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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세자 암살 미스터리

이주호 | 예담 | 2010년 07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3 리뷰 4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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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23g | 148*210*30mm
ISBN13 9788959134571
ISBN10 8959134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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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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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시대가 저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역사와 하늘이 지금 이 순간을 심판하려 두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어찌 손 놓고 지켜볼 수 있겠습니까. 조선은 순리대로 흘러가야 합니다. 지금은 비록 진흙탕처럼 보일지언정 순리대로 흘러가게 둔다면 흙은 자연히 가라앉을 것입니다. 깨끗한 물이 다시 흐를 것입니다. 그 누구도 깨끗해지려는 물에서 분탕질 치지 못하게 막아내는 것이 저의 소임이자 사명입니다.”
“아버님께선 지금 사명을 지킨다고 하시나 역사의 기로에 서면 항상 선택이 강요되기 마련입니다. 양쪽을 다 바라보고 있다가는 후세에 준엄한 심판의 철퇴를 맞을 겁니다.”
홍봉한이 지나치게 흥분하는 혜경궁 홍씨를 지그시 바라보다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의 눈길이 방 구석구석을 훑기 시작했다. 벽에 걸린 서예와 탁자에 놓인 도자기, 그리고 병풍 옆에 호작도가 걸려 있다. 험한 산세를 닮은 참숯이 날카로운 분위기를 정제하지 못해 엄숙한 기운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렇습니다. 역사의 심판은 준엄하고 맹렬하기 이를 데 없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목숨보다 중히 여기며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홍씨의 목소리가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터져 나왔다. --- pp.27-28

“혼자 있고 싶구나.”
세자는 가벼운 한숨을 토해냈다. 대리청정하며 중요 현안에 대해 대신들과 갑론을박하던 곳에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진리는 어느 곳에나 숨 쉬고 있지만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자는 드물다. 소수의 진실보다는 다수의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서 고요한 마음으로 평정을 유지하며 혜안을 갖춘 자는 더욱 드물다. 그리고 궁궐의 권신들 사이에서 그 혜안을 갖춘 자는 더더욱 드물다.
세자는 희정당을 둘러보았다. 진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순리도 보이지 않는다.
순리란 무엇일까?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시간이란 무엇일까? 봄을 맞은 세자는 춘방에서 즉위의 그날을 기다리고, 삶의 절정에 오른 임금은 선정전에서 뜨거운 열정을 쏟아내며, 대비는 후원과 가까운 곳에 머물며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현재 구중궁궐의 순리다. 그런데 그 순리가 깨지려 하고 있다. --- p.146

순간 다시 번개가 쳤다. 벽장문을 거칠게 밀고 뛰쳐나온 원찬식이 무기를 휘두르며 침입자에게 달려들었다. 침입자의 시선이 벽장을 향했고, 잠시 목을 두른 팔의 힘이 약해졌다. 유문승은 기회를 틈타 상대의 배 언저리를 팔꿈치로 가격하고는 세게 머리를 쳐들었다. 그의 박치기가 상대의 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상대는 잠시 휘청거렸을 뿐 무릎을 꿇고 있는 유문승의 등을 세차게 걷어찼다. 유문승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원찬식과 침입자의 거리는 다섯 보 정도. 침입자도 원찬식을 보며 거리를 좁혀나갔다. 둘의 무기가 머리 위에서 상대방에게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둘은 방 중앙에서 서로의 팔을 붙잡고 대치했다. 조금 더 키가 큰 원찬식이 침입자의 코를 머리로 내리찍었다. 침입자는 발끝을 세워 원찬식의 명치 부분을 정확히 가격한 뒤 두어 걸음 물러섰다.
원찬식은 명치를 가격당한 충격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천천히 다가선 침입자가 원찬식의 몸에 올라탔다.
유문승의 머릿속에서 천둥이 친다. 마른번개가 몸에 내리꽂힌다. 말을, 소리를 내야 하는데 입술이 얼어붙어 열리지 않는다.
--- pp.16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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