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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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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글래디 골드-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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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468g | 128*188*30mm
ISBN13 9788991934665
ISBN10 899193466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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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가 들어왔다. 그는 흰색 실크 스카프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핀을 꽂고 다마스크직으로 만든 붉은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가 맨발로 미끄러지듯이 욕실로 들어오자 사방의 거울에 그의 모습이 비춰졌다. 로미오는 에스더에게서 빈 샴페인 잔을 받으며 새 잔을 건넸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눈아, 마지막으로 보아라. 팔아, 마지막으로 포옹을 하자꾸나.(《로미오와 줄리엣》 5막 3장의 대사 ― 옮긴이)”
그는 이렇게 속삭이며 에스더의 이마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순간 에스더는 당황했다. 지금 무슨 소리야? 하지만 그녀는 금세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높이 들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언제라도 저를 데려가세요. 이제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까요.”
앗, 그런데 로미오의 다음 행동에 에스더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에스더의 머리를 물속으로 천천히, 그러나 힘껏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닌가. 그는 그녀를 물속으로 밀어 넣으며 가는귀 먹어 가는 귓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안녕, 안녕! 작별은 이렇게 달콤한 슬픔이기에.’(《로미오와 줄리엣》 2막 1장의 대사 ― 옮긴이)” --- p.16

앨빈은 벌써 20분째 친구들과 기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줄곧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남편이 사람들을 이토록 쉽게 짜증나게 한다는 사실을 즐기는 것 같았다.
마침내 앨빈이 아이다에게 가족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다는 되레 입을 꼭 다물었다. 물어보나 마나 아이다는 입이 찢어져도 가족으로부터 편지 한 장 없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을 터였다.
앨빈은 에비에게 대학은 나왔는지 물었다. 에비는 별걸 다 묻는다고 생각했다.
“물론이죠. 인생 대학을 나왔어요.”
에비는 눈을 부라리며 앨빈을 쏘아보았다. 그러자 그는 다음 사람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소피에게 결혼 여부에 대해서 물었다. 물론 소피는 결혼을 한 적이 있다는, 그것도 ‘두 번’이나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싶어 했다.
마지막으로 앨빈은 벨라를 걸고 넘어졌다.
“하지만 폭스 부인. 눈도 침침하고 귀도 잘 들리지 않으신다면 도대체 뭘 하실 수 있습니까?”
“나는…… 나는…….”
벨라는 일순 당황했다. 그녀는 도와 달라는 듯 나를 애타게 바라보았다.
“퍼거슨 씨, 벨라는 훌륭한 조사원입니다.”
내가 끼어들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제 말을 믿으셔도 좋습니다. 우리 동료들은 대단한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벨라는 살았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p.87

“내가 윌밍턴 하우스에 입주를 할 거야.”
내가 대담하게 선언했다.
나의 폭탄선언에 모두들 할 말을 잃은 눈치였다.
마침내 소피가 이렇게 말했다.
“너만?”
아이다가 이렇게 지적했다.
“도움이 필요할 텐데.”
이번에는 벨라.
“눈 두 개보다는 네 개가 더 낫지.”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모두들 벨라의 말을 곱씹어 보는 중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벨라, 소피, 아이다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쳤다.
“나를 데려가, 나를!”
에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없이 친구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 p.113

입구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심결에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다름 아닌 에비가 화려하게 등장하고 있었다. 에비는 중고품 시장에서 신 나게 샀던 가슴이 푹 파인 붉은 칵테일드레스를 입고 드레스에 잘 어울리는 롱 스카프를 매고 있었다. 동생의 헤어스타일과 -소싯적 불타는 붉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다.- 화장은 눈이 부실 정도로 멋졌다. 게다가 눈이 빙빙 돌아갈 정도로 화려한 모조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이런, 이런. 에비. 신경 좀 썼구나.
다른 여자들도 보석으로 잔뜩 치장을 했지만 에비의 목걸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에비는 모조 보석은 절대 취급하지 않는 사람의 분위기마저 풍기는 것이 아닌가. 내 동생이지만 정말 놀랍고 인상적이었다. 에비가 댄스홀로 들어서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동생에게 쏠렸다.
……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모습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필립이 에비를 품에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절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황소 앞에 붉은 머리를 세우기로 했나? 아니면 그 비슷한 것이라도? 모두들 넋을 잃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춤이라면 에비도 뒤지지 않았다. 스타의 꿈을 이루고 싶다며 아빠에게 떼를 써 오랫동안 배운 춤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 p.222

잠시 후 행복에 겨운 신부가 부케를 던졌다. 여자들은 부케를 먼저 잡으려고 몸을 날렸다. 그런데 눈치 없는 부케가 팔짱을 끼고 있던 에비의 품에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에비는 뜨거운 감자라도 되듯 부케를 그대로 집어 던졌다. 여든한 살의 도라 둘리가 풀밭에 떨어진 부케를 냉큼 집어 들고는 행복하게 키득거렸다.
에비는 나를 보았다. 나도 동생을 보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잭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도착할 때처럼 말없이 사라지고 난 후였다.
모리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내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모리는 봉투 하나를 건넸다. 그는 고개를 젓더니 그대로 가 버렸다.
나는 봉투를 열고 안에 든 메모를 읽었다.

글래디, 미안해. 하지만 떠나야 해.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어. 잭.

이 메모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그 메모를 에비에게 읽으라고 주었다. 동생의 목소리에서 냉소적인 기운이 가득했다.
“또다시 언니와 나만 남았네.”
동생은 양팔을 둘러 나를 꼭 안았다.
늙는 것이 죄라고 누가 말했나? 노년의 시간은 드물게 찾아오는 달콤함과 사랑 그리고 수많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지만 언제나 놀랄 일들로 넘쳐난다.
--- p.492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천국호에서의 모험이 끝나고 사랑하는 남자 친구 잭과 함께 둘만의 달콤한 휴가를 떠난 글래디. 그러나 오붓한 시간도 잠시, 말썽 많은 친구들의 의도하지 않은 방해로 바로 집으로 돌아와 버리고 만다. 늘 친구들 챙기느라 둘의 관계에 도무지 집중하지 못하는 글래디에게 잭은 급기야 화를 내 버리고, 잭과의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 글래디는 라나이 가든의 변태 사건과 새로운 의뢰에 집중하면서 슬픔을 덮어 버리려 한다.
새로운 사건의 의뢰자는 거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앨빈과 셜리 퍼거슨 부부. 앨빈은 고급 실버타운에서 죽은 어머니 에스더 퍼거슨이 자연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머니의 마지막 남자 친구였던 필립 스마이스에게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 그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필립 스마이스가 새롭게 입주할 고급 실버타운에 잠입하게 된 글래디와 에비. 에비는 무도회에서 화려한 등장으로 필립의 눈을 사로잡고 그의 바로 곁까지 다가갔다가 그만 정말로 사랑에 빠져 버린다. 언니인 글래디의 말도, 라나이 가든에 두고 온 친구들도 안중에 없이 그저 필립과의 사랑에 빠진 에비. 난생 처음 맛보는 행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에비와 이를 말리려는 글래디는 크게 싸워서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더 이상 함께 수사를 재개할 수가 없게 된다. 결국 글래디는 홀로 수사하랴, 여전히 자신에게 화난 잭의 기분을 맞춰 주랴, 약물 남용으로 응급실까지 간 소피의 뒷바라지를 하랴 힘든 시간을 보낸다.

과연 에비와 사랑에 빠진 이 로맨틱 가이는 에비의 말대로 진짜 살인마가 아닐까? 그리고 에비는 다시 한번 라나이 가든의 유쾌한 할머니 탐정단의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글래디와 잭의 관계는 다시 러브 모드로 회복될 수 있을까? 『플로리다 귀부인 살인사건』에서부터 활약했던 변태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 라나이 가든의 주민들에게도 주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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