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것은 오렌지꽃 같은 향기에다 예쁜 소녀처럼 쾌활하고 감미로운 사막장미(cliffrose, Cowania stansburiana)이다. 이 꽃나무는 사슴덤불(buckbrush), 키니네나무(quinine bush)라는 예쁜 이름도 가지고 있다. 사막 장미는 마디 투성이의 줄기와 구불구불하게 구부러진 가지를 가진 강인한 관목으로 때로는 사람의 키에 두 배만큼 자라기도 한다. 꽃이 피지 않을 때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겨울에 눈이 내리고 봄에 약간이나마 비가 오고 나면 이 나무는 갑자기 백조처럼, 또한 처녀처럼 성장을 한다. 하얀 우유빛 또는 연한 노란색의 야생장미 같은 꽃송이들이 빽빽하게 피어나서 앙상한 가지를 감추어 버린다. 각각의 꽃은 5개의 꽃잎을 완전히 갖추고 있고, 그 중심은 황금색으로 장식되어 있다.
트레일러 뒤, 창고 근처에 사막장미 한 그루가 있어 그 눈부신 꽃송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또 한 그루는 트레일러 입구 옆 단단한 사암에 뿌리를 박고 3m 높이로 자랐는데, 역시 꽃이 활짝 피어 있다.
사막 장미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실용적인 식물이다. 이 무렵에는 꽃 때문에 숨겨져 있지만, 그 잎새들은 작고 단단하며 수액으로 덮여 있어 혀에 닿으면 쓰다. (그래서 키니네나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 잎새들은 사슴의 먹이로 인기가 높다. 다른 먹을 만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슴덤불이란 이름도 갖게 되었다.) 인디언들은 옛날에 이 나무의 껍질로 샌들이나 매트, 밧줄을 만들었으며 호피 인디언의 치료사들은 오늘날에도 이 나무의 잎새를 이겨서 최토제(구토를 일으키는 약)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 pp 56
나는 내 무릎 위에 있던 향나무 가지 하나를 꺾어서 모닥불 위에 던진다. 바싹 마른 향나무 가지가 푸른 연기를 피우더니 불꽃이 다시 일어난다.
너 내 화덕에서 피어오르는 향이여
신들에게 이 맑은 불꽃을 용서해달라고 청하라.
별빛 아래 조용하고 참을성 있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막과, 아치와, 모래와, 황량한 바위와, 외로이 서 있는 향나무와, 흩어져 있는 산쑥들을 나는 기다리면서 지켜본다. 다시 불이 사그러지기 시작한다. 불이 꺼지도록 내버려둔 채, 나는 지팡이를 집어 들고 도로를 따라 더욱 짙어가는 암흑 속으로 산책을 떠난다. 나는 손전등을 가지고 있지만 짐승 소리가 나서 살펴볼 필요가 있기 전에는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 그것 없이도 나는 도로를 잘 볼 수 있다. 오히려 더 잘 볼 수 있다. 손전등을 사용하면 또다른 불리한 점이 있다. 많은 다른 기계장치들처럼 그것은 인간을 주위의 세계와 격리시키는 경향이 있다. 손전등을 켜면 내 눈은 그 빛에 적응되어 그것이 내 앞에 만드는 조그만 빛의 연못만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나는 주위와 격리된다. 손전등을 주머니 속에 넣으면 나는 내가 걷고 있는 주위 환경의 일부로 남는다. 내 시각은 제한되지만 분명한 경계선을 갖지 않는다.
--- pp 40
우리는 바위라고 하면 보통 흙 밑이나 식물에 가려진 바위를 생각한다. 그러나 이곳의 바위는 모두 벌거벗은 모양으로 노출되어 있다. 땅 위로 불쑥 솟은 거대한 사암 덩어리가 수 킬로미터에 걸쳐 뻗어 있는 풍경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어떤 것은 평평하고 어떤 것은 밑에서 작용하는 압려긍로 인해 기울어져 있거나 비틀려 있다. 이런 바위들이 물로 침식되고 비바람에 깎여서 협곡, 동굴, 균열, 통로, 깊고 좁은 골짜기의 복잡한 미로를 이루고 있다.
언뜻 보면 그야말로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곳에도 엄연한 질서가 존재한다. 바위에 생긴 홈은 통로로 이어지고 통로는 도랑과 작은 협곡, 계곡으로 연결되고 이렇게 모여 넓어진 수로는 협곡 바닥의 강이 되어 콜로라도강으로 흘러가서 결국은 바다로 흘러든다.
예측했던 대로 이때쯤에는 눈으로 흔적없이 사라졌고, 수로들도 솔트 크리크라고 알려진 샘을 수원으로 하는 1년 내 마르지 않는 시내가 하나 있을 뿐 그 밖에는 모두 말라 있었다. 솔트 크리크는 수정처럼 맑은 물이 몇 센티미터 깊이로 표사의 사주나 하얀 알칼리성 지각 위를 흐르는 시내이다. 이 시냇물으 언뜻 보기에 먹을 수 있을 듯 보이지만, 너무 짜서 사람은 먹을 수 없다. 말과 소는 마실 수 있지만 사람은 못 마신다. 베이츠와 로이드에게 들은 바로는 그렇다. 나는 정말 마실 수 없는지 실험해 보기로 했다. 나는 물가에 웅크리고 앉아서 물을 한 웅큼 떠서 약간을 마셔보았다. 맛이 고약했다. 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맛까지 고약한 물이었다. 매일이 물을 조금씩 마시면서 그 양을 늘려간다면 사람도 이 물을 먹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가 말했다.
"한번 해봐요."베이츠가 말했다.
"그러세요. 여름이 끝날 때 우리에게 결과를 알려주세요." 로이드가 맞장구를 쳤다.
--- pp 34~35
어떻게 할까. 나는 커피를 좀더 마시면서 내 발뒤꿈치 근처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이 파충류를 관찰했다. 내가 맞서고 있는 상대는 무시무시한 다이아몬드백 크로탈루스 아트록스(Crotalus atrox)가 아니고, 이 지방에서 뿔방울뱀이라고 부르는 그보다 더 작은 종류였다. 이 놈의 정확한 이름은 색바랜꼬마(Faded Midget)였다. 방울뱀으로서는 모욕적인 이름이다. 아마 이놈의 성질이 나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하지만 적절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놈은 작은 데다 흙색깔이며 눈 위에 작은 돌기가 있다. 뿔이다. 이놈에서 물리면 일시적으로 마비상태에 빠지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는 성인이 이놈에게 물렸다고 죽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는 이놈이 내 주위에 있는 것이 달갑지 않다. (...)
나는 커피를 다 마신 후, 발을 얼른 들어서 트레일러 문 안으로 집어넣었다. 즉시 밑에서 윙하는 소리를 내면서 방울뱀이 머리를 들어 올렸다. 놈은 두 눈을 반짝이며 혀를 낼름거려 공기의 온도를 맡았다. 나는 부츠를 가스 불에 녹여 신고 다시 문께로 돌아왔다. 손님은 아직도 문지방 밑에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햇볕을 쬐고 있다. 트레일러에는 문이 두 개 있다. 나는 다른 문으로 나가서 픽업트럭에서 손잡이가 긴 삽을 꺼냈다. 그리고는 삽으로 놈을 떠서 바깥으로 던졌다. 독이빨이 강철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삽날에 묻은 독액도 보였다. 놈은 몸을 곤두세우고 나와 싸우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참을성을 가지고 놈을 트레일러에서 멀리 몰아갔다. 놈은 삽처럼 생긴 머리를 높이 들고 경계태세를 유지한 채 꼬리를 흔들면서 천천히 옆으로 미끄러져 갔다. 마침내 놈은 납작한 사암 밑의 은신처로 들어갔다.
--- pp 4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