 달궈진 다리들을 드러낸 채 아직도 남아 있는 좀전 사건의 여운을 주체하지 못하고 벽에 기대어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중이다.
기와지붕에 쌓인 눈이 떡가루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알갱이의 느낌을 유지한 채 지붕의 결을 따라 수북이 쌓인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내리는 눈의 모양은 또 어떤가? 가로등 불빛에 비춰지는 함박눈의 모습은 어떤 사진보다도, 또 어떤 극사실주의 그림보다도 더 눈처럼 실감이 제대로 난다. 창문을 통해 비춰지는 엷은 오렌지색 조명과 두 사람의 여성은 이 낭만적인 설경에 훈훈한 인정을 더해주고 있다 --- '장용길' 중에서

그림 속에서 소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밟고 서 있는 푸른 언덕은 물론 멀리 보이는 산을 포함한 지구라는 땅덩어리 전체를 밟고 서있는 거대한 존재감이다. 뿐인가? 별 저항감을 느낄 새도 없이 어느새 하늘 전체를 가득 채우고 서 있다. 그리고 다리,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오직 앞발 2개일 뿐 나머지 두 뒷발과 몸통들은 어디까지 뻗고 닿아있는 것일까?
형체는 소의 실루엣을 하였지만 크나큰 우주의 틀 없는 본디의 마음자리를 상징하고 있다. 그 속에 티 없는 어린마음들이 천진하게 뛰어놀고 있다. 혹은 소의 머리에 기어오르고 혹은 등을 타고 혹은 아래로 떨어질 뻔도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오직 기쁨만을 표현하는 존재이다. 이 소는 얼굴이 없다. 얼굴이 없으니 표정도 없고 표정이 없으니 감정인들 있겠는가? --- '전창운' 중에서

인물의 몸은 막 도약을 시작하여 허공에 걸려 있고, 온 몸에 힘을 자연스럽게 빼고 있다. 얼굴은 없지만 분위기로 만들어낸 표정은 정말로 밝고 자유로워 보인다. 허공과 인물 간에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한순간 탁 터지는 장쾌함이 일품이다.--- '정국택' 중에서

숲과 마을의 형태적 구분은 이제 더 이상의 의미를 잃고 서로를 색채적으로 보완하는 일에 몰두하는 듯 즐거워 보인다. 화가가 풍경에 쓰고 있는 색깔들은 따로 취향을 물을 것도 없이 필요한 모든 색들은 그저 그 자리에 예로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가히 전색성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색의 축제가 벌어져 있다. --- '진양욱' 중에서

그림 속의 푸르게 빛나는 장미는 이 한겨울 깊은 산속 외딴집 창가에서 온산과 집 앞 개울의 물에 두루 쌓인 흰 눈과 더불어 달빛의 세례를 흠뻑 받아 잠을 설치고 있는 중이다. 창밖의 겨울의 냉기를 미쳐 느낄 사이도 없이 쌓인 눈에 반사된 푸른 달빛에 매혹된 장미는 뜻 모를 설렘에 달뜬 가슴을 온몸으로 푸르게 푸르게 뿜어내고 있다.
화가 자신도 이 순간은 흥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화병 속 누드의 여인 또한 성적으로 고양되어있는 상태이다. 화분받침의 색깔은 피처럼 붉고, 크기는 화분을 받쳐주기에 턱없이 작아 불안해 보인다. 이 모든 것이 벗은 여인의 불안하고 에로틱한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얀 색의 장미다발이 푸른색의 윤곽을 간간히 드러낸 채 생크림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있다. 미소는 아래 꽃병의 형태와 참으로 잘 어울려 마리아처럼 순결한 어머니의 사랑 가득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짙은 푸른 색으로 장식된 꽃병의 모가지와 윤곽 그리고 바닥의 세로선들은 신선감과 함께 안정감을 주고 아주 간간이 섞여 있는 붉은 선들은 피를 상징하지만 불길한 징조와는 무관한 건강한 생명을 뜻하는 상징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정갈한 방에 앉아 곧 태어날 아기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기쁨에 젖어 있는 젊은 어머니의 환한 모습이 오버랩되지 않는가?
섬세하게 그려진 장미다발을 뚫고 우뚝 솟은 한 송이 장미, 마치 쏟아지는 갈채조차 만족하지 못하고 솔로 데뷔를 꿈꾸는 걸 그룹 속에서의 튀는 하나를 보는 것처럼 부럽고도 위태롭다. 이런 느낌은 그리는 화가도 공유하고 있었나 보다. 장미가 머물고 있는 화병은 아직 제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그를 받치고 있는 테이블 또한 배경과 섞여 희미한 선으로만 남아있다. 마치 잠시 후 허공 속으로 꺼져 버릴 것만 같은 빈약한 토대로 자꾸만 높은 곳만을 동경하는 청춘의 날 선 정열을 화가는 어느새 손녀를 걱정하는 할아버지의 따스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여럿이 하나 되어 뿜어내는 저 숨 막힐 것 같은 침묵의 교태를 보라! 주위의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빨갛게 동화 시켜놓은 무르익은 정열이 고요히 숨을 고르는 장면은 어쩌면 장엄하기까지 하다.

만추의 단풍은 디테일이 생략된 간결한 모습으로 붉은 저고리를 입은 듯하고 푸른 상록수들은 한 곳으로 모여 초록의 치마를 두른 듯 서로를 견제하고 때로는 휘감아 도는 모습이다. 초록과 붉음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대비와 신비로운 분위기, 한마디로 압도적 느낌, 이것은 영락없는 산신의 모습이다. --중략-- 이때 경험한 풍경의 무속적 재해석이야말로 이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크나큰 사건이었다.
왜냐면 박생광이 그랬고 진양욱이 그랬듯이 한번 이런 것(자신의 뮳면에서 터져나오는 신명)을 경험한 사람은 결코 그 이전으로 다시는 돌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청동으로 빚어놓은 듯 특이한 질감의 푸른 색 피부 톤은 모델을 살아있는 인간과 조각 작품의 중간적 위치에 설정해 놓는 특유의 효과를 발휘한다. 게다가 모델의 자세를 보면 성적인 욕망을 어필하던 지난날의 누드와는 딴판으로 관객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 어딘가 모르게 조각 작품같이 건조한 무생물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청동의 누드는 이제 한층 자연스러워지고 화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여유롭게 포즈를 취한뒷모습은 완전히 무르익은 여인의 뒤태 그 자체이며 넉넉한 모성의 감성마저 은은히 풍겨 나올 정도이다. 아직도 미처 걸러지지 않은 욕망은 벨벳의 붉은 기운이 반사된 왼쪽 옆구리에 남아 있고, 삶의 경험 속에 발견한 행복은 깔고 앉은 하얀 시트에 묻어 있는 푸른 얼룩으로 가득하다. --- '최예태' 중에서

이번에도 화가는 자신의 상표와도 같은 푸른색을 곳곳에 끼워놓았다. 창틀과 소녀의 머리칼 ,어깨와 허벅지 뒤편을 비롯하여 테이블보에 이르기까지 사실은 푸르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다. 이 그림에서 푸른색은 희망과 우울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이중적인 코드로 작용하므로 그림은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띄게 된다.
이쯤되면 정말 못 말리는 청색 마니아가 아닌가? 그러나 이유가 없진 않아 보인다. 이 그림에서의 푸른 색은 목숨 걸고 싸우는 닭들의 시퍼런 서슬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서슬이 시퍼렇다 할 때 그 서슬 즉 '살기등등함' 말이다. 표정 같은 건 원래 없는 닭들이지만 목을 곧추세우고 깃털을 일으켜 세운 채 날개를 퍼득이며 오직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발톱과 부리는 금방이라도 상대의 급소를 쪼고 할퀼 듯 매섭게 움직이고 있는 두 마리 닭의 기세를 표현하기에는 과연 시퍼런 색깔이 제격이지 않는가? --- '최정길' 중에서

방파제는 마치 바위와 같은 질감으로 일체의 감정을 용납하지 않는 완고한 그의 인생이다. 여기에 거친 붓터치로 변화를 상징하는 흰 색의 파도가 성난 말처럼 부딪쳐 뒤집힌다.
-중략-- 마치 동양화의 몰골법처럼 단번에 온힘을 실어 사물의 내면을 드러내듯 그의 파도는 인생을 통해 형성된 완고한 의식의 껍질, 방파제를 향해 거침없이 휘몰아쳐 나가고 있다.
맑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 탁함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소재며 탁함을 표현하는 데는 이 화가를 능가할 사람이 드물다. 역설적으로 가장 맑은 그림은 그래서 이 화가의 화폭에서 두터움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중략-- 두터운 흰 색이 거칠게 덧칠된 면이 오히려 청정함을 드러내는 아이러니 앞에 관객들은 일순 넋을 잃는다.
다양한 형태의 나룻배들은 그 하나하나가 사연을 간직한 화가의 인생 한 토막들일 것이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나룻배들은 말없이 한곳에 정박해 있다. 노도 없고 삿대도 없으니 이제 더 이상 강을 건널 일이 없을 것이다. 그 오른쪽 말없이 깊어지고 있는 강의 중심(江心)이 점점 짙어지다 못해 검푸른 색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중략-- 배들은 화가의 표층을 떠돌아다니는 다양한 인생 경험과 분출된 감정들의 상징들이다. 그러나 화가가 몇 개의 동심원으로 의식의 차원에서 가장 깊은 부분은 무의식이자 본질의 의식, 노자가 말한 허(虛), 부처의 공(空) 그 자체를 상징 한다. 동양 사상의 핵심이자 깨달음의 최고 경지를 화가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좌우의 먼 산과 가까운 산들이 겹쳐 만들어낸 풍경은 호수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정면으로부터 산과 산 사이를 가리키는 삼각형을 만들어, 물살 하나 일으키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는 동세(動勢)를 만들어내고 있다. --- '추연근' 중에서

흰 색은 기존의 정물화에서는 잘 쓰는 색깔이 아니지만 여기서는 면 분할을 동해 만들어낸 다양한 구성면들의 정점에 흰색의 꽃을 두는 방식으로 햇빛과 흰 꽃을 자연스럽게 일치시켜 오히려 깨끗함과 화려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여인들에게서 비롯된 나선들과 테이블이 만들어내는 호선, 그리고 커튼과 빌딩, 화병들이 만들어내는 수직선들에 의해 단정하면서도 역동적인 선과 면들을 만들어간다.
여기에 더해지는 그녀만의 색상의 파도는 메인라인을 중심으로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고 커튼으로 비치는 광원들을 여인들의 볼륨 있는 몸매에 모아 하이라이트를 이루어 나가는 완숙한 구성으로 절정을 이룬다. 마치 그랜드 마스터가 지휘하는 베토벤을 듣는 기분이다.

우선 군청색의 물감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 캔바스를 익숙한 솜씨로 긁고, 또 긁은 날카로운 나이프의 궤적을 따라가는 것으로 그림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눈이 어질어질해지기 시작 할 때가 되면 흰색으로 뿌리듯 얹어 놓은 붓자국이 눈에 들어 올 것이다.
이 쯤 되면 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움직임조차 관객의 마음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이 격렬한 화가의 연장선상에 누드의 조형이 존재한다.
여인 또한 정확하게 배경의 리듬에 따라 몸을 움직이고 있다. 온몸의 근육을 곧추세우고 피부에는 소름까지 돋아 가면서 격렬하게 춰나가는 여인의 몸짓과 파란 배경에 작가가 펼쳐놓은 생명의 리듬을 동시에 볼 수 있다면, 그림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허진호' 중에서

강한 붓질로 묘사된 쌓인 눈은 검은 색의 깊은 물빛과 검은 갈대와 극단의 대비를 이루며 눈부시게 빛난다. 반면에 검은 물빛은 더욱 무겁게 가라앉으며, 물을 빨아들여 자라난 갈대와 잡목의 검은 줄기 또한 쌓인 눈과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운명적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중략-- 마치 쓰디쓴 에스프레소 위에 올라간 달콤한 생크림의 아포카토 한잔을 마시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보니 삶의 환희와 절망이란 어찌 보면 썩 잘 어울리는 궁합이 아니던가? 오솔길이란 작가에게 있어 새로운 불행의 기분 나쁜 전주곡과도 같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또 한 번 이 기분 나쁜 운명에 정성들여 화장을 시도한다. 튤립의 붉은 색깔과 형태는 마치 피가 뚝뚝 떨어지며 아직도 벌렁거리는 심장들처럼 생생하고 표현적이다. --- '황선화' 중에서

시간을 알 수 없는 초현실적 배경은 여전하지만 그림 속에는 어떠한 반전도 없고 다만 오래된 에디슨의 축음기와 붉은 할미꽃이 대화를 나눈다. 축음기가 들려주는 음악이 어쩐지 닐 암스트롱의 색소폰 소리처럼 따뜻할 것 같지 않은가? 꽃과 솜털의 느낌 또한 따스하기 이를 데 없다.
--- '황제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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