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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 천사

저녁놀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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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33g | 128*188*20mm
ISBN13 9788901113432
ISBN10 890111343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다정한 여자였다. 자기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치로의 넋두리를 제 일처럼 여기며 눈물을 흘려주었다. “주방장님이 나한테 그런 말씀까지 해주시니 정말로 고맙네요. 틀림없이 이제 곧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하느님은 공평하시잖아요.” --- pp.28-29

고갯마루의 저녁 하늘에서 붉은 꼬리를 끌며 비행기가 날았다. 주홍빛 저녁놀의 옷자락을 휘날리며 천사가 하늘로 돌아간 거라고 그는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내가 그 여자를 꽤 사랑했던 모양이네. 그렇게 깨닫자마자 그는 훌쩍훌쩍 울었다. 저녁놀 천사는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겨울 하늘에서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 p.47

달콤한 냄새가 와닿는 곳까지 다가가 국화처럼 희고 다정한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안녕”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도 엄마도 결말을 맺는 그 소중한 말을 해주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말만은 똑똑히 해야 한다고 히로시는 얼마 전부터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또 놀러올게, 응?” 그런 약속, 믿지 않는다.
“안녕.”
“공부 열심히 해야 해?”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안녕.”
운동회 못 가서미안.
“안녕.”
목구멍까지 치미는 또 다른 말을 행여 한마디라도 입 밖에 냈다가는 울어버릴 게 틀림없었다. --- pp.84-85

언덕 위의 전나무 숲에서 나는 친구들과 술래잡기인지 숨바꼭질인지를 하며 놀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디서 뛰어놀건 부모가 신경도 쓰지 않던 한가한 시절의 이야기다. 부모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대신 아이들도 나름대로 규칙 같은 게 있어서 5시 사이렌이 울리기만 하면 아무리 신나게 놀다가도, 술래가 됐건 대장이 됐건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이 ‘그만 할래’라고 선언하고 저마다 집으로 돌아갔다. 낯선 소녀가 말을 걸어온 건 그렇게 막 집에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어딘가 숨어 있다가 미처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한 나만 놔두고 친구들이 모두 가버려서 나 혼자였다.
“이제 안 놀 거야?“ 소녀는 요정처럼 내 앞에 나타나더니 슬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p.199

언덕 위의 하얀 집의 소녀를 나는 사랑했다. 어른의 사랑은 몸을 나눈 뒤에 따라오는 것이지만, 젊은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둔감하지 않다. 육체에 복종할 만큼 정신이 녹슬지 않은 것이다. --- p.218

문득 자살한 소설가가 생각났다. 대략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한 그토록 요란한 자살 방법은 다시 없을 것이다. 목숨을 산산이 날려버린 그 폭풍의 여파로 생판 아무 관계도 없는 문학청년 하나가 이런 곳까지 휘날려왔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것에 비하면 얼마나 수수하고 차분한 죽음인가, 하고 나는 남자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남자는 그야말로 이 생에서의 마지막이라는 듯 위스키를 마시며 급하게 담배를 빨고 있었다.
--- p.24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저녁놀 천사」
도쿄 변두리의 쇠락해 가는 재래시장, 거기 아버지와 아들, 두 홀아비가 꾸려가는 작은 식당이 있다. 아무 의미없는 나날을 보내던 이들 앞에 나타난 천사 같은 여자 준코. 그러나 그녀는 작은 막대폭죽의 불꽃처럼 덧없는 추억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버리는데......

「차표」
차표 뒷면에 립스틱으로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꼭 전화하라고 했던,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 없이 그렇게 영영 가버린 엄마. 부모의 이혼 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 히로시의 눈에 비친 세상.

「특별한 하루」
정년을 맞이한 회사원 마사야는 오늘 아침, "오늘을 특별한 하루로 만들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평범한 일상처럼 보낸 특별한 하루 동안 그는 37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그리고 인생을 되돌아본다. 의외의 반전의 묘미가 돋보이는 소설.

「호박(琥珀)」
공소시효 만료를 일주일 앞두고 있는 가와마타 산타로. 이름도 가명으로 바꾸고 쇠락한 작은 항구 도시에서 ‘호박’이라는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의 가게에 어느 날 정년퇴직을 앞둔 한 노년의 형사가 찾아온다.

「언덕 위의 하얀 집」
어린 시절, 사철 장미가 알록달록한 아름다운 언덕 위의 하얀 집에 사는 소녀와 꿈일지도 모를 짧은 만남을 가졌던 오자와. 고등학생이 된 어느 여름날, 언덕 위의 하얀 집에 사는 소녀와의 우연한 재회. 슬픈 인간의 운명을 올실과 날실로 짜내려간 미스터리한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

「나무바다의 사람」
존경하던 작가의 자살 소식에 충격을 받고 돌연 군대에 자원입대한 나. 훈련 중 깊은 숲에서 홀로 이틀 밤을 보낸 이른 새벽, 안개 속에서 흙투성이 비옷을 입은 한 남자와 마주친다. 스무 살 무렵 작가의 자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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