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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의 덫

마리오네트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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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39쪽 | 498g | 130*210*30mm
ISBN13 9788962602180
ISBN10 896260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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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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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숲 속에서 국도로 빠져나온 후 차도에 꼿꼿이 섰다. 세차게 내리치는 비를 알몸으로 가만히 맞는다. 눈을 감고 허공을 올려다보자, 쏟아지는 비가 온몸에 들러붙은 피를 씻어내며 급속히 체온을 빼앗아간다. 여자는 심하게 몸이 떨렸지만 계속 서 있었다. 이윽고 몸이 완전히 얼어버렸나 싶은 순간, 몸 깊숙한 곳에서 열기가 솟구치는 것을 느낀 여자는 크게 숨을 쉬었다.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황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깊은 밤, 지나다니는 차도 없는 텅 빈 국도 한가운데서, 알몸의 젊은 여자가 홀로 비를 맞으며 한없이 서 있었다. --- p.15

슈이치는 일어서서 바지에 묻은 풀과 흙을 털어내고 서재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그때 ‘그것’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외벽을 따라 군데군데 작은 화단이 꾸며져 있었는데, 지금 슈이치는 눈을 크게 뜨고 화단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꽃이 완전히 시들어 부드러워진 흙 속에서 ‘사람의 손’이 피어났다. 하얗고 작은 손이 땅 위로 솟아오른 것이다. 그 손은 망연자실 지켜보던 슈이치를 향해 손짓했다. 슈이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손이, 살아 움직이며, 자신을 부르고 있다. 손짓을 하고 있다. 슈이치는 머뭇머뭇 옆으로 피하다가 서재를 향해 냅다 달렸다. 마치 악몽에 쫓기는 사람처럼…. --- p.67

K호텔 전망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솔직히 엔도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사건이었다. 왜 범인은 굳이 눈에 잘 띄는 장소를 선택했을까? 공중전화 앞은 어두컴컴하긴 했지만 언제 사람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또 살인동기는 무엇일까? 아무리 조사해보아도 그 노인은 살해당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원한을 산 적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살해당한 노인은 주로 민사사건만 담당했었다. 그리고 원한에 의한 살인치고는 살해 방법이 교묘했다. 칼을 냉철하게 휘둘러 단 한 방에 노인의 목숨을 앗아갔던 것이다. 마치 전문 킬러의 솜씨 같았다. 목격자도 없었다. 노인이 젊은 여자와 대화했다는 사실은 알아냈다. 경찰이 그 파란색 코트를 입었다고 하는 여자를 찾아다녔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설마 그 여자가 범인은 아니겠지. --- p.131

나를 살인광이라고 부르고 비정상적인 성격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분명히 관련성이 있다. 그 네 명은 모두 그날, 그 펜션에 숙박했던 사람이고, 또 그때 그곳의 손님 중 ‘선생님’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변호사, 작곡가, 의사, 교사. 그 네 사람 가운데 나를 범하고, 나를 산산조각 낸 남자가 있었다. 물론 다른 세 명은 아무 죄도 없다. 그 점은 잘 알고 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네 명 전부 죽이겠다고 결심했다. 그러지 않으면 복수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것을 비정상이라고 부른다면, 그럴지도 모른다. 네 사람의 몸에 칼을 꽂았을 때 나는 비로소 안식을 찾았다. 네 사람의 주변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사전 준비하는 일은 매우 즐거웠다. 완벽히 일을 해내서 스스로 만족한다. --- p.293

“가설을 이렇게 세워보면 어떨까? 여기 어떤 인물이 있는데, 마사코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그 인물이 안다고 치자. 동시에 그 인물은 몇 명의 사람을 죽이고 싶은데, 생각해 보니 자신이 죽이고 싶은 상대가 마침 죄다 ‘선생님’이라고 불릴 만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뿐이야. 그래서 그 인물은 자신이 죽이고 싶은 사람을 목록으로 만들어 마사코에게 건네면서, 이 가운데 마사코가 죽이고 싶어 하는 상대가 있다고 말하는 거야.”
“…마리오네트.”
슈이치가 중얼거렸다.
“그래. 마사코는 실에 매달려서, 그 인물을 위해 사람들을 차례로 죽였어.”
“그런데… 그러면 그 실을 매달아놓은 인물은 대체 누군가요?”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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