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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10g | 130*205*20mm
ISBN13 9788932020723
ISBN10 89320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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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영철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고,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가족사진』 『홀로 가는 맹인악사』 『야성은 빛나다』 『일광욕하는 가구』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 『그림자 호수』 『호루라기』 등과 산문집 『우리 앞에 문이 있다』 『나들이 부산』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 『나비야 청산 가자』를 펴냈다. 백석문학상(2000)을 수상했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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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저 여자


땡볕 피해 잠시 그늘에 서서 땀 식히는데
건너편 공사장
함지에 돌무더기 담아 부지런히 이다 나르는 저 여자
노래방 도우미만 해도 한 시간 몇만 원이라는데
공짜 술에 노래에 장단이나 맞추어주면
넉넉한 하루 일당이라는데
참 딱하다 시원한 그늘을 두고
땡볕 아래 구슬땀 흘리며 가지 뻗는 저 여자
큰 나무가 드리워준 시원한 그늘을 마다하고
있는 힘 다해 그늘을 밀어내며
은근히 파고 들어온 남정네의 취한 손길을 밀어내며
참 딱하다 그늘에서 퍼낸 돌무더기
뙤약볕 아래 자꾸자꾸 내다 버리고 있는 저 여자
그녀가 버린 돌무더기
환한 땡볕 아래 모여 앉아 반질반질 윤기 나는 눈으로
이쪽 그늘의 나를 쳐다보는데
와르르 또 한 번의 돌무더기를 내려놓고
바삐 돌아서는 저 여자
그늘에 선 나를 쓸어 담아
와르르 뙤약볕 한가운데 내려놓으려고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저 여자

--- p.26



풍장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는 윗도리 하나를 척 걸쳐놓듯이
원룸 베란다 옷걸이에 자신의 몸을 걸었다
딩동 집달관이 초인종을 누르고
쾅쾅 빚쟁이가 문을 두드리다 갔다
그럴 때마다 문을 열어주려고 펄럭인
그의 손가락이 풍장되었다
하루 대여섯 번 전화기가 울었고
그걸 받으려고 펄럭인
그의 발가락이 풍장되었다
숨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려고
창을 조금 열어두길 잘했다
옷걸이에 걸린 그의 임종을
해가 그윽이 내려다보았고
채 감지 못한 눈을 바람이 달려와 닫아주었다
살아 있을 때 이미 세상이 그를 묻었으므로
부패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진물이 뚝뚝 흘러내릴 즈음
초인종도 전화벨도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을
바람이 와서 부지런히 닦아주고 갔다
몸 안의 물이 다 빠져나갈 즈음
풍문은 잠잠해졌고
그의 생은 미라로 기소중지되었다
마침내 아무도 그립지 않았고
그보다 훨씬 먼저
세상이 그를 잊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식아 희야 하고 나직이 불러보아도
눈물 같은 건 흐르지 않았다
바람만 간간이 입이 싱거울 때마다
짠물이 알맞게 밴 몸을 뜯어먹으러 왔다
자린고비 같은 일 년이 갔다
빵을 꿰었던 꼬챙이만 남아
그는 건들건들 세월아 네월아
껄렁한 폼으로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경매에 넘어간 그를 누군가가 구매했고
쓰레기봉투에 쑤셔 넣기 전
쓸데없는 물건으로 분류된 뼈다귀 몇 개를
발로 한번 툭 걷어찼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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