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고양이 같아. 전에 폭풍이 지나간 다음에 발견한 작고 가여운 새끼 고양이.'
얀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케이트가 더 편히 잘 수 있도록 몸을 조금 비켜 주었다. 케이트는 얀치에게 몸을 완전히 기대고는 고개를 꾸벅거렸다. 얀치는 이제 케이트의 얼굴을 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느릿느릿 번지는 개구쟁이 같은 케이트의 웃음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을 확 차리게 만드는 장난기가 눈에 어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얀치는
조금 더 움직거려 마차 의자 끄트머리로 가서 몸의 중심을 잡았다.
'불쌍한 새끼 고양이.'
얀치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 순간'불쌍한 새끼 고양이'가 얀치를 확 밀쳤다. 얀치는 밀가루 포대처럼 마차에서 데구루루 굴러 떨어졌다.
얀치는 흙길에 나동그라졌다. 영락없이 밀가루 포대 꼴이었다. 게다가 땅에 떨어지면서 몸 한 군데를 심하게 부딪쳤다. 아침에 암소 말리한테 발길질을 당한 바로 그 자리였다.
흙먼지 사이로 마차가 멈춰 서는 것이 보였다. 아빠가 마차에서 후다닥 뛰어내려 얀치에게 손을 뻗어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지 않았는지 만져 보았다.
"덩치만 컸지 아직 애구먼. 뭐, 길들이지 않은 말들을 타고 싶다고? 마차도 못 타는 주제에."
아빠는 그렇게 꾸짖었다.
"야! 야! 뭐 하는 거야, 케이트! 아빠! 저기 봐요, 아빠!"
얀치는 아빠한테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소리쳤다.
케이트는 고삐와 채찍을 손에 쥔 채 마차 의자에 똑바로 서 있었다. 그리고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있었다.
"내가 쟤 밀어서 떨어뜨린 거예요. 안 그래, 꼬맹이 여자아이야? 나 잡아 봐라!"
케이트는 소리를 빽빽 지르며 말들에게 채찍질을 했다.
"이랴, 이랴!" --- pp.22-23
남자아이들이 앞으로 걸어 나오자마자 케이트는 소리를 꽥 지르며 도망쳤고, 남자아이들은 케이트에게 물을 뿌려댔다. 부엌에 한바탕 고함과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는 달걀을 원한다! 우리에게 달걀을 달라, 케이트. 달걀을 내놓으면 물을 뿌리지 않겠다."
남자아이들이 소리쳤다. 케이트는 바구니로 뛰어가 달걀을 한 움큼 쥐고 와서는 남자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엄마는 남자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실컷 먹고 가라고 말했다.
마차가 또 한 대 도착했다. 청년들은 말을 타고 왔다. 케이트는 신이 났다! 몸이 물에 흠뻑 젖었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케이트는 남자들이 시를 읊는 것도 좋았고, 푸짐한 음식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자기가 이 자리에 있어서 이 모든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마지막 마차가 떠난 뒤에 보니, 음식이 거의 다 바닥이 났다. 달걀은 아예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케이트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행복했다.
오후가 되자, 얀치와 아빠가 달걀을 잔뜩 가지고 돌아왔다. 아빠가 물었다.
"이런, 케이트. 달걀을 모두 줘 버린 거니? 우리가 먹을 달걀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작은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가장 좋은 걸 줘야 한다고 말하셨잖아요."
케이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생긋 웃으며 아빠와 얀치를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내 달걀에는 예쁜 꽃이 그려져 있네. 그리고 우아, 작은 새끼 오리들! 맞지, 케이트?"
"응. 너 주려고 내가 특별히 신경 써서 그린 거야. 전에 우리 둘이 새끼 오리들이랑 신 나게 놀았잖아."
아빠는 케이트가 내민 달걀을 받아 들었다. 살짝 얼룩이 묻은 것이 썩 예쁜 부활절 달걀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빠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케이트가 달걀 위에 이렇게 썼기 때문이었다.
'작은아빠, 나는 작은아빠가 세상에서 최고로 좋아요.'--- pp.64-65
얀치는 이렇게 빠르게 말을 몰아 본 적이 없었다. 밤이라 사방이 깜깜하고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서서히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다. 길은 어두침침한 하얀 리본 같았다. 어두운 들판과 그보다 더 어두운 떨기나무 숲과 나무숲이 보였다. 이윽고 두 사람은 강에 다다랐다. 나루터는 깜깜했고, 아무도 없었다. 아빠와 얀치는 말에서 내려 등불을 켰다. 바큇자국이 사방으로 나 있었다. 많은 바큇자국 가운데 집시들이 탄 마차가 남긴 자국을 구별해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빠가 말했다.
"우리 둘이 흩어져서 주변을 좀 뒤져 봐야겠다. 나는 서쪽으로 갈 테니, 너는 동쪽 길을 따라가렴. 뭐든 발견하면 소리를 질러, 큰 소리로!"
아빠는 말들을 기둥에 묶기 시작했다. 얀치는 소매를 걷어붙였다.
"잠깐만요, 아빠! 잘 들어 보세요!"
밤의 고요함 속에, 뛰고, 터벅거리고, 덤불에 부딪치며 허둥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빠가 등불을 높이 들고는 외쳤다.
"누구요?"
잠시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그리고…….
"누구세요?"
들릴락 말락 한 작은 목소리가 물었다.
"케이트! 케이트구나!"
얀치는 소리치며 목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어둠 속을 내달렸다.
--- pp.175-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