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류의 경제 활동 중에는 언제나 심각한 실업문제, 경기순환 문제, 물가 팽창(혹은 축소), 화폐수급 불균형 현상이 존재했으며 이는 현재로서는 관찰할 방법이 없거나 현대의 이론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다. 역사는 관찰표본의 부족을 보충해줄 수 있고, 현대 경제학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아직까지 현대이론이 명쾌히 설명해내지 못한 수많은 경제적 연구 대상물의 보고이다. 경제사학자들은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풍부한 사료와 문헌 자료를 집대성했다. 과거에 비해 더욱 많은 통계수치와 더욱 깊은 역사 관점 및 분석도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렇게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연구 대상만큼이나 그 시대를 잘 이해해야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만약 악성통화팽창의 특징을 알고 싶다면 20세기 초 독일의 경험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사회의 실험실이며,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제적 사건들을 제공해 왔으므로 과거의 일이 전부 무용지물은 아닌 것이다.---pp. 8-9 「왜 경제사를 공부해야 하는가?」
철도의 중요성은 급속한 경제 성장기의 견인차 역할을 맡아 원료, 상품, 인적자원 등을 운송하여 전국에 공업 상산 재분배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포겔은 공업생산량 자료를 통해 철도로 인한 공산품의 재분배효과는 ‘상당히 작다’는 것을 발견했다. 철광산업의 경우, 철도가 철광 생산에 끼친 기여도는 19세기 말 가장 호황을 이루던 당시에도 최대 17%에 불과했다. 석탄산업에 있어 철도의 기여도는 5%가 안 되었고, 목재산업은 간신히 5%를 넘기는 정도였다. 기계장치산업에 대한 기여도는 1%에도 못 미쳤다. 운송설비분야에 대한 기여도는 25%로 가장 높았지만, 이 또핝 가축을 이용한 운송(50%)의 절반에 불과했다. 제조업 전체로 봤을 때 철도의 기여도는 총 생산량 변화의 3%보다도 적어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음이 밝혀졌다.---p . 84 「철도는 미국의 초기 경제발전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에켈룬트와 하버트는 1992년 중세시대의 가톨릭교회는 ‘종교 시장’에 출현한 새로운 경쟁 상대에게 시장 점유율의 도전과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새로운 ‘상품(연옥설, 면벌설)’으로 지위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는 새로운 견해를 제시했다. 신도들이 면벌을 구매하여 과오를 덜어낼 수 있었다면, 종교가 곧 ‘죄를 씻는 비용’을 낮춰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신도들은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죄로 인해 지옥으로 떨어질 염려 없이 신속하게 천국에 다다를 수 있게 되었다. 바꿔 말하면, 연옥과 면벌 구매라는 새로운 교리는 천국으로 가는 문턱을 낮춰주었다. 종교 시장에서 이 교리는 더욱 많은 신도를 끌어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회 수입을 상당히 늘릴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기타 종파와 이교도 학설의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매우 창의적인 신상품이였다. ---pp. 131-132 「가톨릭교 연옥설에 대한 경제적 해설」
왜 왕실에서는 유대인의 재산을 몰수해야 했을까? 가장 보편적인 견해는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자금이 부족한 다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큰 저금통(유대인 거상)’을 털었다는 의견이다. 유대인들이 장기간 놓은 고리대로 인해 백성들의 원성이 쌓인 상황에서 누가 그들의 편을 들겠는가? 자국의 보호가 없는 유대인의 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으므로 왕실에서는 강국 이탈리아의 금융 상인들을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 영국에서 유대인이 추방당하기 시작한지 14년 뒤, 1306년 프랑스 카페 왕조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유대인이 왕실에 돈을 빌려준 것은 일종의 공생 관계를 원해서였지만 영국과 프랑스, 이 두 국가의 예사 설명하듯이 이러한 관계는 공존하기 어려웠다. 국가의 보호 없이는, 유대인의 운명은 도마 위에 놓인 생선 신세였던 것이다.
---pp. 173-174 「유대인은 왜 번번이 재산을 몰수당했을까?」