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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즐거운 미술시간
2. 소풍을 떠나요 3. 수수께끼를 풀어라 4. 능청맞은 도둑 5. 검은 공격 6. 나무 속 작은 집 7. 얼룩말은 어디로 8. 이상한 경고문 9. 탄원서 10. 버트에 관한 진실 11. 최후의 대결 12. 인과응보 |
Eileen O'h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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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 모두 두 줄로 서. 곧 수업 시작종이 울릴 거라고.”
수정액이 다급하게 외쳤다. 필통 안이 온통 어수선했다. 연필과 지우개, 크레파스와 다른 필기도구들이 저마다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었기 때문이다. 다음이 미술 시간이라, 색연필들은 특히 더 흥분한 상태였다. 줄 맨 앞에는 빨간 샤프 맥과 물방울무늬 치마를 입은 페니가 자리를 잡고 섰다. 맥과 페니도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맥은 그림 솜씨가 무척 좋았다. 그래서 필통 주인인 키 작은 빨간 머리 소년 랄프는 항상 맥을 사용해 밑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페니는 미술 시간에 필통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나 받아쓰기 시험을 볼 때, 다른 여러 가지 공부를 할 때 랄프를 돕느라, 일주일 내내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페니가 쉴 수 있는 때는 오직 미술 시간뿐이었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자, 필통 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색연필들은 미술 시간만을 애타게 기다려 왔다. 하지만 문제는 스워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 말 한마디면, 랄프가 얼마든지 다른 필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랄프의 키 작은 초록 색연필 제이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색칠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랄프는 종이보다 자기 옷에 더 많이 칠하잖아.” 키가 큰 노란 색연필 앰버도 거들고 나섰다. “목탄도 끔찍해. 지저분한 검정 지문이 사방에 찍히니까 말이야.” 빨간 색연필 스칼렛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 때나 나 좀 꺼내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스칼렛은 색연필 중에서 길이가 가장 짧았다. 랄프가 좋아하는 색이 빨강이라, 색칠을 할 때면 스칼렛을 가능한 한 많이 썼기 때문이다. --- pp.2-3 바로 그 순간, 뾰족한 신발 굽이 페니 머리 위로 쿵 떨어졌다. 다행히 신발 밑창 홈에 끼이는 바람에 납작해지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둘러야 했다. 페니는 몸을 꼼지락거려 밑창 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하수관을 향해 몸을 굴렸다. 구두와 장화와 나막신까지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말이다. 페니가 하수관 가까이 도착하자, 구레나룻은 목소리만 남긴 채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를 따라와!” 페니는 하수관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하지만 금방 몸통이 끼고 말았다. 평평한 입구와는 달리 하수관 안쪽이 아래로 심하게 꺾여 있었다. 그 바람에, 기역 자로 꺾인 부분을 도저히 통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페니는 하는 수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잠자코 기다렸다. 그러자 조금 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구레나룻이 다시 나타났다. “이런, 세상에!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설마 남은 평생을 여기서 보내려는 건 아니겠지?” “물론 아니야.” 페니가 고개를 흔들었다. 하수관에 들어온 지 고작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고약한 하수관 냄새에 견딜 수가 없었다. 구레나룻 주인이 걸음을 재촉하며 말했다. “그런데 뭘 꾸물거리고 있어? 어서 따라오라고!” 페니는 초조하게 발가락만 까딱거리면서, 발자국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구레나룻이 물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페니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좀 전에 그렇게 휙 가 버리지 않았으면, 얘기했을 거 아니야. 나 꼈어.” “꼈다고?” 페니는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움직일 수가 없다고. 머리는 이쪽 끝에, 발은 저쪽 끝에 꽉 끼어 버렸어. 꼼짝도 안 해. 너무 불편해.” “그냥 허리를 좀 구부린 다음에, 엉덩이를 살짝만 흔들어 주면 쏙 빠져나올 텐데?” 페니가 버럭 성을 냈다. “내가 연필이라 그렇다, 왜! 우리는 엉덩이를 흔들 수 없어. 물론 허리를 구부릴 수도 없고.” “우리? 여기에 너 같은 녀석이 또 있는 거야?” “아니. 연필은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야.” 구레나룻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가왔다. 페니는 녀석이 길고 날씬한 몸을 가진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은 페니의 발을 붙잡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페니는 더 꽉 끼어 버리고 말았다. --- pp.97-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