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성과는 매출과 수익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말,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서비스업 최초로 연간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현재까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직접 지사와 합작 기업, 연락사무소를 합쳐 약 1만 6,000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연간 매출이 1조 원을 넘는 회사는 30여 개 안팎, 상위 0.2%에 불과하다. 과연 어떤 회사들일까? 한국지엠, 소니코리아, 한국바스프, 한국아이비엠, SC제일은행, 한국쓰리엠,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한국씨티은행, 홈플러스, 비엠더블유코리아(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같이 주로 자동차 제조 및 판매, 화학과 같은 중공업 분야 또는 금융 및 시스템 구축 계열 회사들이다. 이 외국계 ‘1조 원 클럽’에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이름을 올렸다.
벤츠 1대 가격이 1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약 1만 대의 벤츠를 팔면 1조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대략 2억 잔의 커피를 팔아야 동일한 1조 원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
게다가 커피 시장에는 해외 브랜드는 물론 수십 개의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무수한 중소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고, 저가로 승부하는 카페에 편의점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여전히 스타벅스를 찾는다. 스타벅스에는 하루 평균 50만 명 이상, 연간 약 1억 8,000명의 고객이 방문한다. 성인 기준으로 나누면 최소 1인당 5번 정도 스타벅스를 찾는다고 볼 수 있다.
매장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 동네에는 언제 스타벅스가 들어오나요?”, “우리 건물에 스타벅스 매장을 입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죠?”라는 문의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스타벅스 지원 센터로 들어온다. 레드오션인 커피 시장에서 한국 고객들은 왜 스타벅스를 찾을까? 그리고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어떻게 그 짧은 기간에 1조 원 매출 신화를 달성할 수 있었을까?
--- pp.7~8
우리는 다른 각도에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연구했다. 임차료가 상승하면서 매장 수익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임차료가 낮은 지역에 매장을 오픈하고, 고객을 그곳으로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즉, 기존 상권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상권을 개발하겠다는 역발상에서 드라이브 스루 매장 도입의 타당성을 연구한 것이다.
한국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처음 소개된 지 20년이 지난 2012년, 우리는 점포개발팀을 주축으로 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우선 고객이 차량으로 매장을 방문해야 상품을 팔 수 있으므로 전국의 승용차 현황을 조사했다. 국토교통부 공시 자료에서 전국에 대략 2,000~2,200만 대 차량이 등록되어 있고, 국민 2.5명당 1대꼴로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300만 대, 경기도 460만 대, 인천 120만 대 등 수도권 전 지역에 약 880만 대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부산 120만 대, 대구 100만 대, 경남 150만 대, 경북 130만 대를 비롯, 경상권도 생각보다 많은 500만 대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었다.
성별·연령대별 데이터도 분석해 보았다. 등록된 차량의 운전자 중 약 67%에 해당되는 1,330만 대가 남성 운전자였고, 410만 대가 여성 운전자였다. 나머지 250만 대는 법인 차량이었다. 연령대별로는 중·장년층에 해당하는 40~50대가 약 1,000만 대로 총 운전자의 50% 가량을 차지했다. 이런 조사 결과를 기초로, 우리는 서울 외곽 수도권 지역과 경상도 지역이 드라이브 스루 매장 후보로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스타벅스의 주 고객층이었다. 운전자의 50% 이상이 40~50대 중·장년층인데 반해 우리의 주 고객층은 20~30대 젊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주 고객층도 아닌 중·장년층이 차량을 몰고 드라이브 스루 매장으로 커피를 사러 오겠는가?’ 하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커피 전문점이 점차 확대되고 문화도 바뀌면서 20~30대 남성 고객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긴 했지만, 중·장년층을 우리의 주 고객층으로 보기는 다소 무리였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역발상의 힘이 발휘되었다. 1,000만 명이 넘는 중·장년층을 스타벅스 고객으로 끌어들이면 어떨까? 이제 한국도 명백한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노인 인구수는 증가하고 젊은 층 인구수는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대로라면 결과적으로 스타벅스의 고객 수도 감소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중·장년층으로 고객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사업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까?
--- pp.32~34
2014년 5월 스타벅스는 사이렌 오더Siren Order라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스타벅스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과 동시에 결제까지 할 수 있는 혁신적 O2O 서비스다. O2O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Online to Offline의 약자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마케팅이나 비즈니스를 말한다. 과거에는 PC나 스마트폰에서 결제를 한 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서비스와 상품을 받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모바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온라인 주문을 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상품을 받을 수도 있게 되었다.
사이렌 오더로 주문과 결제를 하면 그 정보가 실시간으로 매장에 전달되고, 파트너는 즉시 음료를 제조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줄을 서지 않고도 원하는 시간대에 음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서비스로 많은 고객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길게 줄을 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성 고객과 1인 고객이 선호한다.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인 사이렌 오더에는 하워드 슐츠마저도 ‘환상적Fantastic’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스타벅스는 한국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2015년 여름 미국에서 “Mobile Order & Pay”를 런칭했다.
--- pp.122~123
스타벅스에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는 스타벅스 채용 사이트에서 근무하고 싶은 매장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에는 매장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어느 매장이든 지원 가능하도록 허용되었다. 만약 지원자가 선택한 매장에 채용 계획이 없다면 그 매장의 점장은 시스템에 접속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채용이 필요하지만 지원자가 없는 매장의 점장은 채용 계획이 없는 매장에 지원한 후보자에게 급하게 연락해 채용하는 일도 많았다. 이러다 보면 파트너의 역량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인력을 채우는 데만 급급할 수 있고, 지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매장에서 일을 하게 되어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우리는 ERP의 인력 계획과 인사 시스템의 재직 인력을 채용 시스템과 연결했다. 바리스타 근무를 희망하는 지원자에게는 인원이 부족하거나 승격, 전환 배치, 육아휴직과 같은 이유로 인력 충원이 필요한 매장만 행정구역 순으로 표시해 이들 매장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시스템 간 연동 작업은 매주 초에 실시간으로 이루어졌다. 채용이 필요한 점장은 해당 매장에 지원한 후보자의 이력서를 읽어보고 복수 이상의 후보자를 면접할 수 있었다. 자신이 지원한 매장에서 면접을 보고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신입 파트너의 소속감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지금은 지원한 매장에서 채용되는 비율이 총 채용 인원의 70%를 넘어설 정도로 안정되었다. 이는 매장의 팀워크로 연결되고 장기근속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한 ERP에서 파트너의 거주지 주소와 매장 주소를 연계해 파트너의 출퇴근 거리를 대중교통 기준으로 산출해 볼 수 있다. 지도 프로그램을 구매해 ERP 시스템에 적용한 결과다. 우리는 파트너의 최적 출퇴근 거리를 30분 이내로 보고 최대 60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략) 출퇴근 거리가 멀면 파트너도 쉽게 피로해지거나 지각할 위험이 높아지고, 특히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 근무에 어려움이 크고 매장도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pp.143~145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에는 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휴직 제도가 있다. 법에서 정한 출산 전후 휴가, 육아휴직 제도는 기본이고, 출산 무급 휴직, 난임 휴직 제도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출산 무급 휴가는 파트너가 임신을 인지하고 2개월이 경과하면 태아의 안정을 위해 신청할 수 있고, 연속해서 출산 전후 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난임인 경우에는 유급으로 휴직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일반 기업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제도의 유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부담 없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조직 문화다. 법에서 출산이나 육아 관련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근로 현장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2016년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취업여성의 일·가정 양립 실태와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이런 현실이 잘 드러난다. 2011년 이후 첫 아이를 출산한 15~49세 직장인 여성 788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절반이 안 되는 41.1%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직원이 임신을 하면 퇴직을 강요하는 회사들이 있다는 언론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을 보면 육아휴직 제도와 현실의 거리가 아직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에는 육아 관련 휴가·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구축되어 있다. 적용 대상이 되는 스타벅스 파트너들의 육아휴직 및 출산 전후 휴가 사용률은 100%다. 사용하지 않는 파트너는 단 한 명도 없다는 뜻이다. 스타벅스 파트너로 1년 이상 재직하면 직급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바리스타도 당연히 포함된다. 상사의 눈치나 회사의 압박 때문에 육아휴직 기간을 일부만 사용하고 복귀하거나 비자발적으로 퇴직을 강요받는 일도 없다. 만약 육아휴직 중에 둘째 아이를 임신하는 경우에는 연속해서 육아휴직과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 pp.23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