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평생 독서계획

평생 독서계획

: 클리프턴 패디먼

리뷰 총점8.7 리뷰 44건 | 판매지수 144
베스트
인문 top100 6주
정가
18,000
판매가
16,2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612g | 153*224*35mm
ISBN13 9788994054094
ISBN10 899405409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존 S. 메이저 John S. Major
존 S. 메이저는 하버드 대학에서 동양 언어와 역사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다트머스 대학의 동아시아 역사 담당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아시아 협회 산하 중국 카운실의 소장을 지냈다. 『한대 초기 사상 속의 천지 개념』을 비롯해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으며, 현재는 ‘이 달의 책’ 수석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여기에 제시된 책들은 그보다 한결 차원 높은 의미를 추구한다. 이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는 것, 자신의 경력을 쌓는 것, 가정을 꾸리는 것 등과 대등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체험이며, 꾸준한 내적 성장의 원천인 까닭이다. 그래서 제목을 『평생 독서 계획』이라고 붙였다. 이 책들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길동무이다. 한번 당신의 내부에 자리 잡으면,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신의 내부에서, 외부에서,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꾸준히 작용한다. 우리가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서두르는 법이 없듯이, 이 책들도 서둘러 읽어서는 안 된다. 이 리스트는 “단번에 슥 훑어보는” 그런 리스트가 아니다. 엄청나게 풍요로운 의미가 담겨 있기에 평생에 걸쳐서 캐내야 하는 광산 같은 것이다.---p.10

우리가 이런 생각, 느낌, 상상을 우리의 것으로 한 이후에도 우리에게는 배울 것이 많이 남아 있다. 우리는 결국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배우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난다. 그렇지만 이런 위대한 작가들을 잘 알고 있다면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갖지도 않을 것이고 당황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 이 순간의 세상에 집착하는 예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 내에서 우리의 위치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비록 명확하게는 아닐지라도―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저 오랜 인류의 역사로부터 어떻게 하여 이 세상에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위대한 사상들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 또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항으로서, 고매한 사상과 느낌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p.11

영국 시인 테니슨은 베르길리우스를 가리켜 “인간의 입술에서 나온 것 중 가장 장엄한 가락으로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그 가락으로 로마의 운명을 장엄하게 칭송한 베르길리우스는 그러나 로마인이 아니라 갈리아인이었다. 그는 당시 시스알파인 골이라고 불리던 지방의 만투아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는 로마에서 공부하면서 조용하게 살았고 그 후 여러 해 동안 만투아 농장에서 명상하고 창작하면서 세월을 보내다가 만년에는 캄파니아에서 은거했다. 그는 허약한 체질 때문에 장수하지는 못했는데 우리는 그에 대하여 다른 증거도 가지고 있다. 위대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각료였던 위대한 메세나는 베르길리우스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 호라티우스에게도 후원자 역할을 했다.
그는 대작 『아이네이스』를 쓰느라고 생애의 마지막 10년을 쏟아 부었다. 그는 이 작품이 미완성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임종의 자리에서 불태워 버리라고 유언했다. 하지만 이 유언은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하여 제지되었다. 황제의 조치는 우리에게 좀 의아하게 보이는데, 그 당시 국가수반들은 문학에 대해서 문외한일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문맹이기도 했던 까닭이다.---p.78

피르다우시의 서사시가 흥미로운 한 가지 이유는 역사의 범위 내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전설의 영역에도 뛰어들어 페르시아의 위대한 문화 영웅인 루스탐을 다룬다는 것이다. 루스탐은 말도 잘하고 행동거지도 품위 있는 완벽한 왕자이고, 당당한 힘과 용기를 자랑하는 뛰어난 전사이다. 그는 3천 년 전의 영웅인 길가메시가, 헤라클레스 같은 힘에다 세련된 궁중의 높은 교양을 갖추고서, 페르시아에 다시 환생한 듯한 인물이다. 그는 『샤나메』의 진정한 영웅이고 후대의 페르시아 왕들이 모방하려고 애썼던 이상적 인물이다.---p.101

초서는 훌륭한 이야기꾼이고 영국 리얼리즘의 창시자이며 흥미로운 인간이다. 그는 재미있는 정보를 아주 많이 가지고 있다. 가톨릭 중세 영국의 모습을 마치 어제 벌어진 것처럼 아주 생생하고 신선하게 그려낸다. 그의 작품은 아무런 학문적 배경이 없어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판본은 초서 당시의 관습과 매너를 설명하는 주석들을 제공한다. 그의 책은 열린 책이고, 이런 점에서 단테의 『신곡』보다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더 닮았다. 그는 독자의 소매를 잡고서 중세 영국의 선남선녀들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 준다. 그러면 독자는 그들이 우리 현대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초서의 작품에는 신비주의가 없다. 그가 알레고리를 사용할 때에도 그의 문장은 평이하고 직접적이다.---p.121

몽테뉴의 매력은 그의 스타일에 있다. 솔직하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스타일로서, “글쓰기는 말하기처럼 간결하고 허세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섹스의 문제에 대해서 아주 솔직하다. 현대 소설가들의 순진한 강박증(섹스에 대하여 언급하기를 기피하는 증세)에 익숙한 독자들은 다 큰 어른이 이 주제를 이처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을 흥미롭게 생각할 것이다. 몽테뉴는 최초의 비형식적(어떤 형식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쓰는) 수필가였을 뿐만 아니라 그 방면 최고의 수필가이다. 그의 교묘한 표현 기술은 대상을 은근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가 자기 자신이라고 드러내는 사람은 일반 대중을 의식하는 꾸며진 사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그 자신이다. 그는 늘 자기 자신의 모습을 즐기는 것처럼 글을 쓴다. 자신의 미덕뿐만 아니라 자신의 약점, 기이한 점, 어리석은 점 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p.136

우리는 아주 개략적으로 존 던의 시를 엘 그레코의 그림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엘 그레코가 선을 왜곡했듯이, 존 던은 언어를 비틀었다. 실험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강조, 집중, 생생한 현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엘 그레코의 색채가 처음에는 거칠고 부자연스럽게 보이듯이, 존 던의 리듬도 끊어지고 거칠고 울퉁불퉁한 것이 거칠고 단절된 감정의 표현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엘 그레코에게서 느끼는 정신적 고통과 긴장을 존 던에게서도 느낀다. 그의 신앙은 평온한 것이 아니었다. 근심, 당황, 모순으로 그늘진 정신은 현대의 어두운 정신적 기상도를 예고한다.---p.150

우리가 철학책을 읽는 것은 우선 흥미롭기 때문이고 그 다음에는 철학자의 사상이 일정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개인과 국가 간의 권력 분점分點이라는 문제는 우리 시대의 핵심적 화두이다. 홉스는 국가가 시민들을 보호해 주는 한, 권력을 독점해야 한다는 근대적인 권력 이론을 내놓은 최초의 사상가이기 때문에 흥미롭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국가든 비 마르크스주의 국가든 오늘날의 권위주의적 국가들은 홉스를 국가 이념의 시조로 삼는다고 볼 수 있다.---p.159

존 밀턴을 좋아하기는 어렵다. 매력도 없고 유머도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책을 읽기보다는 존경만 하고, 존경한다기보다 그저 마지못해 받아들인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테니슨은 밀턴을 가리켜 “신이 내린 오르간의 목소리”라고 추켜세웠으나 그 목소리는 때때로 사람을 위협한다. 밀턴은 엄청난 용기의 소유자였으나 그 용기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그 용기는 인정人情과 연계되어 있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완고함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의 자부심은 너무 강해서 기발한 생각을 잘 용납하지 못한다. 그는 “일찍이 산문과 시에서 추구되지 않은 것”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는데, 그의 “정교한 수사적 장치”는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는 잘 사귈 수가 없는 사람이다. 셰익스피어와 단테는 비상식적인 것을 많이 다루었으나 그래도 상식적인 분위기를 유지했다. 밀턴은 그것이 부족하다. 새뮤얼 존슨의 보수주의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밀턴에 대한 존슨의 논평은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신랄하면서도 심술궂은 공화당원이다.”---p.166

『로빈슨 크루소』는 플롯이 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강인하기는 하지만 야비한 자이다. 잘 분석해 보면 이 책의 상업적 도덕성은 불쾌한 느낌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은 이 작품의 매력을 반감시키지 못한다. 이 소설은 완벽한 백일몽이고, 체계적이면서도 자세한 소망 충족이다. 가장 낭만적인 체험이 가장 힘찬 산문으로 서술되어 있고 그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환상의 요소가 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을 우수한 백일몽의 작품으로 만든다. 우리는 이 작품이 ‘문학’이 아니라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소설을 높이 평가한다.---p.185

루소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고, 과장을 하고, 때때로 자기 자신을 왜곡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선언 중 한 가지 사항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모방자가 없을, 그런 과업을 시작하려 한다”고 했는데 그건 틀린 예언이었다. 수천 명의 후배들이 그를 모방했다. 고백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현대의 자서전들은 모두 루소의 『고백록』을 흉내 내고 있다. 샤토브리앙이나 아미엘의 자서전, 프랭크 해리스의 수상한 자기 고백, 고백의 내용을 담은 온갖 잡지들도 루소의 『고백록』에 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솔직함, 자유롭게 흘러나오는 서정적인 문체 등에서 루소의 책을 따라갈 작품이 없다.---p.201

괴테는 종종 “최후의 보편적 인간”이라고 불린다. 그는 특수화하지 않은, 보편적 정신을 소유했는데(이런 정신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보통 사람은 그런 정신으로는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기가 어렵다. 이 거인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았다. 그는 많은 것을 사랑했다. 그는 온갖 가능한 형태로 흥미로운 혹은 따분한 글들을 썼다. 창조적인 예술가, 정부 관리, 과학적 탐구자, 이론가였던 그는 아주 융통성 많은 인물이었다. 그는 독일 문학을 발명했고 이후 50년 동안 그 문학을 지배했다. 그와 동시대인 나폴레옹과 마찬가지로 그는 인간이라기보다 하나의 자연 현상이었다.---p.213

위대한 미국 소설 10여 편을 꼽는 리스트에 『주홍글자』는 반드시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런가 하고 의아한 생각을 품게 된다. 이 소설의 무대는 17세기의 청교도적인 뉴잉글랜드이다. 호손이 이 소설을 쓸 당시에도 이미 그 시대는 아득히 먼 시대였다. 오늘날에는 그때보다 더 아득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호손이 묘사하는 죄악에 대하여 강박적인 죄의식에 사로잡힌 사회가 역사적으로 정확한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최근의 연구 성과들은 청교도들이 후손들의 생각보다 훨씬 느긋하고 관용적인 사람들이었음을 밝혀냈다. 마지막으로 헤스터와 딤스데일의 간통과 속죄는 도그마적인 기독교 윤리의 틀 내에서만 강력한 의미를 획득한다. 프로이트 이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보통 사람들은 이 책을 처음 읽으면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된다. “도대체 그(호손)는 무엇 때문에 이리도 호들갑이지?”
우리는 이 책에 묘사된 청교도의 윤리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지만, 이 소설 자체는 가볍게 웃어넘기지 못한다. 이 책은 지금도 우리를 감동시킨다. 하지만 당초 호손에게 명성을 가져다주었던 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 소설을 존중한다. 이 책은 간통의 씁쓸한 결과를 다룬 것이 아니다. 지나간 사회의 역사적 그림을 그려내려 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지금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인간의 마음에 대한 아주 심오한 우화寓話이기 때문이다. 그 우화는 호손과 그 시대에 특별한 의미를 가진 상징들로 표현되었다. 그 상징들은 아주 융통성 있는 것이어서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의 존재 조건에 호소한다.---p.237

밀은 자신의 저서 중 『논리학』을 제외하고 『자유론』이 다른 작품들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이 완전 배제된 영국적 방식으로 집필된 『자유론』은 명석한 설득력과 인도주의적 주장이 돋보이는 걸작이다. 국가에 대한 개인의 자유를 그처럼 열렬하게 호소한 저서는 따로 없을 것이다. 밀은 다양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양성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소수 세력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상과 표현의 절대적 자유를 옹호했다. 그는 비순응주의자, 심지어 기괴한 사상의 소유자들도 나와야 한다고 격려했다. 이러한 밀의 사상은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현대에서는 실현의 길이 요원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실현해야 할 가치이다. “인간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다른 인간의 행동과 자유에 간섭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자기 보존뿐이다. 그 이외에는 일체 다른 인간의 행동과 자유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p.244

비글호의 세계 일주 항해에 동참할 기회가 없었더라면 찰스 다윈은 시골 목사로서 평생을 지내면서 평범한 설교를 하고, 지질학과 자연사에 대한 아마추어적 열정에 몰두하고 지방 학회에 나가 역시 평범한 논문을 제출하면서 평생을 보냈을 것이다. 그래도 그의 관찰력과 추론은 뛰어났을 것이다. 그는 비글호를 따라 항해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화석, 안데스 산맥의 지질학, 갈라파고스 섬의 피리새류 등을 관찰했다. 그 결과 그의 천재가 발휘되어 꽃 피어났고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다윈의 탁월한 지성과 비타협적인 정직성은 그를 가기 싫어하는 곳으로 밀어 넣었고, 마침내 역사상 아주 위대한 과학 혁명을 이루어내게 했다.---p.245

『제인 에어』는 사랑에 관한 스토리라기보다 사랑 받고자 하는 제인의 절실한 요구를 잘 그려낸 소설이다. 로체스터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다.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현대 소설도 이와 똑같은 주제를 활용한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저자 샬럿 브론테가 서른 살이 되어가면서 그녀 자신이 느꼈던 사랑받지 못하는 데 대한 억압감을 소설적 형태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제인 에어』는 미운 오리새끼 같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브론테 자매의 경우, 그 성장은 대부분 그들의 상상력 속에서 이루어졌다. 소설 속에서 제인은 로체스터가 나타나기 전에 손필드 홀의 3층 복도를 걸어내려 가면서, 더 큰 인생, 더 멋진 이야기의 비전을 보았다. “결코 끝나는 법이 없는 이야기, 나의 상상력이 창조해낸,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내가 그토록 소망했으나 실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 이렇게 말하는 샬럿은 자기 자신과 여동생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 낡아 보이는 이야기가 아주 현대적으로 보인다. 가령 샬럿은 희미하게 암시하는 데 그치지만, 로체스터 부인은 놀라운 색정광色情狂의 모습으로 제시된다. 마찬가지로 세인트 존 리버스는 우울증 환자라 할 수 있다. 비록 샬럿 브론테가 그런 식으로 묘사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샬럿이 다락방 속의 미친 여자를 내세워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수법은 오늘날 스티븐 킹이 괴기한 인물을 내세워 독자를 매혹시키는 수법과 유사하다.---p.266

소로는 살아생전에는 자기 자신을 상대로 무수히 많은 독백을 했다. 그러나 사후에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상대로 말하고 있다. 어쩌면 수억 명의 사람들을 상대로 호소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간디(그리고 간디로부터 영향을 받은 마르틴 루터 킹)의 비폭력주의와 한때 영국 노동당의 강령은 소로의 사상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죽은 지 1백 년 이상이 지난 지금 『월든』과 『시민 불복종』은 19세기뿐만 아니라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책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책은 현대의 기술 사회에 도전하면서 전보다 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호소한다. 『월든』과 『허클베리 핀』은 미국 문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두 편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소로의 문장은 재치에 넘치고 원기왕성하다. 그래서 『월든』 이외에 가능한 한 그의 논문들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p.270

니체는 아직도 논쟁을 일으키는 사상가이다. 때로는 천재처럼 글을 쓰고 때로는 현실 세계와 전혀 접촉해 보지 않은 사람처럼 바보 같은 글을 쓴다. 가령 그의 여성에 대한 견해는 여성을 전혀 모르는 남자의 생각이다. 그가 죽은 지 1백 년이 지났고 무수한 논평과 해석이 나왔지만, 아직도 이 비범한 인물에 대한 통설은 정해진 게 없다. 중용의 마음, 지적인 매너, 합리성, 상식 등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그를 우스꽝스러운 자 혹은 혐오스러운 자로 여긴다.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서 예언자, 거짓된 도덕 체계의 건설적 파괴자, 프로이트[98]를 예고하는 직관적 심리학자 등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양극단의 중간에 포진한 견해들도 아주 많다.---p.321

체호프의 희곡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만족스러운 체험이 아니다. 왜냐하면 독자의 상상력이 까다로운 도전을 만나기 때문이다. 체호프 희곡은 무대에 올려질 것을 요구한다. 대사들은 배우의 목소리를 요구한다. 대사는 버나드 쇼처럼 간결하지 않고 명확하지도 못하다. 대사 중의 갑작스런 중단, 비자발적인 제스처, 사소한 곁가지, 느닷없는 전환, 불완전한 생각, 부주의한 구문 등도 눈에 거슬린다. 체호프의 이런 두서없는 대화들은 등장인물들의 내면 깊숙이 감추어진 모순, 혼란, 좌절을 반영하는 것이다.---p.337

과거는 기억에 의해 소환된다. 하지만 이 기억은 우리의 통제 하에 있지 않다. 찻잔 속에 집어넣은 비스킷의 맛,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탑들의 검은 모습, 이런 사소한 것들이 프루스트에게 기억과 절반쯤 잊어버린 체험들을 환기시키는데, 그것들이 그의 평생을 채색彩色한다. 우리는 어떤 특정한 순간에 위치한 우리의 존재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또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순간들의 정적靜的인 총합總合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 순간들을 끊임없이 불러내어 다시 그 순간들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합은 언제나 변한다. 과거를 가능한 한 완벽하게 환기함으로써, 어떤 순간의 내용은 과거의 근사치를 획득한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리얼리티는 우리를 비켜가고, 우리의 인생은 슬프고, 덧없고, 난감한 것이 되어 버린다. 예술을 통하여 인생의 무상변전無常變轉에 어떤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우리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예술은 프루스트에게 하나의 종교였다.---p.351

『파도』는 울프의 작품 중 가장 읽기가 까다롭다. 상류 계층의 남녀 각 세 명이 겪는 유년, 청년, 대학시절, 중년 등이 간략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사건이나 움직임은 없고 여섯 명이 각자 독백을 할 뿐이다. 그들 중 한 명인 버나드는 이렇게 생각한다. “수프에서 건져 올릴 물고기는 없다. 사건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등장인물들의 말, 생각, 느낌들 중 어떤 것은 고급 독자라고 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소설의 특징은 의미가 투명하지 않는데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파도』는 울프의 성공작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20세기 전반에 나온 성장소설들 중 가장 독창적인 것이다.---p.368

카프카는 간결하고 명석하며 안정된 문장을 구사하기 때문에 읽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표면적 이야기만 따라가다 보면 본질을 놓치기가 쉽다. 그는 익숙하면서도 흔한 이미지들을 사용하여 현대인들의 난감한 상황을 암시한다. 그것을 이렇게 설명해 볼 수도 있겠다. 카프카는 자신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의식한다. 하지만 그 길을 찾아내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카프카는 그 어떤 파벌에도 속하지 않고 또 신비주의의 경향도 보이지 않지만, 아주 종교적인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를 하나의 전문적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만나려고 해도 계속 그를 피해 달아나는 신에게 올리는 기도라고 생각한다. 그의 주인공들은 상실감, 소외감, 정체성 불분명으로 고통을 받는다. 이것은 많은 현대인들이 겪는 느낌이기도 하다. 하지만 카프카의 주인공들은 구원을 가져다주는 은총(성은 이것을 상징한다)을 추구하고, 그런 은총이 어딘가에 있다고 어렴풋이 느낀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보편적 질서로부터 소외되어 있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그런 질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카프카는 형이상학적 소설가이고 또 저렇게 보면 덜 고뇌를 겪은 보르헤스 같기도 하다.
그의 단편, 『변신』과 『유형지에서』는 우리 시대의 비인간화, 테러, 관료화를 예견하고 있다. 차분한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오싹한 이야기이며, 죄책감과 징벌을 다룬 우화이다. 그런 만큼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안겨준다.
카프카는 이미 80년 전에 사망한 인물이지만, 여전히 우리와 동시대인이다. 신경증에 걸린 천재는 기이한 환상의 세계를 창조했는데 그것이 우리의 실제 세계를 너무나 리얼하게 조응한다.---p.371

가와바타는 일찍 고아가 되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몇몇 평론가들은 이것이 그의 소설에 스며 있는 깊은 우울증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가와바타 문학은 유년시절의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기보다 평생 동안 겪어온 아름다움과 슬픔 사이의 긴장과 더 관련이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성욕과 상실감 사이의 긴장이다. 동시대 일본 작가들처럼 그의 작품은 강력한 유럽 문화의 영향을 보여 주는데 특히 가와바타의 경우에는 프랑스 상징주의의 영향이 강하다. 하지만 그는 여러 면에서 전통주의자의 면모도 가지고 있어서 정신적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보다는 무라사키에 더 가까운 작가이다.---p.390

나라얀의 작품은 너무 사소하고 그래서 중량감과 진지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확실히 그의 소설에서는 현대소설의 특징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가령 소외, 아노미, 기능부전의 성욕, 나쁜 운명에 처해지는 주인공답지 않은 주인공 등은 없다. 나라얀의 소설은 온화하고, 선량하고, 우아하고, 미묘하고, 아이러닉하며 단순하다. 그는 등장인물들을 간간히 비판하지만 어디까지나 미소를 띤 비난일 뿐 몽둥이를 휘두르는 노골적인 비난은 아니다. 그는 심오한 작가라기보다 독자를 즐겁게 하는 작가다.---p.403

토머스 쿤이 널리 알리기 전까지만 해도 ‘패러다임’이라는 말은 낯설고 추상적인 영어 단어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패러다임을 일상용어로 만들었다. 만약 독자가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말을 사용했다면 부지불식간에 『과학 혁명의 구조』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 쿤은 생애 만년에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듣는 게 지겹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과학사를 기술하면서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우리 시대의 과학 사상에 혁명을 일으켰다.---p.420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보르헤스와 함께 우리 시대에 세계적 명성을 얻은 라틴 아메리카의 2대 작가로 꼽힌다. ‘마법적 사실주의magic realism’라는 용어는 이 두 작가는 물론이고 다른 작가들 가령 쿠바의 알레호 카르펜티에르, 멕시코의 카를로스 푸엔테스, 아르헨티나의 훌리오 코르티사르,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등에게도 적용된다. 이 다소 진부한 용어는 이런 작가들의 세계관을 암시하는데, 영미권 소설의 주류 전통과는 아주 다른 문학 사상이다.
“마법적 사실주의”라는 말은 1925년 일단의 독일 화가들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된 용어였다. 이 화가들은 무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환상적 사건들을 정교한 사실적 기법을 사용하여 그려냈다. 이들은 인간의 내부에 깊숙이 파묻혀 있는 비논리적 요소를 구상화하려 했다. 이러한 목적은 현대의 마법적 사실주의 소설가들도 공유하고 있다.
---p.42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38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6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3점 9.3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무료배송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6,2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