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한문학 담당층의 확대와 함께 주목할 만한 것은 여자들의 활발한 참여이다. 조선 시대 여성들의 지위는 미미하였고, 특히 한문학 활동에서의 제약은 노골적이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여자들의 한문 습득은 정식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어깨 너머로 이루어졌고, 이들의 뛰어난 한문 창작 능력은 사회적으로 자랑스러운 일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여자가 글을 알게 되면 도리어 집안의 규범을 그르칠 염려가 있다 하여 가르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박죽서朴竹西는 뛰어난 한시 작품을 남겨 여성의 재능과 감성을 아름답게 드러냈다. --- 조선 후기 여류 문학의 꽃, 박죽서 中에서
1817년(순조 17)생인 그녀는 기질이 담대하여 1830년(순조 30)에는 14세의 나이로 혼자서 제천堤川 의림지義林池, 금강산金剛山, 관동팔경關東八景, 설악산雪嶽山, 서울을 유람하였는데, 이는 국토에 대한 애착과 견문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작품 세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조선은 여성들의 여행이 금기시 된 시대였기 때문에 남장을 하고 유람을 하였는데 오랜 설득 끝에 얻어 낸 부모님의 허락이지만 딸의 독립적인 행동을 인정한 부모의 시각도 시대를 넘어선 것이었으며, 당대에 처녀의 몸으로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난 그녀의 영혼은 시대의 엄격한 규율과 분위기도 어쩌지 못할 만큼 대범하고 자유로웠다고 하겠다.
한편 김금원은 유람을 하면서 자기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진 존재인지 자각하고, 이후 규방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며 기생이 되어 시기詩妓(시를 잘 짓는 기생)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김덕희金德熙의 부실이 됨으로써 인생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 삼호정 시단을 이끈 김금원 中에서
설상가상으로 불행은 안팎으로 닥쳐왔다. 사랑하던 아들과 딸을 연이어 잃은 데다 뱃속에 있던 아이까지 유산되어 그녀의 슬픔은 극에 달했다. 더욱이 친정집 또한 옥사가 끊이지 않았다. 1580년(선조 13) 아버지 허엽과 오빠인 허봉이 연이어 객사하자 허초희는 더 이상 살아갈 의욕을 상실하고 오로지 격한 슬픔을 시로 달래며 참았다. 급기야는 동생 허균마저 귀양을 가게 되자, 더 이상 슬픔을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져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마감하고 만다.
허초희에게 있어서 죽음은 오히려 피안이요 희망이었다. 전하는 213수의 시 가운데 속세를 떠나 신선이 되고 싶다는 내용이 128수나 될 정도로 그녀는 살아 있었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조선이라는 봉건사회가 짓누르는 구속과 억압 속에 재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해 쌓인 불만과 남편으로 인한 주위의 학대와 질시, 거기에다가 친정집에 불어 닥친 참화는 그녀를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았다.--- 강물에 몸을 던진 비운의 시인 허난설헌 中에서
윤지당允摯堂은 조선 시대의 여성 성리학자로 그녀가 남긴 글들은 대부분이 경전 연구와 성리학에 관한 논설 및 선대 유학자들에 대한 논평들로, 경전에 대한 조예와 성리학의 이해는 당시의 대학자와 견주어 손색이 없다. 그중에서 「이기 심성설理氣心性說」, 「인심 도심 사단 칠정설人心道心四端七情說」, 「예악설禮樂說」, 「극기복례 위인설克己復禮爲人說」 등의 논문은 율곡 이이에서 시작된 기호학파畿湖學派의 정통 성리학을 계승하고 있으며, 조선 후기의 관념 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 대학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 윤지당 中에서
일타홍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뒤로 남겨둔 채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는 저 세상으로 떠나갔다.
“서방님! 오늘로써 이별코자 합니다. 원컨대 귀한 몸이니 오래도록 부귀를 누리시고 소첩 때문에 마음을 쓰지 마십시오. 그리고 소첩의 몸은 심씨 선산에 묻어주시오.”
뜻밖의 일을 당한 심희수는 텅 빈 가슴을 달래면서 며칠을 슬피 울다가 일타홍을 자신의 선산인 경기도 고양군 원당면 원흥리에 묻기로 결정하였다.
일타홍을 실은 꽃상여가 금강에 이르자 홀연 가을비가 소소하게 내려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구슬프게 했다고 한다.
한 떨기 고운 꽃이 버들 수레에 실려
향기로운 혼이 가는 곳 더디기만 하네.
금강에 가을비 내려 붉은 명정 적시니
그리운 내 임의 눈물인가 보다.
--- 빗속의 꽃상여는 구슬프게 떠나가고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