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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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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8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528g | 128*210*30mm
ISBN13 9788962602302
ISBN10 896260230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약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건 확신입니다.”
그는 권총을 소파에 내려놓았다. 총구는 여전히 그의 앞에 서 있는 하버란트를 향했다.
“제가 정말로 존재한다는 증거를 대보십시오.”
하버란트는 뒷목을 잡더니 백발의 머리통에서 맥주병 뚜껑만한 크기의 머리카락이 빠져 휑한 자리를 긁적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인간과 짐승의 차이를 무어라고 생각하는지 아나?”
그는 잠에 취해 불안하게 신음하는 바구니 속 개를 가리켰다.
“의식이라고 생각한다네. 우리는 왜 우리가 존재하는지, 언제 죽을 것이며 죽은 후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고민하지만 동물은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여부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거든.” --- p.14

“그냥 호기심에서 묻는 건데, 그 약을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사이 스펀지에 배어 있던 붉은색은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
“기억상실을 유발시킨 후에 말씀이십니까?”
“네.”
“아주 간단합니다. 다시 충전시키는 거지요.”
“네?”
“물론 진심으로 되찾고 싶은 기억과 경험만요. 컴퓨터의 포맷과 비슷하지요. 시스템에 생긴 결함의 이유를 모를 땐 싹 다 지워버리는 게 최고입니다. 그런 다음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하나씩 다시 깔면 됩니다. 우리 실험도 마찬가지지요. 물론 그 전에 집중 설문조사를 통해 환자가 어떤 것을 기억하고 싶은지 결정해놓습니다. 따라서 당신에게도 인위적인 역행성 기억상실을 유발시킨 후 연이은 회복 단계에서 과거를 대면시킬 겁니다. 물론 아내와 관련된 경험은 제외되겠지요.” --- p.67

“아니요, 내 말은 당신이 실험에 참가한 게 오늘부터가 아니라는 거죠.”
“뭐라고요?”
“그래서 당신을 데려온 겁니다. 당신에게 이걸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녀가 파일을 펼쳐 양면종이를 꺼냈다. 마르크도 본 적 있는 종이였다. 몇 시간 전에. 병원에서.
“이건….”
…말도 안돼.
“이제 알겠어요? 왜 우리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지.”
마르크가 신청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빈칸 없이 꽉 채워놓은 가입신청서엔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가장 놀라운 건 첫 접수 날짜였다. 10월 1일. 사고가 나던 날. 마르크가 블라입트로이 병원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기 4주 전. --- p.139

「…경찰서로 가서….」
「…하지만 열쇠가 다시 맞고….」
「…아내는 집에 온 적이 없었고….」
「…장인도 사라지고….」
읽을수록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산드라가 어떻게 이걸 알 수 있었을까?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단 말인가? 그건 더 끔찍했다. 파일을 내려놓은 그가 겉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목을 잡았다.
「<파편> - 산드라 제너의 시나리오」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무감각이 서서히 팔로 번져갔다. 팔이 힘없이 축 늘어져 매달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돌아서 비명을 지르며 지하실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전부가 무의미했다. 그의 인생은 거짓이었다. 그가 맹목적으로 믿었던 사람, 그런데 이제 그를 미치게 만들려고 무덤에서 걸어 나온 그 사람의 머리가 짜낸 거짓. --- p.259

당신 입으로 말하지 않았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그게 당신 인생 모토 아냐?
산드라, 당신 미쳤군. 그렇다고 목적이 죽음을 정당화하지는 않아. 절대로.
사고 직전 다투던 기억이, 불안한 그의 심장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온몸으로 펌프질을 해대는 피의 소리를 압도했다. 그러니까 산드라의 계획이었다. 그를 미리 죽일 수는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그의 간이 필요하니까. 결국 하버란트의 말이 옳았다.
--- p.34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6주 전, 교통사고로 임신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한꺼번에 잃은 마르크 루카스는 한 병원으로부터 나쁜 기억을 모두 지워주는 기억상실 유발실험에 참가할 것을 제안받는다. 그런데 그날 집에 돌아간 순간부터 루카스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죽은 아내가 멀쩡하게 집에 돌아와 있지만, 아내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신용카드는 정지되었고 휴대전화의 번호 목록도 모두 삭제되어 있다.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것이 무너지며 혼란스러워하는 루카스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사고가 났던 바로 그날 루카스가 직접 작성한 기억상실 프로그램 참가신청서를 내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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