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사춘기 이해하기
“너 왜 자꾸 심통이야. 별 것도 아닌 일 같고 요즘 자꾸 엄마한테 신경질 부리고. 왜 그래?”
“몰라, 그냥 짜증 나.”
“그런 말이 어딨니? 무슨 일 있는 거야?”
“아 나도 몰라. 그냥 그런 게 있어.”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그런 게’ 있다. 왠지 짜증나고 혼란스러우며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만 같아 외롭다. 신체적으로는 어른에 근접했는데,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아직 어린아이 취급만 하고, 나에 대한 일인데도 내 주장보다 부모님 의견이 우선시되어 받아들여지니 억울해서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아직 경제권과 법적 결정권이 부모님에게 있고, 스스로 혼자 설 자신이 없으니 확 집을 나가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춘기 자녀의 괜한 짜증과 반항에 부모는 답답하고 화가 난다.
“사춘기가 벼슬이니? 왜 이렇게 별나게 굴어? 엄마도 사춘기 그거 겪어봤지만 너처럼 유난스럽지는 않았다구!”
30여 년이 지난 자신의 사춘기에 대한 부모의 기억이 왜곡된 부분도 있겠지만, 분명히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사춘기 사이에는 세대차와 시각차가 존재한다. 달라진 내 아이의 사춘기를 부모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내 생각 따윈 중요한 게 아니더라구요!
“엄마랑은 정말 말이 안 통해요.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잔소리도 덜 듣고 편해요.”
아름이는 엄마와 대화가 단절된 것에 대해 그다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어린 시절 형제가 없는 아름이에게 엄마는 누구보다 좋은 친구이자 조언자였다. 엄마는 어떤 문제든 척척 해결해주었고, 특별히 엄마 말을 거스를 일도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학예회에서 멋들어지게 기타 치는 친구를 본 후부터 기타는 아름이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꿈에 그리던 기타부가 있길래 큰 맘 먹고 엄마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단박에 거절당했고, 앞집 나영이와 비교당하며 수학학원이라는 짐만이 하나 더 생겼다. 당연히 불만이 늘고 짜증이 밀려온다.
아이들은 왜 대화를 피하려고 할까?
한 조사에 따르면,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의 대화 시도가 프라이버시 침해로 느껴질 때 가장 대화를 회피한다고 한다. ‘프라이버시’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다.
“소파 위에 딸의 휴대전화가 있길래 무심코 열어봤더니 남의 꺼 훔쳐본다고 난리지 뭐에요.”
“무슨 비밀이 그리 많은지 컴퓨터에 자기 폴더를 만들어놓고는 비밀번호까지 걸어놨더라고요.”
“아주 방을 거지꼴로 해놓고도 자기가 없을 때 방 치웠다고 야단이에요.”
부모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아이가 주장하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경계를 인정할 수 없다. 특히 엄마들은 더 그렇다. 10개월 동안 뱃속에서 키워온, 엄마 없이는 먹지도 못하고 울어대기만 하던 그 작은 아기의 모습이 엄마에게는 아직도 생생한데, 훌쩍 자라 ‘내가 엄마 소유물인 줄 알아요!’라고 외치는 아이를 보니 기가 막힌다.
자녀가 보내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이것은 자녀가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넘어서는 문제아가 되기 전에 아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유롭게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대개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지만, 어떤 경우 아이들은 직접적인 말 대신 다른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초등학생 4학년 지훈이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으로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온갖 검사를 받아보았으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혹시 심리적인 문제가 아닌지 정신과에 의뢰되어 왔다. 병실에서 만난 지훈이는 작고 마른 체구였지만 밝고 건강해 보이는 얼굴을 갖고 있었다. ‘가끔씩 배가 너무 아파서 꼼짝도 못 하겠다’면서도 지훈이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듯이 보였다. “얘가 벌써 학교를 1주일이나 빠졌어요. 원인도 못 찾고... 그만 퇴원을 시켜야겠어요.” 어머니의 걱정 어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훈이는 갑자기 복통을 호소해왔다. 알고 보니 지훈이는...
부모들은 왜 자녀의 성공에 집착할까?
만약 아이가 흥미와 관심을 보이는 분야, 자신의 적성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직업과 동떨어진 것이라면 어떻게 할까? 우리는 종종 주위에서 이런 갈등 사례를 본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고, 대학생 30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가 부모와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부모와 자녀가 원하는 전공이나 직업이 서로 다를 때 당사자인 자녀의 의견이 우선시되는 것이 일견 당연한 듯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산업화 이후 가업을 물려받는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부모의 직업이나 직업가치관은 여전히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유명한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자녀가 부모의 뒤를 이어 같뫀 직종에 종사하는 일을 종종 볼 수 있으며, 꼭 부모와 같은 직업을 갖지 않더라도 부모는 자녀의 중요한 역할모델이자 가치관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또한 가족주의에 기반을 둔 우리 사회는 부모의 이루지 못한 꿈이나 선망하는 직업에 대한 기대를 자식에게 많이 투영하는 편이다. 자녀들도 부모가 쏟아 부은 정성만큼 기여하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깊다. 학비를 아르바이트와 학자금 대출로 조달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외국과 달리...
다시 날 버릴까봐 두려워요
“엄마와 둘이 살던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부모의 이혼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엄마와 둘이 살던 현지에게 다시 변화가 찾아온 것은 2년 전인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엄마는 총각이던 지금의 새아빠와 결혼을 했다. 엄마의 재혼이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새아빠가 자신에게 보여주는 관심이 줄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처름 엄마의 재혼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엄마의 관심이 새아빠에게 쏠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물론 새아빠는 민지에게 잘해줬지만, 민지는 엄마와 새아빠가 다정하게 얘기하는 모습만 봐도 ‘나는 엄마에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엄마가 새아빠의 사이에 동생을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불안감은 극도에 달했고, ‘어차피 찬 밥 신세가 될 거라면 내 발로 나간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가출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따돌림 당하는 아이, 반드시 있다
어느 날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어느 부모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의 자녀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런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반에서 한두 명씩은 왕따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게 내 아이의 일이 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더욱이 우리 아이가 간접적이라도 왕따를 시키는 데 동참하고 있을 가능성은 더욱 높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왕따 당하는 아이가 그럴 만하니까 당하는 거다’라고 생각한다. 지저분해서, 말을 잘 못해서, 바보 같아서,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등등. 그러나 이런 것들이 반 친구를 투명인간처럼 대하고, 놀림거리로 삼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왕따를 당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은 없다. 그러나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특성은 분명히 있다. 자신감이 없는 아이, 특히 자존감(자기존중감)이 낮은 아이는 왕따 대상이 되기 쉽다. 이런 아이들은 위축되어 있고,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아이들
이성친구 문제, 분명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마찰이 생겨날 수 있는 주제다. 또 다른 자료를 하나 더 소개한다. 서울 초등학교 6학년생 2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3%가 이성친구가 있다고 응답했고, ‘스킨십을 어디까지 해봤느냐?’는 질문에 20.6%가 포옹, 14%가 뽀뽀, 4%가 진한 키스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이성교제를 하는 이유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우리도 사랑을 느낀다’, ‘고민상담을 나눌 수 있다’,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등의 응답을 보였다. 이처럼 요즘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진지하게 이성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다. 초등학교 5-6학년을 ‘초딩’ 또는 ‘어린이’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세대와 에 견주어 매우 조숙하다. 무엇보다 2차 성징이 빨라지면서 몸부터 달라졌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