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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갑 1면

괴담갑 1면

이타카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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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133*204*20mm
ISBN13 9788926770085
ISBN10 8926770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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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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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할 것인가? 열어볼 것인가?
나는 갈색 과자상자가 내게 던진 그 질문에 두려워하면서도 전율했다.
그때까지 철부지 계집에 지나지 않던 내가 바로 그 순간, 그 질문을 접함으로써 비로소 이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세계는 하나가 아니었다. 이 세상은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나는 이성의 세계, 상자 바깥에 있는 질서와 합리의 세계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둠의 세계, 상자 안쪽에 있는 혼돈과 몽환의 세계였다. 이대로 상자를 열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이성의 세계에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자를 열게 되면 그 안에 갇혀있던 어둠이 바깥세계를 침식해 버리리라. 그 안에 잠들어 있는 붉은 메뚜기를 꺼내는 순간, 나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갈색 과자상자는, 그리고 그 안에 갇혀있는 붉은 메뚜기는, 내게 그런 세상의 참모습을 이해하게끔 해줬다.
--- p.19


아내가 본 것은 붉게 물든 카펫과 나뒹구는 고깃덩이였다.
아들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한 쪽 팔은 소파 위에, 다른 쪽 팔은 텔레비전 위에 있었다. 양쪽 다리는 식탁 아래에 있었고, 몸통은 욕조에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아들의 머리는 육면체의 선물상자에 담겨져 있었다. 선물상자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달려 있었다.
“결혼기념일을 축하합니다.”
--- p.34

사각, 사각, 사사삭.
수저로 팥빙수를 파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것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간신히 두 번째 발자국을 뗐을 때, 그것은 이미 손가락을 바깥으로 꺼내고 있었다. 다시 나온 손가락에는, 시퍼런 구슬 같은 물체가 들려 있었다. 눈알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심각한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감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것을 살폈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상자의 뚜껑을 열고는 그 안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입안에서 뿌득거리는 소리가 한 차례 들렸다.
짠 맛이 입안에 퍼졌다. 악문 이에서 피가 새어나오는 모양이었다. 그 뜨겁고 짠 액체 덕분에 내 육신은 비로소 원래의 온도를 되찾았다. 나는 허겁지겁 그것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이미 그것은 내게서 한참 멀어진 곳에 있었다.
마지막 순간, 그것이 나를 봤다. 눈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것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칼칼칼, 칼칼칼칼.
쇠가 부딪히는 것 같은 웃음 사이로, 그것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살아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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