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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용서

사랑과 용서

: 소설 손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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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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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09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95쪽 | 364g | 137*204*20mm
ISBN13 9788936502812
ISBN10 893650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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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유현종
1940년 전북 전주 출생.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했으며 1961년 《자유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자유문학 신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창작집 『그토록 오랜 망각』『장화사張畵師』『여름에도 잎이 없는 나무』『무도회의 권유』, 중편집 『섬진강』『흑지黑地』, 장편소설 『들불』『불만의 도시』『연개소문』(전7권) 『대조영』(전5권) 『천년한』(전3권) 『무인시대와 삼별초』(전3권) 『묘청』(전3권) 『천산북로天山北路』(전4권) 『임꺽정』(전6권) 『계백의혼』(전2권) 『달은 지다』(전3권) 『낙양성의 봄』(전5권) 『대제국 고구려』(전6권) 등이 있다. 중앙대 국문과와 우석대 예체능대 겸임교수, 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 서울강남문인협회 회장, 방송위원회 제1심의위원장, (사)한국문학예술진흥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강남 임마누엘교회 장로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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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성경말씀 중에 우상을 숭배하지 말란 십계명 하나를 지키려고 일본 사람들로부터 온갖 핍박을 받으며 오 년 동안 그 차가운 감방에서 꿋꿋이 견뎠다는 걸 너두 알고 있겠지? 성경말씀에는 원수를 네 몸처럼 사랑하란 말씀이 있다. 네 오빠를 죽인 그자는 원수다. 하지만 그 원수를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주님은 가르치고 계시다.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계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으면 원수를 사랑하라 하신 주님의 말씀도 지켜야 할 거 아니니? 하나는 지키고 하나는 안 지키면? 그건 말이 안 되잖니? 원수를 일곱 번, 아니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하라 하시며 사랑으로 회개시키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자가 제 죄를 뉘우치지 않고 죽으면 지옥 가겠지? 지옥 가는 걸 알면서 목사가 구해 주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뭐라 하시겠니? 지옥 가는 건 막아 줘야지. --- p.236

부모를 여의면 앞산에 묻고 자식을 여의면 가슴에 묻는다 하였습니다. 내 무슨 염치로 긴 답사를 하겠습니까만은 밤새 생각하고 또 생각한 감사의 말씀 몇 가지가 있어 그것만 말씀드리고 답사를 갈음할까 합니다. 주님이 제게 아홉 가지 복을 내려 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그 복에, 첫째는 저 같은 죄인의 혈통에서 순교자 자식들을 주심을 감사합니다.
둘째, 허다한 성도들 중 어찌 이런 보배들을 주께서 하필 제게 맡겨 주시니 감사합니다. 셋째, 삼남 삼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두 아들 장자와 차자를 바치게 된 그 축복에 감사합니다. 넷째, 한 아들의 순교도 귀하다 하거늘 하물며 두 아들의 순교이리오. 감사합니다. 다섯째, 예수 믿다가 누워 죽는 것도 큰 복이라 하거늘 하물며 전도하다 총살 순교 당함이리요. 감사합니다.
여섯째, 미국 유학 가려고 준비하던 제 아들,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에 갔으니 마음 안심이 되어 감사합니다. 일곱째, 사랑하는 두 아들을 총살한 원수를 회개시켜 아들 삼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여덟째, 두 아들의 순교로 말미암아 무수한 천국의 아들들이 생길 것이 믿어지니 감사합니다. 아홉째, 이 같은 역경 중에서 이상 여덟 가지 진리와 하나님의 사랑을 찾는 기쁜 마음, 여유 있는 믿음 주신 우리 주께 감사합니다. 제게 분수에 넘치는 과분한 복을 내려 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 돌립니다. 이 일들이 옛날 제 부모님이 새벽마다 부르짖던 수십 년간 눈물로 된 기도의 결실이요, 사랑하는 나환자 형제자매들이 이십삼 년간 저와 가족을 위해 기도해 준 그 성의의 열매로 믿어 의심치 않으며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 p.229

시체처럼 널브러지는 손 목사를 부축하며 김창수가 소곤거렸다.
“주여! 용서……하여……주옵소서.”
손 목사는 신음 소리처럼 겨우 뇌었다. 다음에는 자기들 차례이며 남의 일 같지 않아서였던지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말을 못 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불려나가 심문을 받고 돌아오는 사람은 거의 초죽음이 되어 들어왔다.
그때마다 손 목사는 피투성이가 된 그들을 끌어안고 기도해 주었다. 위로의 기도에 모든 사람들은 눈물을 지었다. 불신자들도 소곤거리는 손 목사의 기도 소리를 듣고는 신자들처럼 방 밖에는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아멘 했다.
손 목사가 교화장 방 안에서 전도하고 있다는 낌새를 챈 간부들은, 어느 날 손 목사를 불러내어 정신을 잃을 만큼 구타했다. 두 번 다시 옆 사람을 잡고 기도를 하거나 목사 티를 내면 즉시 총살 해 버릴 거라고 위협하고는 돌려보냈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피투성이였다. 전에 맞은 데가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또 맞아 그야말로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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