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0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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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9쪽 | 757g | 153*224*30mm |
ISBN13 | 9788937483110 |
ISBN10 | 8937483114 |
발행일 | 2010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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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9쪽 | 757g | 153*224*30mm |
ISBN13 | 9788937483110 |
ISBN10 | 8937483114 |
들어가는 글 1 탐욕의 꿈 2 채권의 득세 3 거품 만들기 4 위험의 도래 5 절대 안전 자산 6 제국에서 차이메리카(Chimerica)로 후기 : 화폐의 강등 주 사진 목록 및 출처 감사의 글 찾아보기 |
"우리는 어떻게 해서 돈이 자취를 감추고 숫자나 컴퓨터 스크린에 불과한 세상에 살게 되었을까?"(p7) 이란 문장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원문을 찾아보니 --- "How did we come to live in a world where most money is invisible, little more than numbers on a computer screen?"1이더군요. 아니,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
암튼 시작부터, 이 책의 번역에 심대한 의문이 갔습니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승환이 형의 말은 예의 이 책에서도 성립되어,
"부유한 시민들은 재산세를 내는 대신, 도시 국가 정부에게 자금을 빌려 주어야 할 의무를 안고 있었다"(p74) --- 뭔가 이상해요. 재산세를 내는데, 왜 그 '대신' 자금도 또 빌려주어야 한다는 것일까요?2 찾아보았더니,
"Instead of paying a property tax, wealthier citizens were effectively obliged to lend money to their own city government"를 그렇게 번역해 놓은 것이더군요. 이 구절은, "재산세를 내지 않는 대신"혹은 "재산세 납부에 갈음하여"의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뒷 구절과의 문맥에 자연스럽게 어울린다고 전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AM이라 표기한) 원문의 구절을 각주로 첨부하여 놓았습니다. (한글로 읽다가 조금이라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면 원문을 찾아 읽었는데, 이 책... 정말 쉬운 영어로 쓰여져있습니다. 이 책을 읽겠다는 분은 꼭! 원문으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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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는 본질적으로 돌연변이 제도가 출현하거나, 제도들이 자연 선택된 결과이다. … 그렇지만 주요 동력은 시장 선택(market selection)이었다. 금융 유기체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다른 개체와 경쟁을 한다. 특정한 시공간에서는 특정한 종이 우세해진다. (p346)3
저자 니얼 퍼거슨도 명시하고 있듯4, 진화(evolution)가 곧 진보(progress)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진화'란 단지 '다양성의 확대'를 의미할 뿐5, 새로운 개체가 이전 것보다 반드시 '우월'해야 한다라는 조건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니까요. 다시 말해, 진화는 그저 진보를 위한 필요조건이며, 그러하기에,
"자본집적도의 급격한 증가 … 이는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의 산업자본주의를 금융자본주의가 대체했음을 의미했다. 또한 부의 분배가 기업가와 노동자에게서 주주와 은행 등 금융자본가에게로 쏠리고 있음을 뜻한다.
- 홍익희,「월가 이야기」중 p89, 한스미디어, 2014.
홍익희 교수가 위의 구절에서 사용한 '대체'라는 단어를, '승리'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건 잘못된 이해라 전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의 저자 니얼 퍼거슨도 "money is the root of most progress"(AM, p2)라는 표현을 사용하고는 있긴하나, 무엇보다 --- (우열의 전개가 아닌) '다양성의 확대'라는 관점으로, (금융 제도란게 서양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제도 발전 과정에 대한 언급이 한 줄도 없는 책에 'History of the World'란 제목을 단 것에 대한 '상투적인' 불만은 차치하고, 어쨌든) "A Financial History of the World"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읽어달라 당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대의 복잡한 금융 제도와 금융 용어를 이해하는 첫걸음을 이들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어떤 제도와 수단의 기원을 이해해야 그 현대적 역할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결국 현대 금융 제도의 핵심 요소들도 순차적으로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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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인과 관계로 바라보는 시각(더 고도화된 금융 제도가 경제 성장을 일으켰다거나, 경제 성장이 금융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는 등)은 그다지 유용하지 못하다. 두 과정이 서로 의존하면서도 자체적으로 강화됐다고 보는 게 정확한 논리일 것이다. (p57)7
니얼 퍼거슨은 이러한 경제 성장과 금융의 발전 사이에 있었던 'interdependent and self-reinforcing'의 과정에서 '화폐 - 채권 - 주식 - 보험 - 부동산 - 국제금융'의 순으로 현재의 금융 제도가 발전해왔다라 설명해줍니다. 저자의 글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자면,
화폐는 언제 금속에서 탈피해 종이로 바뀌었으며, 또 언제 그 모든 형태에서 벗어났는가? 장기 금리를 결정짓는 채권 시장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게 사실인가? 주식 시장에서 거품이 생기고 터질 때 중앙은행의 역할은 무엇인가? 보험이 반드시 최상의 위험 보호 수단이 아닌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의 이익을 과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중국과 미국의 경제적 상호 의존은 국제 금융 안정의 핵심인가, 아니면 단지 돌연변이 키메라에 지나지 않은가? (p18)8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간단하죠? 그러니 --- 이 글이「금융의 지배」란 책을 읽고 쓰는 감상문이긴 하나, 어디 제출해야 하는 숙제도 아니고, 책 속의 세세한 내용 모두를 이해한 것도 아니며, 딱히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 책의 내용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기로 하고,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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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말하길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라 하지만, 특정 재화/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욕망마저 무한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신발을 100만 켤레 씩 소유하고픈 욕망을 가진 사람을 없지요. 뭐, 각기 다른 디자인이라 할지라도 신발을 100만 켤레 씩이나 욕망하지는 않습니다. (길게 말하자면 한없이 길어지겠지만, 일단!) 인간의 욕망이 무한하다라 할 때의 '욕망'이란 고로,
모든 재화/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지배할 수 있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라 보아야 하며,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의 권력의 크기는 곧 '화폐'의 양으로 측정되기에 우리는 --- '화폐에 대한'이란 문구가 생략된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란 구절을 보게 되는 것으로 이해해야하는 것이죠.
화폐, 이는 곧 원하는 대상을 모조리 가져다주는 힘9이었다. (p25)
정말 넓게 말해보자면, 금화이건 지폐이건 채권이건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심지어 컴퓨터 스크린 상의 숫자일 뿐이라 해도, --- '금융의 역사'란 건 그 어떤 형태로의 진화/진보도 결국엔 '(권력의 징표로서의) 화폐에 대한 욕망'의 변천사일 뿐입니다. 권력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이 어떠한 형태/단위로 측정되는가는, 그것이 권력이기만 하다면 하등 상관 없습니다. cm나 ft로 표시할 때 숫자가 달라진다 하여, 우리의 키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우리가 정작 주목하여야 할 중요한 부분은 바로,
화폐란 믿음의 문제, 나아가 신념의 문제라는 점 … 화폐는 금속이 아니다. 화폐는 신뢰를 새겨놓은 대상이다. 어디다 새겨 놓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 이제 전자 시대에 들어서자 무형물도 화폐로 기능하게 되었다. (p34)10
(지겹도록 제가 언급하곤 하는) '수단과 목적의 전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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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폴리(Monopoly)로 알려진 이 게임은 1903년 엘리자베스 필립스라는 미국 여성이 처음 고안했다. 미국의 급진적인 경제학자 헨리 조지를 열렬히 신봉했던 그녀는 단일 토지세라는 유토피아를 꿈꿨다. 원래 이 게임을 만든 동기도 소수의 지주가 소작료를 징수해 이윤을 얻는 사회적 폐단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 (그러나) 현실은 고달플지라도 모노폴리에 빠져든 순간만큼은 번화가를 모두 접수하겠다는 꿈을 꿀 수 있었다. 게임은 원 개발자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부동산 소유가 현명하다는 교훈을 던져 주었다. 소유 대상이 늘어날수록 돈도 더 많이 벌었다. (pp229~231)11
국내총생산(GDP)은 국가 내 모든 재화 및 서비스의 수량(q)과 단가(p)를 곱한 것의 합으로 구성됩니다. 이때 가격의 역할은, 각기 다른 형태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생산물의 수량을 단일한 측정값으로 표현해주는 것이죠. 그러니까 --- 우리의 경제가 '성장'하였다라는 것의 원래/진짜 의미는 재화 및 서비스의 수량(q)이 증가하는 것만이어야 하는 겁니다. 허나!
"세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2009년 성장률 8.8%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통화량을 팽창시킨 결과 부동산의 재버블화에 성공하고, 그 결과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중국 경제가 2009년에서 8.8%의 고도성장을 달성했기 때문에 부동산 버블이 터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반대로 부동산 버블 때문에 8.8%의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 세일러,「불편한 경제학」중 pp413~415, 위즈덤하우스, 2010.
중국 경제의 '성장'이라는 게 q의 증가로부터 기인된 것이 아닌, p의 상승으로 인해 기록된 것이라는, 어쨌든 p와 q의 곱셈으로 구성되어 있는 GDP란 것의 성장에 목메고 있는 이들에겐, 그것이 (+)를 기록했다라는 사실만이 중요하게 되어버린, 그러니까 이 상황이 뭐냐하면 --- '실질'적 경제 생활에 수단으로 도입된 '화폐'라는 녀석이, 마치 영화 <혹성탈출>에서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게 된 것 마냥, 스스로 '목적'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게 된 과정인 것이고, 어쩌면 우린 이걸 '금융의 역사'라 배우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설마... 싶긴 하지만, 혹시나 정말로,
금융 제도는 경제의 두뇌이다. … 이는 ①경제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은 자본 할당 조정 장치로, 기업이나 가계가 자본을 가장 ②생산적으로 활용하도록 한다. 만약 자본이 ③엉뚱한 곳에 쓰이거나 전혀 ④유동적이지 못할 경우, 경제는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어 결국 경제 성장도 침체된다" (p338)
화폐의 등장이 경제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당연!(①)한 것이나, 수단이 목적 달성을 위한 행위를 지시(②)하게 되었고, 심지어 수단(화폐) 자체가 자신이 '자본 활동(돈놀이)'이 아닌 '생산'이라는 엉뚱한 곳(③)에 쓰이지 못하도록 강제하며, 그리하여 '생산 설비'의 확충에 투자되는 것(④)마저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 --- 우리가 지금 두 발 딛고 있는 이 세상인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다시금 깨닫게 된 사실 하난 바로,
거시경제학은 정말, 제 취향이 아니라는 거. --;;
※ 이 책 읽기에 도움이 될 책 : 「불편한 경제학」·「이기적 경제학 이타적 경제학」
※ 이 책의 내용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하네요. 그 1편의 링크를 올려놓습니다.
...금연 327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