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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남자

잠자는 숲속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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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1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37쪽 | 351g | 153*224*20mm
ISBN13 9788990365460
ISBN10 8990365465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작가는 남창이라는 직업이 사회에서 보는 것처럼 더럽고 수치스럽다는 시각을 유쾌하게 뒤집는다. 신이현이 본 남창은 입 안이 바싹 말랐거나 오랫동안 모래만 씹고 살았던 외로운 이에게 흰 각설탕 같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위안을 줄 수 있는 귀엽고 상냥한 남자다. 누구라도 자신을 애인으로 생각해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거리의 아담, 거리의 천사인 것이다.

어느 날 당신 눈에 전봇대 뒤에 구부정하게 서서 수상하게 담배를 피우는 남자 혹은 사람 많은 역 광장에 꿈쩍도 않고 혼자 서 있는 남자, 혹은 캄캄한 도로에 서서 주머니 속에 든 술병을 꺼내 한 모금씩 마시며 추위를 달래는 남자, 그런 남자가 보인다면 그것은 당신이 몹시 외롭다는 신호다. 그럴 때는 주저 말고 그 남자에게 미소를 지어 보라.
'…….'
그의 눈에도 행복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입 안이 너무 바싹 말랐거나 오랫동안 모래만 씹고 살았던 이라면 문득 그가 보일 것이다. 그러면 부탁하건데 망설이지 말고 그를 따라가 보시라. 짤막한 여행을 끝낸 뒤 먼 하늘을 보며 아, 이제 좀 살아봐야겠군, 하고 생각한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몸과 몸 사이에는 수치와 더러움뿐 아니라 여행으로 대비될 만한 무언가가 있다. 여행을 마친 후 얻어지는 나름의 자유와 열정, 희망 같은 것이 여기에도 있는 것이다.
이 여행은 흐트러진 머리칼과 그 사이에 맺힌 땀방울, 가슴속에서 밀어 올라오는 욕망의 신음소리, 하얀 주스와 미용용 티슈가 남는다. 하지만 그 짧고도 긴 여행을 통해 밤새 뒤척거리게 하던 욕망을 씻어내고 새로운 욕망을 키우게 된다.
드러나지 않는 섹스는 아름답지만 드러난 섹스는 마치 쾨쾨한 곰팡내 나는 지하 같다. 양지로 들어낼수록 세상의 혐오에 찬 시선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살아내기 위해 기본적인 삶 위에 더해야 할 것이다.

고객들이 돈을 주고 당당하게 내 몸을 요구할 때 나도 당당해질 수 있었다. 그들이 지불한 돈에 대해 내가 치를 수 있는 최대의 것은 몸뿐이었다. 나는 내 몸이 여자들이 작은 위로 삼아 깨무는 각설탕 정도의 기분 전환용 달콤함을 주는 것에 만족했다. 내가 존경하는 고객은 폭발할 것 같은 탈선의 욕망으로 나를 따라와 밤새도록 내 몸의 단물을 다 빼먹고 녹초가 된 나를 버려둔 채 이제 또 살아봐야지, 하는 약간 개운한 얼굴로 방문을 나서는 여자들이었다. ―본문 중에서

세상의 모든 아담은 잠들고 싶다!
감당할 수 없이 황홀한 젊음을 앓고 있는 이 시대 젊은이에게 던지는 따뜻한 위안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고통뿐이라도 살아야 한다. 세상이 돈을 요구한다. 주인공 김정호도 비록 돈을 받지만 세상 어느 것으로도 위안을 받을 수 없는 여자, 심지어 남자에게 그는 몸으로 기분 전환을 해준다. 그것이 그의 자부심이며 프로정신이다. 정작 자신은 잠밖에 위로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내 인생과 직업을 좀더 고귀하게 만들어야 했다. 아아, 내가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약간 헉헉거렸고 정신이 가물가물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잠이었다. 어디든 가서 쓰러져 자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본문 중에서

남자와 몸을 섞은 후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늘 자신을 어린 토끼처럼 잠 재워주던 여자친구 윤희가 그리워 찾아가지만 뜻밖에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듣는다. 유일한 자신의 사랑을 잃어버린 상실감에 젖어 자신은 윤희가 원하는 남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말을 가슴속으로 수없이 되뇌보지만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다. 세상 모든 여자들의 위로가 될지언정 정작 자신을 위로해 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는 절망감에 그는 끝없는 잠속으로 빠져들고만 싶은 것이다.

이제 잠을 잔 뒤 다시 눈을 뜨면 기다리고 있을 내 인생이 두려웠다. 이렇게 이곳에서 오천 년쯤 잠들어 있고 싶었다. 마지막 눈물 찌꺼기가 귓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윤희의 작은 손이 깃털처럼 내 어깨 위에서 가볍게 토닥거리며 부드럽게 잠 속으로 나를 이끌어 갔다. 이제 나는 윤희가 이 세상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본 뒤 문득 나란 놈이 그러워질 때 그때 다시 깨어날 것이다. 나를 깨우기 위해서 필요한 주문은 단 하나, 부드러운 키스였다. 그녀의 키스와 함께 나는 오늘의 이 달콤한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그럼, 안녕. 나의 공주. 나는 느릿느릿 그녀가 이끄는 내 인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가장 행복한 잠 속으로 떨어져갔다. ―본문 중에서
.
몸과 몸 사이로 떠나는 여행이 시작됐다!
거리의 천사, 거리의 아담이 걷는 몰락의 가속도!
이 시대의 아담이 부르는 자유, 열정 그리고 희망

학벌과 집안, 개인적 자질, 심지어 심리적 자질마저 내세울 것 없는 주인공의 자기 소개서부터 시작하는 소설은, 이 시대의 평범한 남성상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 내세울 것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수영장이나 헬스클럽에 가 함께 스포츠를 즐기기에 좋은 상대이며 핑퐁과 배드민턴은 프로 수준이다. 두 무릎에 시든 나뭇잎 모양의 불에 덴 자국이 있으며 엉덩이 선은 매끈하고 허리는 날씬하게 쪽 곧았다. 특별히 근육운동을 한 적은 없으며 털북숭이도 아니다. 그러나 매끈한 살결은 오히려 깨끗하고 순결한 느낌을 준다. 첫눈에 반할 외모는 아니지만 천천히 생각지 못했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뚝배기보다는 된장 맛이라는 속담이 그대로 들어맞는 남자다. ―본문 중에서

이것은 미스터 코리아에 나갈 사람이 쓰는 자기 소개서가 아니다. 스포츠센터 사원모집에 응시하기 위한 소개서다. 작가는 여기서 돈도 빽도 없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천시당하는 육체노동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주인공 남자 정호의 꿈은 소박하다. 이 시대 평범한 사람이 그렇듯 돈 벌어 부모님께 부족하나마 효도하고 적당한 직업에 적당한 여자를 만나 튀지 않고 착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어려운 것이 이 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집으로 가는 동네 입구 과일 가게에서 복숭아를 샀다. 가게 간판 위에 '착한 베트남 여자와 결혼하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밑에는 조그맣게 '일 년 안에 도망가면 전액 보상해 드림'이라고 보일 듯 말 듯 적혀 있었다. 그걸 그대로 바꾸어 착한 한국 남자와 결혼하세요. 일 년 안에 도망가면 전액 보상해 드림, 이라고 베트남 어느 촌구석에 갖다 붙이는 것도 괜찮은 사업이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일 등으로 신청해서 부르기만 하면 바로 달려갈 것이다. 절대 도망 나오는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
'나는 착한 베트남 여자하고 결혼할 거야.'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이곳에 살지 않고 여자와 함께 당장 베트남으로 갈 것이다. 그곳은 쌀도 두 번 수확할 수 있고 과일도 쑥쑥 잘 자란다고 들었다. 그러니 땅도 바람도 포근할 것이고 그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발뒤꿈치도 부드러울 것이다.
―본문 중에서

남자는 더 이상 그를 받아줄 것 같지 않은 사회에 통쾌하며 등을 돌리며 자신을 원하는 여자만 있다면 언제라도 달려갈 기세로 남창이란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세상의 시선은 겨울날 먹는 레몬 맛 하드보다 더 차지만, 꼭 당신 누울 자리는 마련하겠다는 어머니에게 그래도 이 세상이 아직은 죽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걸 증명하고픈 그는 이 시대 진정한 남자임이 분명하다. 자신의 직업에 당당한.
어서 빨리 돈을 벌어 어머니 발치에 돈을 수북히 쌓아놓는 순간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이 세상이 저 무덤 안에서 대갓집 마나님처럼 고요히 누워 있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을 한번쯤은 증명해 주어야 했다. 비행기 타고 제주도 성산포에 가서 바다를 보며 회도 먹어야 하고, 하와이에 가서 물고기와 함께 수영도 하게 해야 했다.
―본문 중에서

죽기 살기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 선수들처럼 걱정 없는 땀이 부러우면서도 몹시 서러운 주인공. 생활고에 찌들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고욕인 사람들한테는 고통 그 자체가 고통이지만, 세상에 다른 것 다 가지고 부족한 그 무용한 고통을 얻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은 더욱 억울하다.

놈들 중의 누군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왜 내 이야기를 공짜로 파가려고 해요?'
나는 빈정거리듯이 말했다.
'혹시 마약 같은 것도 합니까?'
어찌 됐든 놈들의 목적은 내가 하는 이야기를 신문이나 잡지에 적어서 그것을 팔아먹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 같은 놈이 없으면 월급 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기삿거리의 원조인 나에게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것은 재료상회에서 공짜로 물건을 가져가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것이나 다를 게 없지 않는가. 그러니 신문들은 감옥을 탈옥해서 몇 개월간 뉴스를 장식하는 탈옥수나 희대의 연쇄 살인범에게 수익금의 일정액을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다. 놈들은 뻔뻔스러운 주장을 하는 내 얼굴을 찍고 또 찍었다. 그리고 대답도 할 수 없는 질문을 또다시 퍼붓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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